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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Aug 03. 2022

가까스로 풀렸던 실타래는 다시 엉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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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 원이라고 적기는 했으나 몸이 실제로 받는 상태는 그저 하루였다. 8 1 오후에 출발해서  시간 비행하고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 8 1 오전, 그리고 열두 시간의 경유지에서의 친구 상봉을 마치고  열한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  목적지에 도착하자 8 2 오전이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하니 2 밤이 되었다. 잠이라곤 비행기 쪽잠이 전부였으니하루 같다. 모두 한국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8 1 오후부터 8 3 점심까지 거의 48시간을 하루같이 살았다.


샌프란에서 친구도 만나고 지인도 만나고 식사도 하고 하다 보니 약간 긴장감이 풀어졌다. 긴장이 풀어져서 좋아지면 괜찮은데  문제는 나빠진다는 것이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왔다. 짐을  체크인을   E5게이트로 가라는 분명한 이야기를  듣고, 친구에게 국내선 E게이트가 있는 청사로 라이드를 부탁했다.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해 보안 검사를 다시 받고 E5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비행기가 LA행이다. 뭐지? 다시 출발 정보 게시판을 보니까 E5 아니라 E12였다!! 뭐야,  안내원은?


화를 내면서 E12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엔 필라델피아 가는 비행기다. 뭐지? 하고 다시 봐도   E12 그래서  같은 게이트 연속인가 보다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필라델피아 비행까 빠지고 나니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제야 공항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우리 목적지행 게이트는 F12라는 거다. 시계를 보니 입장은 이미 시작, 게이트는 국내선 반대 방향이다. 다들 알겠지만 공항의 게이트는 숫자가 다른  같은 에일에 있지만 알파벳이 다르면 에일이 마주 보고 있어서 ㄷ자 형태로 가야 하고 엄청 멀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나는 그때부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아이와 아내는 내 뒤를 따라 달려왔다. 마치 비행기를 놓치기 직전의 ‘나 홀로 집에’ 장면처럼. 가까스로 내가 한참 먼저 도착해 직원에게 아내와 아이를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다시 아이와 아내 쪽으로 가서 오는 것을 도왔다. 그렇게 가까스로 비행기를 오르고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미안한 마음에 북받쳐 올랐다. 다들 나만 믿고 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데, (아 물론 모든 이 기회를 준건 아내고, 경제적 책임은 아내가 지기에 나 덕분에 간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가 설계한 대로 여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자리에 앉자마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옆에서 아이가


‘아빠 비행기 탔잖아. 그럼 된 거야. 괜찮아.’


이런다. 네가 날 울리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렇게 우린 목적지행 비행기에 무사히 올라 밤 비행으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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