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남들이 오해한다고 화내잖아
아이와 단 둘이 차를 타고,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지나갈 기회가 있었다. 마침 늘 다니던 길을 지나갔고, 나는 아이에게 이 길을 기억하는 지 물었다. 3년 넘게 출근하면서 아이를 등원 시켰던 길이라 좋은 추억이 있기도 하고, 아이가 길에 눈이 밝은 터라 당연히 기억하고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응, 아빠가 나 유치원 내려주는 거 깜빡하고 바로 회사로 가버린 그 길 이잖아.”
기분이 나빴다. 3년 넘게 등원 하면서 다닌 길인데, 아빠가 실수한 것만 기억 하다니. 좋은 추억을 되살리려던 나의 시도는 처참히 무너지고, 아이에게 그렇게 말을 하면 안된다고 한참을 혼냈다.
나는 대화할 때 쉽게 흥분하는 편이다. 흥분하면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말이 빨라진다. 원래도 열정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지만, 대화하는 상대의 태도나 행동, 논리 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더 쉽게 흥분한다. 아이가 어떤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 직장 동료와의 의견 충돌이 있을 때, 혹은 각종 사회 범죄, 이슈 등을 다룬 뉴스를 봤을 때도 아내와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실컷 흥분하면서 이야기하고서는 씩씩(?)거리고 있는데, 나의 오해로 밝혀졌던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논리, 행동 때문에 그토록 열폭(?)했는데, 모두 다 사실이 아니라니. 민망하기 이를데 없다.
위의 일화에서, 아이는 아빠와 가지고 있는 가장 인상깊고 가장 즐거운 추억을 떠올렸을뿐이다. 사실 추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나는 3년간 아이를 등원 시키면서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다. 출근과 등원을 동시에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은 전쟁이었다. 그렇게 3년을 지냈으니, 내가 실수를 하고 바로 회사로 향했던 그 날은 아이에게 지루한 아침의 반복을 깨는 작은 행복이었을테다.
그런데 나는 대화할 때 충분히 이야기를 듣지 않고, 판단할 시간도 가지지 않은 채, 몇몇 경험에 따라 판단하고 확 타올라버렸다. 선입견을 가지고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아이의 말에 담긴 기억과 진심을 왜곡해버렸다. 어이의 말을 듣고 나서도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 선입견으로 시작한 오해 때문에 아이는 꽤 호되게 혼나고 말았다.
사실 이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난다. 보통은 말하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선입견에서 이런 오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머리 속으로 이 오해를 점검(검산)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 내 입을 떼 내 잘못된 생각을 흘러내고 만다. 이미 오해로 인해 방향이 틀어져 버렸으니, 그 뒤에 쏟는 말들은 모두 틀린 말이다. 적어도 TPO에서는 말이다.
일단 나에게 선입견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 선입견 때문에 잘못 판단하기 쉬우니, 내 논리를 검산할 시간을 꼭 갖자. 한 템포 쉴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면 오해할 확률이 적어지지 않을까? 적어도 내 가족에게는…
-jcob_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