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다짐과 무의식의 벽 사이에서

by 기록습관쟁이

"이번엔 꼭 해보자!"

새해가 될 때마다, 혹은 중요한 결심을 할 때마다 우린 이런 다짐을 외친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아 설렘은 희미해지고,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간다.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마치 어디론가 떠나려 준비한 여행 가방이 현관 앞에 그대로 놓인 채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왜일까. 분명 우린 변화를 원했고, 그걸 위해 다짐도 했는데, 왜 한 걸음을 내딛는 게 이토록 어려운 걸까. 그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자주 간과하는 한 가지에 있다. 바로 무의식이다. 우리 의식은 "변화해야 한다"며 힘껏 소리를 지르지만, 무의식은 속삭인다. "지금도 괜찮잖아. 익숙하고 편안한데, 왜 굳이?"


스위츠 출신의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이렇게 말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되고, 당신은 그것을 운명이라 부를 것이다."

우리 행동은 단순히 의식의 결심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진정한 행동력은 무의식에서 온다. 문제는 무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습관, 익숙함, 편안함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융의 말처럼, 무의식을 의식화하기 위해 우리는 반복과 작은 행동으로 그 신호를 보내야 한다.



무의식을 바꿀 수 있을까?

무의식은 처음엔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변화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그 벽 앞에서 우린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하지만 이 벽은 결코 깰 수 없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두드린다면 언젠가 무의식은 변화라는 새로운 빛을 받아들인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환경을 바꾸고, 의식을 집중하며, 작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만약 당신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자기 전에 알람을 멀리 두는 작은 환경 변화부터 시작해 보자. 알람을 끄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는 불편함은 처음에 귀찮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당신의 몸은 새벽 공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무의식은 의식이 보내는 반복된 신호를 새로운 기본값으로 받아들인다.


난 한때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핑계는 다양했다. 시간이 없다는 둥, 피곤하다 둥. 하지만 어느 날은 아침에 운동복을 미리 준비해 두고 운동화 끈을 묶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억지로라도 해냈다. 그러다 몇 주가 지나자, 그 시간에 운동하지 않으면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로 내 몸이 변해 있었다.


변화는 의식의 결심에서 출발하지만, 진짜 변화는 무의식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작고 반복적인 행동에서 시작된다. 작은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영어 점수에 좌절하며 "이건 나랑 안 맞아"라며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단어 하나만이라도 외워 보자는 작은 다짐으로 시작했다. 매일 외운 단어는 처음엔 하나, 둘이었지만 나중엔 단어장이 꽉 찰 정도로 늘어났다. 매일 외운 단어를 벽에 붙여 놓고 지나갈 때마다 반복해 읽었다. 그 작은 행동의 반복이 내 무의식을 바꿨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했다. (영어 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 부단히 노력했고, 매번 나를 응원해 주었다)


당신의 무의식에게 말을 걸어라

무의식은 우리 삶을 지배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원이기도 하다. 의식적으로 다짐하며 무의식에게 신호를 보내 보자. 작은 반복과 환경의 변화는 결국 우리 무의식을 새롭게 만든다.


"오늘의 나는 어떤 작은 행동으로 내일의 나를 바꿀 것인가?"

이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 대답이 사소하더라도 괜찮다. 그 사소함이 모이고 쌓여, 어느 날 문득 전혀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무의식의 벽은 따뜻하게, 그러나 꾸준히 두드려야 열린다.

그리고 그 너머엔 당신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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