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넌 말이 없었다

by 연쇄상담마

경영대학 건물 구석, 학회실 한켠에는 오래된 소파가 있었다.

공강시간이면 회귀하는 연어처럼 그곳으로 돌아와 앉거나 눕곤 했다.

닳아 해진 가죽 틈새로 패브릭 속살을 드러내며,

수백, 수천 명의 흔적과 세월이 조금씩 삐져나오고 있었다.


3월, 봄이었다.

청춘을 낭비하듯 소파 위를 점령하고

이리저리 몸을 돌리다 배가 고파졌다.

“오늘 점심 뭐 먹어?”

“형, 같이 찾아봐요.”


책상 이곳저곳, 바닥에 흩어진 중국집 전단지를 뒤적이다 캐비넷 쪽으로 걸어갔다.

학회실 앞 길게 늘어선 철제 캐비넷 문짝엔 오래된 음식점 스티커들이 고대 벽화처럼 붙어 있었다.


‘꺄르르—’

차가운 돌바닥에 부딪히는 발소리, 웃음인지 말소리인지 모를 음성이 겹쳐 들어왔다.

건물 유리 벽면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핀 조명처럼 비추는 그곳으로, 처음 보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 오빠 안녕하세요?”

“어어 그래~”

후배가 멋쩍게 인사를 받았다.


“누구야?”

“아, 형 아직 못 봤어요? 이번에 들어온 05학번 후배들이에요.”

“인사한 애 말고, 그 옆에 있는 애도 신입생이야?”


고양이상이었다.

유난히 오뚝한 코에 크고 작은 눈과 입이 어울렸다.

마음속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이 천천히 모양을 드러내는 동안,

그렇게 멈춰진 시간을 깨우듯, 후배가 재차 물었다.


“귀엽죠?”

내 대답이 이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눈부신 햇살이 잡아챈 듯,

아주 잠깐 느리게 흐르던 그 순간만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