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일정을 전부 할애해도 아깝지 않았던 낭만과 여유의 러닝 앤 커피타임
우리가 진짜로 여행에서 추구하는 건 뭘까?
새로운 경험?
멋진 인증샷?
관광? 또는 휴식?
아니면 낭만과 여유 느끼기?
여행에서 낭만과 여유로움을 느낄 때 비로소 현실을 벗어나 여행 속에 푹 담궈진 나를 만나게 된다.
사실 이번 도쿄여행은 새로운 경험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이번 여행은 짝꿍에게 첫 도쿄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꼼꼼하게 일정을 짜고 뭔가 색다른 경험은 없을까 고민했다.
물론 나를 위한 여정도 필요했기에 러닝화를 챙겼다.
사실 스케줄링된 러닝은 그 유명한 '황거런(고쿄런)'밖에 없었다.
그래도 모처럼 한 호텔에 4박 5일 동안 묵게 됐고 근처에 강가도 있으니 아침 러닝을 하기로 맘먹었다.
달리는 속도에 맞춰 다른 나라의 거리를 둘러 본다.
평소에는 힘들다고 느낄 구간에서도 새로운 풍경에 힘든 시간을 잊게 된다.
생각보다 코스가 좋았다. 토요스강을 끼고 대교를 건너 쭉 달린다.
그러다가 쇼핑몰, 작은 가게들이 눈에 띄었고 나무로 지은 듯한 단층 건물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토요스파크 잔디밭에 위치한 커피집. 바로 <블루보틀 토요스파크점>이었다.
다른 일정이 있어 그 날은 쓰윽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다음날 <블루보틀 토요스파크점>까지 4키로. 강가따라 쭉 펼쳐진 주로가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익숙한 듯 신선한 풍경에서 달리니 페이스, 케이던스 이런 거 다 상관없이 즐겁기만 하다.
1킬로미터당 6-7분대 속도로 보는 세상은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지라
적당히 좋은 속도감으로 풍경들이 내 안에 담긴다. 그 때의 감각이 참 좋다.
짝꿍은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활짝 웃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웃음이 났다.
기념 사진을 찍을 때는 정말이지 그냥 이 순간이 즐겁고 재밌어서 목을 젖히고 웃었다.
우리는 진짜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블루보틀 토요스파크점>에 들어갔다.
이미 유유자적 아침을 즐기는 사람들로 자리가 하나 둘씩 차고 있었다.
짝꿍은 바보같이 러닝복을 입지 않아 정말 땀으로 물결 무늬를 크게 만든 상태였고
나는 러닝복을 입었지만 땀이 비오듯 오고 있었다.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겨우 주문을 마쳤다.
작은 타올...꼭 챙겨다니자! 생각보다 부끄럽더라.
레몬 팬케이크와 하룻밤 재운 오트밀, 그리고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우리 눈앞에는 푸르른 잔디밭이 펼쳐졌고 그 너머에는 토요스강이 보였다.
그리고 이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귀여운 강아지들과 보호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참 좋았다. 그 때 느낀 여유로움이 진정한 힐링이였던 것 같다.
아무 말도 없이 앉아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흔해빠진 말이지만, 행복했다. 진심으로.
오전시간을 그저 러닝을 위해서만 쓴다는 게 어쩌면 해외까지 와서 시간 아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보면 알게 된다. 그 때 느낀 낭만과 여유로움이 진짜 여행이라는 걸.
일상이 틈틈히 박혀있는 현실의 공원과 카페에서는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걸.
도쿄에는 유명한 러닝코스가 아니라도 뛸 곳이 참 많다!
마라톤 자체가 국민 인기 스포츠 종목이기도 하고 일반 시민 러너들의 레벨도 경험치도 높은 편이다.
사실 나는 잡념을 없애기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 그래서 진정으로 러닝을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근데 이곳 토요스강가를 달리면서 러닝을 즐기는 마음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었다.
러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분? 또는 여행에서 진짜 낭만과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분?
토요스강 러닝 후 블루보틀 커피 한잔 코스 한 번 달려보시라.
무더운 날씨도, 도쿄의 습한 기운, 거리의 사람들 그 날의 모든 풍경이
당신의 러닝 속도에 맞춰 추억으로 새겨질 거다.
대신! 작은 땀수건을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