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변검 变脸

by 제환

※해악한 묘사와 깊은 감정이 나옵니다. 감정적으로 민감한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네 발로 기어가 그이의 뺨에 입을 맞춘다.

엇갈린 시선은 여전히 맞닿지를 않아서.

나는 다시금 바닥을 헤집으며 저 아래로 추락하려들 뿐이다.


오늘의 나는 무엇인가.

인간 가죽을 뒤집어쓴 짐승인가.

검은 물을 담은 컵인가, 텅 빈 관인가.



너의 사랑을 가지고 싶어.



기어이 다시 찾아들어간 어둔 심연에서 맞이한 거대한 나는

여전히 미소지으며 팔을 벌렸다.

꼭 그런 행동밖에 모른다는 느낌은 순수함을 가장한다.

그 순수함이 선을 넘는 자의 죄악을 건든다.


악질적인 나의 말에도 거대한 나는 웃는다.

나는 그런 심연의 입을 우왁스럽게 벌리며

입술과 혀를 깨물고, 피부에 이를 가져다 대었다.



벌레 먹은 사과 같은 몸뚱이가 된 이를 보며 비웃음을 터트린다.

너도 나를 좋아하잖아.

나를 사랑하잖아.


초라한 몸뚱이를 가리는 표정이

슬퍼 보인다.


그런 주제에 다시 얼마 가지 않아

사랑을 줄 걸 뻔히 알고 있다.

그것이 이 관계의 파멸이 시작될 부분이다.


수치심에 눈먼 자에겐

그런 파멸도 영광인 줄 알 테지.



현관 문을 열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적이 된다.

어느 곳에서도 나는 안전할 날이 없고,

안전할 혀가 없다.



그래서 혀를 삼킨다.

눈만 먼 것이 아니라 혀도 멀었다.

이렇게 하나씩 먹다 보면

결국 남은 건 몸뚱이일까, 머리통일까.


텅 빈 운동장에 축구공처럼 덩그러니 놓인 머리가

형체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사람들은 나를 정의하고 싶어 한다.

낯선 존재는 이방인이기에.

우리는 그런 존재를 두려움이라고 명명했다.



등불을 들고 찾아가도

나를 맞이해주는 이 어디에도 없다.


나는 그래서 새로운 껍질을 뒤집어 쓴다.

뼈 대신 철골을.

피 대신 먼지를.


피를 뱉으며 생명을 정의하는 심장은

자투리 천으로 기워 만든 모형 심장을.

두 눈에는 별을 박아 넣었다.



부드러운 피부와 같은 건 구할 수가 없으니,

남의 가죽을 빌려 덮어쓴다.


그것은 짐승의 가죽인가, 인간의 가죽인가.



비틀거리는 기이한 걸음걸이가

가벼운 몸짓 한 번에 춤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나를 보며 기괴한 비명을 뱉는다.


나는 여전히 나인데.



이따금 그런 나의 곁에 머무른 이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하였다.

“너무 인상깊고 좋은 연기였어! 자, 이제 가면을 벗고 얼굴을 보여줘!”


하지만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얼굴이 없다.



벗어내리지 못하는 몸뚱이를 보며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낯으로 욕을 뱉으며 떠난다.


하지만 내가 가죽을 벗어던지는 날엔

그들 역시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치리라.



가죽 아래 덮여 있는 우주를

감당할 사람은 나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에서 옅은 바람이 분다.

이것은 우주의 노래.

인간됨을 잃은 자의 절규.

비슷한 존재를 찾는 이의 SOS.



***

함부로 평가하면 글 속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이야기.




작가의 말

다들 여름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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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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