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일찍 퇴근해서 동네 피아노 학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간 적이 있습니다. 피아노학원 원장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oo이는 일하는 엄마가 키우는 아이 같지 않아요, 무척 성실하고 예의 발라요”
엉겁결에 “아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라고 인사를 건넨 후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방금 들은 말이 칭찬은 맞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일하는 엄마가 키우는 아이는 대체적으로 불성실하고 예의가 없다는 건가? 왜 사람들은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엄마의 아이에 대하여 이런 편견을 갖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혹여 사회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 때문에 워킹맘 스스로도 “나는 집에 있는 엄마들에 비해 엄마 노릇을 잘 못하고 있어”라는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더 잘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때문에 늘 불안했습니다.
예전보다 전업주부에 비해 워킹맘의 비중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기혼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와 동거하는 기혼여성 가운데 10명 중 6명은 ‘워킹맘’이라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한 비용이 예전보다도 더 많이 들고, 개인의 삶의 만족을 위한 요구조건도 많아졌습니다. 높아진 주거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맞벌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워킹맘에 대한 편견, 즉 엄마가 집에 있어야만 아이를 반듯하게 키울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워킹맘 스스로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아이뿐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것입니다. 워킹맘이라 할지라도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아이들은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들면 일하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엄마가 학교 일일교사로 방문이라도 하는 날이면 친구들 앞에서 아이의 어깨가 으쓱해질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농사 중에 제일 큰 농사는 자식 농사라고 했습니다. 자식 농사 잘 짓는 것이 그토록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자식 농사는 부모가 짓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 짓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아이들을 잘 키웠다기보다는 아이들이 잘 커줬다는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아이들은 제각각의 기질을 갖고 태어나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엄마의 믿음과 헌신을 바탕으로 신통하게 잘도 자라나더군요.
모든 부모는 아이를 처음 키워봅니다. 저 역시 제게 온 보석 같은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맞게 키우는 것인지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곧 엄마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엄마의 웃음에, 엄마의 손길에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보였고, 우리 아이가 어떤 경우에 행복해 하는지 또 우울해 하는지가 보였습니다. 엄마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인지하고, 아이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됩니다. 아이가 인생을 자유롭게 개척해 나가는데 있어 아이와의 끊임없는 교감을 통해 엄마는 든든한 지지대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어린 시절 사랑받고 자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 사진을 찍으면 뇌의 크기와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재된 사랑의 힘으로 키워진 자신감은 아이가 힘겨운 중고등학교 생활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아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며
대학입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한 두 아이는 벌써 대학교 4학년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드넓은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다양한 친구들과 만나 함께 배우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대학생활은 인생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하기에,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제는 다 큰 아이들이라 엄마와 간혹 상의는 하지만 최종 결정은 언제나 아이 스스로 내립니다. 아이 인생은 아이의 몫이고, 전문지식도 없는 엄마가 섣불리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가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해줍니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지는 말아야 한다, 네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생각해 그 가치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입니다. 또 자신이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일은 틀림없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이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직업, 문화, 관습 등에 대한 인식이 다가올 미래에는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미래를 온전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를 답습한 고정관념 속에서 생각을 굳히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해보되, 유연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따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커준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아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아울러, 이 땅의 모든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진심을 다한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