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네 Oct 31. 2020

세상에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선생님 이거 한번만 하면 다 없어져요? ”


 40평생 처음으로 피부과에 시술을 하러 가서 물어본 첫 물음이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생긴 기미는 날이 더해 갈수록 진해져, 이제는 광대 옆에 긴 그림자를 새겨 넣어, 한층 늙어 보이는 듯 했다.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동네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병원에 문을 두드렸다. 과연 명성만큼 이른 아침임에도 빼곡이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괜시리 안심이 되었다.


한 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만난 선생님은 대뜸 “ 연예인처럼 하고 싶으세요, 그냥 지금보다 나아지면 되요?” 하고 물었다.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면 언젠가는 연예인처럼 될 것이고, 아니면 색소침체라는 이름으로 레이저를 쓰면, 지금 보다는 깨끗해지지만 기미의 감소 효과는 50%정도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소심히 15만원의 비용이 드는 1회성의 피부과 시술을 택하고 치료실에 마취 크림을 바르고 누워 있는데 그 시간이 상당히 두려웠다.

    

처음으로 하는 시술이라, 효과는 둘째 치고 아픔의 강도를 몰랐기 때문이다. 수분 후에 자리에 오신 선생님은 눈을 보호하는 안경을 씌우고 시술을 시작하셨다. 가장 신경 쓰이는 큰 부분을 건드려 보시더니, “이건 건들면 더 짙어 질 거 같아요. 이거 빼고 최대한 깨끗하게 해 보겠습니다” 눈을 가리고 두 손을 맞잡고, 살이 타는 소리와 무엇인지 모를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듣고 있는 나는 그저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수분이 흐른 후, 안경을 떼어내며 아주 잘되었다는 선생님의 말은 일주일 후, 딱지가 떨어진 후 사실로 드러났다. 정말 50%의 효과만 있을 거라던 말처럼 그 전보다 딱 50% 환해진 얼굴이었다.  

   

만족감이 들기도 전에 내 마음에는 “조금만 더 하면 진짜 깨끗해 질 거 같아” 이런 마음이 먼저 찾아온걸 깨닫고 피식 웃음이 났다.  

   

내 인생이 딱 피부시술 직후의 내 피부같다. 항상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이루어야지 만족감을 느끼며 살수 있는거 같다. 

그래서 하루 하루가 감사하다.

  


그렇지 않다면, 평생 꿈만 쫓으며 만족감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항상 부족한 상태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비록 어떤 형태가 되었든, 거기에 만족하는 연습. 이것이 꼭 필요하다. 작은 만족이 없으면, 손 안에 들고 있어서 녹는 사탕조차 놓칠지도 모른다. 나의 오늘 , 나의 하루가 있어 참 좋다.

 


안대를 떼기 전에 기대감과 , 안대를 떼어난 후의 만족감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인생. 이것이 내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이전 14화 최소한의 절약, 최고의 노후대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