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별이 되어 빛나는 모든 밤에, 우리가 알던 소년과 소녀
<시놉시스>
고등학교 2학년. 세희와 유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사이다.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온 세희에게 문득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된 유. 어색해지는 것이 싫어 내색하지 않지만 유의 마음은 조금씩 커져간다. 유는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을 준비한다.
< 도입>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문을 열고 교복 차림의 세희가 운동화를 구겨 신으며 헐레벌떡 뛰어나온다.
“야! 이거 가져가야지!”
엄마가 닫힌 문을 다시 열고 소리친다. 손에는 쇼핑백이 들려있다.
“맞다!!”
“너는 한번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지. 맨날 지각이니. 옷이 그게 뭐야! 치마 뒤에 내리고! 머리는 빗었어?”
세희는 말려 올라간 치맛자락을 정리하면서 엄마가 들고 있는 쇼핑백을 받아 들었다.
“나 늦었다고!”
“으이그, 그러길래 일찍 일찍 자라니까 유튜브 그만 보라고 했지.”
“아니거든. 나 간다!”
“오늘 엄마 늦게 오니까 밥 챙겨 먹고! 민희 학원 땡땡이 안치게 네가 뭐라고 좀 해.”
달리는 세희의 등 뒤로 엄마가 소리친다.
“응, 알았어 엄마!”
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을 동동거리던 세희는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간다.
- 아파트 단지 안, 가을이 완연한 가로수, 노란색 붉은색으로 물든 나무들 -
세희는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교복 차림의 유를 발견한다.
“야, 김유! 김유!”
듣지 못한 듯 계속 걷는 유를 향해 달려가는 세희. 유의 가방을 세게 치면서 외친다.
“김유!”
그제야 꽂고 있던 이어폰을 뺀 유.
김유 : “뭐냐. 이제 가냐?”
최세희 : “너도 이제 가는구만 뭘.”
김유 : “나는 바로 앞이잖아. 너는 한참 가야 되고. 또 지각이냐?”
최세희 : “그러게나 말이다. 나 간다! 야, 있다가 우리 집에 와서 저녁 먹어. 우리 엄마 오늘 늦게 온데.”
김유 : “봐서.”
심드렁하게 말하고는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 유. 샐쭉한 표정을 짓고 세희는 다시 뛰기 시작한다.
“꼭 와. 오늘은 아주 내가 박살 내줄 테니까!”
달려가는 세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
회색 교복 치마 아래 무릎까지 올라오는 까만 양말, 까만색 단화, 까만 긴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세희는 유를 돌아보며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다시 말갛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눈부신 소녀의 모습만이 느리게 보이는 시간이 왜곡되는 마법 같은 찰나의 시간.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달리는 세희를 보는 유.
한쪽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음악.
CG : 사춘기의 호르몬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유를 감싼다
***
“오빠!”
그때 유의 곁에 다가온 민희.
“어, 민희야.”
“뭐해요? 학교 안 가요?”
민희와 유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2학년인 유와 1학년인 민희.
“오늘은 머리 안 묶었네?’
“네? 아…. 오빠가 그때 이게 더 낫다고 해서….”
“ㅎㅎㅎㅎ 그래, 이렇게 하니까 더 귀엽네.”
유는 민희의 단발머리를 흩뜨려뜨린다. 볼이 빨개지는 민희.
한걸음 앞서 걷는 유를 본다.
“오빠는 수학여행 언제 가요?”
“다음 주.”
“언니는 제주도 간다던데.”
“어 들었어.”
어느새 학교 앞에 도착한 민희와 유. 친구들을 만난 유는 민희에게 손을 흔들면서 먼저 뛰어간다.
민희의 친구들 등장.
“저 오빠야?”
“완전 훈남이네.”
“2학년 야구부 주장이잖아.”
“웬일이야! 대박 잘생겼어.”
“야 최민희, 너 잘해봐. 안 그럼 내가 대시한다.”
“뭐래”
“농담이다 친구야. 오늘 예민한데?”
“왜 아니겠니. 저렇게 잘생긴 오빠한테 언제 고백할지 타이밍 재는 중인데.”
"타이밍은 무슨, 그냥 말해버려!”
“뭐라고?”
“오빠, 사랑하고 있어요.”
과장한 몸짓과 표정에 까르르 웃는 여자아이들
“미친. 넌 그래서 안되거든요”
“그럼 어쩔 건데.”
“선물이랑 편지 써서 줘야지. 어떻게 그걸 말로 하냐?”
민희는 멀리 사라져 가는 유를 바라본다.
CG : 사춘기의 호르몬이 뭉게뭉게 퍼쳐나가 온통 앞이 보이지 않는 고등학교
세희 -
“반장, 담임이 상담실로 오래.”
자리에 앉아 있던 세희가 침울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교실을 나서는 세희 뒤로 수군대는 아이들.
“야, 들었냐? 최세희, 담배 피우다 걸렸데.”
“진짜? 저 범생이가?”
“내 말이. 어제 학원 뒤에서 딱 걸렸다는데?”
“대박. 누구랑? 또 누구 걸렸데?”
“몰라. 최세희 얘기만 들었는데.”
“딴애들은 도망갔나 보네.”
“그렇겠지. 안 하던 짓 하다가 아주 딱 걸린 거지.”
“튀는 것도 기술인데 ㅋㅋㅋㅋㅋ”
아이들은 낄낄댄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희의 자리를 바라보는 수연.
상담실
선생님 앞에 머리를 푹 숙이고 앉은 세희.
“무슨 일이야?”
세희는 대답이 없다.
“말 안 할 거야?”
여전히 묵묵부답인 세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담임은 한숨을 내쉬면서 노트를 덮는다.
“세희야, 말을 해야 정상 참작이든 뭐든 할거 아니야.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선생님도 원칙대로 징계를 줄 수밖에 없어.”
“맘대로 하세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는 세희.
“뭐?”
놀란 담임은 세희를 향해 다리를 꼬고 앉았다.
“너, 공부 좀 한다고 선생님이며 학교며 다 우스운가 본데. 이거 기록 남으면 수시 지원 못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은 안 해봤지?”
세희는 고개를 들고 담임을 쏘아보았다.
“맘대로 하시라고요.”
열받은 담임은 책상을 쾅 내려쳤다.
“이게 어디서 싸가지 없이!”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에 놀라 커다랗게 벌어지는 세희의 동공.
세희는 어릴 적 잊을 수 없는 기억에 사로잡힌다.
기억/ 플래시백 -
엄마 : “그래, 다 때려 부수어! 죽여라 죽여!”
아빠 : “어우, 이걸 내가 정말”
어린 세희는 잠에서 깬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엄마 아빠의 싸우는 소리.
세희는 동생을 돌아본다. 곤히 잠든 동생의 귀를 자신의 베개로 감싸 가리는 세희.
계속되는 소란한 소리에 눈을 꼭 감고 베개를 감싼 손에 힘을 준다.
그리고 쾅! 갑자기 조용해졌다.
잠시 귀를 기울이다 문을 열고 내다보는 세희의 눈에 거실 한편에 말없이 서있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의 손에 들려있는 부엌칼. 놀라 눈이 커다래진 세희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다시 현재 -
선생님이 책상을 쾅 치는 소리에
세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상담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선생님 : “너 어디가! 이리 안 와? 최세희!”
세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정신없이 걷다 달리기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계속 달린다. 창문으로 그런 세희를 내다보는 친구 수연.
저녁 -
어둑어둑해진 아파트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던 세희는 부스스 일어선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가방 깊숙한 곳에 숨긴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유와 마주쳤다.
유 : “이제 오냐?”
세희 : “…….”
유 : “뭐냐”
세희 : “뭐가”
심상치 않은 세희의 표정을 살피는 유. 세희는 말이 없다.
엘리베이터 안. 세희의 뒤에 선 유는 교복을 입은 세희의 뒷모습을 본다.
하얀 셔츠가 꼭 맞는 작은 어깨. 목을 따라 헝클어진 머리카락. 구부정하게 아무렇게나 서있는 세희. 점점 더 크게 확대되어 보이는 세희의 목, 귀, 머리카락, 광대, 입술, 그리고...
안내음 :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먼저 내리는 세희와 그 뒤를 따라가는 유.
세희는 구부정한 자세, 피곤해 보인다. 유는 세희를 따라 405호 앞에 선다.
번호키를 누르고 문을 열자 티브이를 보고 있던 민희가 깜짝 놀라 일어서면서 묶고 있던 머리끈을 푼다.
민희 : “오빠 왔어요?”
유 : “꼬맹이, 한판 붙어야지!”
세희는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런 세희를 안 보는 척 유가 민희에게 묻는다.
유 : “언니 왜 저러냐?”
민희 : “왜요?”
유 : “아니 좀…….”
민희 : “내버려두어요. 언니 저러는 거 뭐 하루이틀도 아니고. 도대체 사춘기가 언제까지야 정말.”
유 : “ㅋㅋ 네가 언니 같은데?”
민희 :“그쵸 뭐. 제가 실질적인 언니 노릇을 하고 있다고 봐야죠. 오빠 밥 안 먹었죠? 손 씻고 와요.”
유 : “이야, 우리 민희 다 컸네?”
민희 : “오빠도 참.”
민희는 주방으로 가서 엄마가 벗어 놓은 앞치마를 둘렀다. 왠지 오빠랑 신혼살림을 차린 것 같은 기분에 민희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국을 데운다.
CG : 사춘기의 몽글몽글함이 피어오르는 주방. 국에도 밥에도 반찬 그릇마다 민희가 만지는 모든 것에 사춘기의 몽글몽글이 포자처럼 앉는다.
세희의 닫힌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는 핸드폰을 꺼낸다.
‘진 사람 편의점 쏘기. 콜?’
침대에 엎드려있던 세희. 띠링, 메시지 알림에도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민희가 차려놓은 밥을 먹으면서 민희의 재잘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꾸만 세희의 방문을 보는 유.
띠링- 세희의 답장이 왔다.
‘콜’
저녁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세 아이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 중간중간 세희의 모습을 클로즈업, 사랑에 빠진 소년의 눈에 비친 소녀의 모든 순간. 머리카락, 귀, 코와 입, 턱의 움직임, 티셔츠의 움직임, 양말, 팔꿈치.
유 : “나 이제 가야겠다.”
민희 : “오빠 왜요! 더 놀다가요. 엄마 오려면 멀었는데.”
민희가 샐쭉한 표정으로 유의 앞을 가로막는다.
유 : “오빠 공부해야지.”
민희의 앞머리를 흐뜨러뜨리는 유. 또 설레는 민희.
유 : (신발을 신으면서) “최세희, 안 가냐?”
세희 : “왜?”
유 : “내기 진거 지금 정산해라.”
세희 : “아 귀찮아. 적립해 놔.”
유 : “지고 배짱이네. 안돼, 지금 사라.”
세희 : “어유, 집요한 놈. 나 만원밖에 없다 참고로.”
유 : “알겠으니까 얼른 나오라고. 나 먼저 내려간다.”
민희 : “오빠, 잘 가요. 또 와요.”
세희 : “또 오기 뭘 또와. 저거 아주 나 거덜 내게 생겼다니까.”
유 : “네가 잘하면 되지 내 탓이냐?”
투덜대며 옷을 입으러 들어가는 세희. 유를 향해 손을 흔드는 민희.
유는 1층으로 걸어 내려간다.
어두운 밤의 아파트 1층. 유는 가방에 있던 작은 상자를 꺼내 입고 있던 외투 주머니에 넣는다. 아파트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머리를 매만진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세희가 내린다.
주머니 속의 상자를 꽉 움켜쥐는 유.
세희는 유를 지나쳐 밖으로 나간다.
세희 : “어우, 추워.”
유 : “날씨가 쌀쌀하네”
대답도 없이 앞서 걷는 세희. 드러난 세희의 다리를 본다.
유 : “안 춥냐?”
세희 : “춥다고. 그러니까 내일 사준다니까 그걸 못 참냐”
심통 난 표정의 세희를 보니 유는 머쓱하다. 타이밍을 못 잡는다.
유 : “최세희”
아파트 입구 쪽으로 걷다가 가로등 아래 선 유가 세희를 불러 세웠다.
세희 : “왜”
유 : “잠깐 서봐.”
그제야 걸음을 멈추고 유를 보는 세희. 돌아서지 않고 고개만 돌려 유를 본다.
굳은 표정의 유. 그 자리에 멈춰 서있다.
세희 : “뭐 하냐?”
말이 없는 유.
세희 : “왜 그러는데”
세희가 유에게 다가왔다.
유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세희를 똑바로 쳐다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는 세희도 점점 표정이 굳어진다. 서로를 바라보는 둘. 시간은 무한하게 연장되는듯하다. 몇 초일 수도 몇 분일 수도 몇 시간일 수도 있는_
유 : “나 너. 좋아한다.”
유는 세희를 보며 말했다.
순간 커지는 세희의 눈.
세희 : “뭐?”
웃음기 없는 표정의 유는 세희에게 한걸음 다가선다.
유 : “너 좋아한다고.”
세희 : "장난하냐?"
웃던 세희의 얼굴은 굳은 표정의 유를 따라 서서히 웃음이 사라진다.
클로즈업 : 세희의 눈, 입, 유의 눈, 입, 귀, 목, 손, 발
멍하게 서있는 세희를 바라보던 유는 주머니에서 있던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잠바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던 세희의 왼손을 꺼내 손바닥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유 : “집에 가서 풀러 봐. 그럼 나 간다.”
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유를 본다. 유는 돌아서 성큼성큼 걸어간다.
유의 뒷모습을 보는 세희.
유는 식은땀이 난다. 멋있는 척, 쿨한 척은 다 했지만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유 : (독백) 드디어 했다. 고백! 괜찮았어. 괜찮았나? 괜찮았겠지? 뒤돌아보면 안 돼. 절대 안 돼. 계속 가자.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유, 그런 유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멈춰 선 세희.
그리고 그 둘의 모습을 창밖으로 지켜보고 있던 민희. 화가 난 표정으로 사라진다.
사춘기의 호르몬이 몽글몽글 아파트를 감싸는 CG
- 다음 날 -
분주한 아침 풍경.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의 세희.
가방을 챙기고 옷을 입고 거울을 본다. 나가려다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 "뭐 또 놓고 갔어?"
세희 :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 “그래, 재밌게 놀다 와. 도착하면 전화하고.”
세희 : “응, 알았어. 근데 민희는? 벌써 학교 갔어?”
엄마 : “몰라 지 방에서 나오지도 않네. 최민희! 언니 간데!”
대답이 없는 민희. 자기 방 침대에 앉아 화가 난 얼굴.
세희 : “민희야, 언니 간다! 제주도에서 선물 사 올게!”
민희 : (독백) ‘가든지 말든지’
신나게 재잘대는 여고생들이 가득한 수학여행 버스. 세희도 친구들과 즐겁다.
한 명씩 노래를 하기 시작하고 누군가 <첫사랑>을 부른다.
차창밖을 보며 어젯밤의 일을 회상하는 세희.
어젯밤 세희의 방 -
침대에 앉아 유가 준 상자를 풀러 보는 세희.
상자 안에는 작은 목걸이가 들어있다. 별 모양의 펜던트.
그리고 작게 접은 편지.
펼쳐보는 세희.
‘최세희, 내가 널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라. 대답이 예스라면 이 목걸이를 하고 거절이라면 어디 버리던지. 그럼 수학여행 갔다 와서 보자.’
세희 : (독백) 여자친구라고?
피식 웃으면서 목걸이를 꺼내 만져본다.
그리고 다시 상자 안에 넣는다.
유의 교실 -
친구 1 : “김유!”
몇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뒤돌아보는 유.
친구 1 : “안 들리냐?”
유 : “아…. 왜?”
친구 1 : “이거 어떤 여자애가 너 주래.”
유 : “뭔데?”
친구 1 : “좋겠다 짜식.”
교실 밖에서 까륵 도망치는 여학생들. 사춘기의 몽글몽글 이 그 뒤를 따라 흩어진다.
세희의 버스 -
“다음 순서는 최세희!”
환호하는 친구들.
세희는 노래를 시작한다. 부끄러운 듯 거절하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세희의 하얀 목에
별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다. 이제 갓 피어오르기 시작한 소녀의 모습은 맑게 빛난다.
출발 -
휴게소에서 세희는 핸드폰을 확인한다. 낡은 핸드폰은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 곧 꺼질 것 같다.
세희 : “벌써? 이 꼬물 정말”
세희는 웃으면서 셀카를 찍는다.
친구 2: “야, 최세희 빨리 와.”
세희 : “알았어. 잠깐만”
엄마와 동생이 같이 있는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낸다.
< 휴게소에서 먹방 중 ㅋ 잘 갔다 올게! (하트) (하트) >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유에게도 사진을 보낸다.
초록색 스웨터, 세희의 하얀 목 위에 별모양 목걸이가 빛난다.
암전 -
(뉴스) 세월호에 탑승하고 있던 단원고 학생 전원이 ……. 사망, 실종, 생존자…..
애니메이션 -
바닷속으로 빠지는 세희
심연으로 꺼져가는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세희
바다는 세희를 더 어두운 바닷속으로 끌고 간다.
검은 바다의 깊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세희. 그 앞에 나타난 유.
유는 세희를 향해 환하게 웃는다. 물속에 나부끼는 소년과 소녀의 머리카락.
세희의 목에 걸려있는 별 모양의 목걸이.
유를 향해 손을 뻗는 세희. 그 손을 꼭 잡는 유.
둘은 바닷속을 유영한다. 중력이 사라진 곳에서 춤을 추듯 마음껏 움직이는 소년과 소녀.
깊은 바다의 모래 위로 떨어지는 목걸이_
(음악)
내 눈물이 흘러 바다가 되었어
보고 싶어 니가 너무 보고 싶어
만날 수 있다면
널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줄텐데 내가 가진 무엇이든
내 목소리를 원한다면 그것도
내 다리를 가져가겠다면 그것도
내 심장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널 한 번만 다시 안아볼 수 있다면
바다의 마녀가 너를 질투했나 봐
너무 아름다운 너를, 너를 사랑하는 나를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너를
듣고 싶어 너의 웃음소리
바다야 내 사랑을 데려간 바다야
말해줄래 그 아이 잘 있다고
네 품에서 고이 잠들어있다고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드라운 분홍빛 뺨 그대로
네 품에서 고운 꿈을 꾸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