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높고 푸른 하늘에

산책의 계절에서 마주친 사람들

by 황지

중앙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자주 지나는 산책길이지만, 새로운 꽃밭과 조형물이 들어서 있어 조금은 색다르게 보인다. 아침 먹고 여유를 좀 즐기다 나가는 시간인 10시에서 11시. 주변에 유치원이 많아 그때쯤 가면 유치원생들을 볼 수 있다. 오늘은 어학원 유치원생들이 노란 버스 4대를 나눠 타고 공원에 방문했다.


선두에서 뒤로 걷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 선생님. 맨 뒤에서 한 아이의 손을 붙잡고 함께 걷는 선생님. 꼭 철저한 보살핌 속 줄지어 가는 오리 가족이 생각났다. 하기야 만히 있어도 귀여운 병아리들이 옹기종기 손잡고 걸어가니까 귀여움이 아주 흘러넘친다. 비록 마스크 쓴 아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해맑게 웃으며 재잘대는 모습은 귀여우면서 부러웠다. 순수함과 투명함. 커가면서 스스로 조금씩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지키고 싶은 것들이었다.

한쪽 그늘에서는 버스 기사님 4분이 바위에 앉아 그들만의 자유시간을 즐기고 있다. 숲 속에서는 생님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다. 다른 한 분은 그 모습을 이리저리 사진으로 담느라 바쁘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도 학교가 지닌 에너지가 언급된다. 물론 에로에로 에너지와는 다르지만, 유치원생들이 지나는 길에 다양한 시선이 머무는 것을 보면 초긍정 + 유쾌 에너지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귀엽다,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나 같은 사람, 손자나 손녀를 떠올리는 분, 안고 있는 아이가 유치원생들을 볼 수 있게 반 바퀴 도는 아주머니. 마치 사랑하는 아이가 곧 가야 할 곳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무탈하게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 같았다.


그렇게 인생 첫 단추 꿰기를 준비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와 현재 휴학 중인 나 자신이 보였다. 티셔츠를 만든다면 양쪽 소매 정도를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랄까. 몸통은 아직 짜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동안 사회가 말하는 안정적인 단계를 큰 이탈 없이 지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직무, 산업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뭐가 옳건 정답 없는 사회지만, 눈 감을 때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삶이길 진정으로 바라본다. 너의 삶을 살아라~ 양희은 선생님 노랫말 렇게나 와닿을 수 없는 요즘이다.


각자의 생애주기를 지나온 사람들이 공원 속 한 자리에 모였다. 유튜버 offweb님의 <가을, 모든 순간이 시가 되는 계절>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자 생각의 그림 빠진다. 잠깐의 공상이지만 즐거웠던 날. 가을은 참 산책하기 좋은 계절 것 같다. 긋불긋 잘 마른 낙엽소리 른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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