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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Nov 04. 2023

5. 자율: 무위자연

제5장 기타 개념에 대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노장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현대적 용어로 자율경영이다. 사전의 무위자연 풀이를 볼 때마다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자율경영의 느낌보다 별 일 안 하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 최고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전에 무위자연을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무위를 ‘인위적으로 하지 않음’, 자연을 ‘자연계의 자연’으로 새기고 있다. 또한, 무위를 형용사로 해석했다. 이런 식으로 해석하면 무위자연이나 도덕경을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없다.


무위자연은 '의식적이나 의도적으로 하는 게 없고, 스스로 한다.'라고 번역한다. 무위를 ‘의식적이나 의도적으로 하는 게 없음’, 자연을 문자 그대로 ‘스스로 함’으로 새긴다. 도와줄 때 직접 하지 말고 무위로 해야 행동 주체가 스스로 한다는 말이다. 즉 자연은 자율적으로 하는 유위의 의미다. 사실 애매한 게 자연은 신성이나 본성이라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스스로 자(自)가 들어가면 신의 영역이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서 있는 존재다. 스스로 했다면 시키는 주체는 신성, 자성, 본성이다. 자율신경, 자유, 자율, 자연 등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으로 어찌 못 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자연이면서 유위인 것은 없음의 가능성을 포함한 있음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무위자연은 무위유위다. 노자는 있음을 부인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있음을 없어질 수 있음(묘유), 없음을 무한히 생길 수 있는 없음(진공)으로 이해하고, 있음과 없음은 나타냄이 같으나 이름이 다르고, 유무는 상생한다고 했다.


무위자연은 성인이 백성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바라보며 백성을 도와주고, 백성이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성인은 조력자, 백성은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주체라는 뜻이다.


무위자연을 사전 해석에 따라 자녀 양육에 적용해 본다. 부모가 인위적으로 교육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육시켜야 한다. 사람이 하는 행위로 다 인위적인 행위인데 인위적으로 교육시키지 않으면 어찌하란 말인지 어렵다. 노자가 전달하고 싶었던 교육 철학은 아닌 것 같다.


사전에서 무위라는 단어의 핵심이 인위적이지 않음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무위를 ‘중국의 노장 철학에서, 자연에 따라 행하고 인위를 가하지 않는 것. 인간의 지식이나 욕심이 오히려 세상을 혼란시킨다고 여기고 자연 그대로를 최고의 경지로 본다.’로 풀이한다. 이런 해석을 따르면 무위가 무슨 말인지 몰라 헤맨다. 느낌이 확 와닿지 않는다. 처음 공부할 때 무위를 파악하려고 뭐가 인위고 뭐가 인위적이지 않는 것인지 따지고,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헤맸다.


사람이 도로를 만들고, 도로 가장자리에 나무를 심었다. 도로와 심은 나무가 인위를 가해서 나쁘다는 말로 해석하게 된다. 설득력이 없는 해석이다. 사람이 인위를 가하지 않는 행위는 없다. 사람이 행한 행위는 모두 인위이므로 나쁘고, 사람은 나쁜 존재가 돼 버린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사람이 하는 일(인위)도 자연의 일부다. 또한, 안 좋은 이유는 인위 때문이 아니다. 건강에 안 좋거나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화장, 하이힐, 성형 등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인위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건강에 안 좋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경우 문제 될 게 없다. UV 계열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면 자외선이 차단되어 비타민 D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화장품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이힐은 뒷굽이 높아 발 건강에  좋다. 성형한 후 통증, 부종, 피부 처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산에 아파트 짓는 것이 안 좋은 이유가 인위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산에 살고 있는 멧돼지, 노루, 토끼, 민들레, 강아지풀, 소나무, 밤나무 등의 살 곳이 없어지고, 산소 생산하는 면적이 줄어든다.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를 무위의 사전적 의미에 집중하여 해석하면 뜻을 알 수 없다.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하지 않은 게 없다. 즉 2중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바꾸면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면 다 인위적으로 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해석이다.


무위무불위는 ‘성인은 의도적으로 하는 게 없으면 백성이 안 하는 게 없다.’ 즉 2중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바꾸면 ‘성인이 의도적으로 하는 게 없으면 백성이 스스로 다 한 것이다.’ 성인만을 주어로 해석하면 ‘성인이 의식적으로 하는 게 없지만 안 하는 게 없다.’


어감 상으로 성인이 백성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도와주면 백성은 스스로 했다고 좋아하지만 사실 성인이 거의 다 한 셈이라는 느낌이다.


부모가 자식을 도와주려고 영어 관련 이런저런 정보 찾아주었다. 자식이 그 정보 열심히 공부해 영어 점수 잘 나왔다. 이런 경우 부모는 도와주기만 하고 스스로 공부하거나 시험 본 게 아니므로 한 게 없는 것 같았다. 반면 자식은 스스로 공부하고 점수 잘 받았으므로 자기가 다 한 것으로 생각하고 좋아했으며 그 후 성취감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는 한 게 없으나 안 한 게 없는 느낌이다.


무위자연으로 하는 경영은 현대적 의미의 자율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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