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단톡방에 소소한 낙이 하나 생겼다. 바로 덕담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소위 말하는 어르신들이 서로 주고받는 덕담이 적힌 그림이나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한 2년 전에 친구 하나가 장난스럽게 자기네 부장님께 받은 메시지라며 올린 이미지를 시작으로, 어느샌가 다들 월말이나 월 초가 되면 "야, 이번에는 그거 없냐?"라며 그 이미지를 찾곤 한다. 시작은 소소한 장난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진심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들은 진짜로 어르신들이 만드는 이미지가 맞다고 한다. 한 유튜브에서 이런 이미지들이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생겨 돌아다니는지를 본격적으로 캐본 적이 있는데, 주로 은퇴하신 분들이 문화센터나 행정복지센터에서 컴퓨터 강좌를 들으며 만드시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그 영상에서는 실제로 어르신들이 수업을 들으며 그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컴퓨터를 잘 다루는 어르신이 많아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미지의 퀄리티도 조금씩은 올라가고 있는 듯하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어김없이 단톡방에는 위처럼 다가오는 24년에 많은 복을 받으라는 이미지가 올라왔는데, 그 이미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니, 문득 이제는 내가 새해 인사말에 너무 진심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작년까지는 새해가 오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익숙해진 연도 표기를 새로이 바꿔야 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것일 뿐이지요 새해가 오건 말건 나랑 별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도 그냥 형식적인 인사일 뿐이었다. 때로는 사람들에게 의무감으로 이런 인사를 돌리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인사를 주고받는 우리네 풍습이 영 마뜩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화요일,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를 공지하며 메일 말미에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구를 넣을 때는 무언가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 말은 부서원들에게 한 말이었지만, 묘하게도 나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 것이다. 요즘에 사람들하고 얘기하면 내가 2023년은 너무 힘든 한 해였기 때문에 빨리 지나가고 2024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그런지, 저 말을 썼다는 것 자체가 왠지 모르게 내가 나에게 새해에 복을 많이 받으라고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2023년의 마지막 근무일인 금요일에도 사람들과 메신저를 통해 이런저런 일을 얘기하는데, 메신저 말미에 나도 모르게 "2024년에는 우리 새해 복 많이 받아요."라고 쓰는 것을 자각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새해에 복을 받는데 진심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어른들이 예전부터 그런 이미지들을 주고받고, 늘 좋은 말, 좋은 글귀를 단톡방에 올리는 이유가 어느 정도 추측이 되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이런 팍팍한 삶은 지나가고 제발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해서 다 같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겨있었을 것이다. 아마 이런 마음은 더 많은 삶을 살아오고 많은 경험을 겪어서 이 세상이 녹록지 않은 곳임을 피부로 더 많이 느낀 어른들이 우리 같은 젊은이들보다 더 많이 느꼈을 것이기에 어느샌가 어른들의 단톡방의 상징처럼 굳어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저런 인사말에 진심이 된 나도 이제는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고 인생이 팍팍하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얼마 전에 낮술 하는 친구들이 술을 마시면서 나를 주제로 얘기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무언가를 얘기하다가 뭔가 궁금한 게 생겼는지, 일하는 나에게 전화해 생뚱맞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나는 단톡방에서 그들에게 욕을 하며 무슨 대화를 하는지 물었고, 전화한 친구는 다들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 얘기를 했다고 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비슷한 것들을 느끼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가 그 친구의 얘기처럼
나도, 가족들도, 친구들도, 동료들도,
그리고 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도
새해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고
다들 복 많이 받으면 좋겠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