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아름다움

by 이성진
IMG_20221110_091034.jpg



떠나갈 때 가장 아름다움의 여운을 남기는

하나가 억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파란 몸 안에서 치열한 삶을 살 때는

다른 것들보다 그리 잘 드러나지 않는다

빛나는 열매도 없고, 싱그런 잎새도 아니다

그렇게 한여름의 뙤약볕을 견디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랑을 혼자 가꾸었다

가끔씩 바람과 벌레들이 찾아주었을 뿐

하지만 찬바람이 불고 모든 것들이 스러져갈 때

유난히 빛나는 얼굴로 거리를 채우는

가을, 겨울의 흰옷 입은 천사

그것이 바로 억새다

그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고운 얼굴로 인사를 하며

저무는 계절에도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드러내어

세인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킨다

어디에 있다가 이리 빛나고 고운 자태로

우리들 곁으로 왔는지

우리 모두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세상에 억새와 같은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

오늘도 억새를 바라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