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2는 동쪽 바닷가에서 시작하여 바닷가로 나아가는 행로를 보여주는 길이다. 성산 일출봉을 옆에 끼고 있는 해수욕장, 광치기를 출발점으로 하여 온평 바닷가에 이르는 길이다. 그 사이 오조의 호수 같은 바닷가를 거닐고 성산 일대의 건물 사이를 누비게도 한다. 그러다 대수산봉이라는 오름을 오르게도 하고 도심을 벗어나 밭길을 한참이나 걷게도 한다. 도중에 전통 혼례식이 더러 이루어지는 명승지, 혼인지를 지나게도 하고 온평 마을을 거닐면서 다시 바다를 찾게 한다. 모두가 넉넉한 즐거움을 주는 길들이다.
올레길은 수고가 여실히 느껴지는 안내 표식이 잘 되어 있다. 그 표식을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하루를 기회로 잡으면 천천히 즐겨가면서 거닐 수 있는 적당량의 거리다. 멋진 풍광들은 덤이다. 농부들의 수고가 배여 있는 밭들은 겨울임에도 푸름을 자랑하면서 걷는 이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난 곳곳에서 풍광이 주는 안온과 사랑을 느끼면서 행복한 걸음을 한 듯하다.
온평리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원래 만들어 놓은 올레길을 역방향으로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온평리 마을에서 혼인지까지 걷는 길은 여타의 길들과 별로 다름이 없다. 빠른 보폭으로 다듬어진 길을 걸으면 된다. 도중에 혼인지를 지난다. 올레길은 그 구역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길이 혼인지 구역을 두루 구경을 하도록 안내한다. 집도 만나도록 하고 동백과 수국이 멋진 길도 거닐도록 한다. 전통 혼례식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도 하고, 추억 삼아 포토를 남길 공간도 찾게 한다. 연못을 끼고 태그로 된 길을 걷는 것은 무척 운치가 있다. 그런 길을 걷다 보면 후문으로 안내한다.
혼인지 후문을 나가면 밭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걷는 것는 자연과 함께 대화를 하는 시간이고 그 일은 행복함으로 다가온다. 무밭이 있고 감자밭이 있으며 당근밭도 있다. 제주는 겨울에도 밭에서 식물들이 자란다. 제주가 가진 땅의 속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겨울에도 수확을 하는 작물이 있고, 자라는 채소들이 있다. 푸름을 지니고 있는 제주의 겨울밭,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올레길이다. 오가며 만나는 올레길 동행자들과의 인사는 정겨움을 만들어 준다. 말은 없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하는 의식들이 무거운 다리에 힘을 주는 듯하다. 올레길 걷는 이들을 길 도중에 만나면 걸음이 무척 가벼워진다.
발길을 꽤나 걸다 보면 앞에 우뚝 솟은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대수산봉이다. 성산 가까이 있는 대수산봉, 일대에서 높이 솟아 있어 마을들을 지키는 대장군처럼 보인다. 길은 억새와 고사리 사체가 가득한 자리를 옆에 두고 오름을 오르게 한다. 길은 길게 이어지고 긴 만큼 평탄하게 대수산봉에 오르게 한다.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은 오르는 길이 길면 평탄한 길이 된다. 길이 짧으면 역으로 가파른 길이 된다. 올레길 대수산봉을 오르는 길은 길다. 그러기에 그리 가파르지가 않다. 그 말은 힘들지가 않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냥 평지를 걷다 보면 정상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수산봉을 올레길이 아닌 가파른 길로 올라본 적이 있다. 잘 다듬어 놓은 길이다. 그 길을 오를 때는 힘이 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올레길로 오르니 목적지는 하난데 그리 힘든다는 느낌은 없다. 정상에 섰다. 테그로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다. 대수산봉은 전망대가 두 곳에 만들어져 있다. 올레길은 정상의 전망대 하나만 만나게 이루어져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성산이 발 아래 있다. 그 경관이 장관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오조의 바닷가, 식산봉, 일출봉, 그리고 광치기 해변까지 모두가 그림이다. 조금 멀리는 응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지미 오름, 백약이 오름, 영주산 등 제주도 동쪽의 오름들이 거의 시야에 들어온다. 오름들이 서로 다정한 친구 같아 보여 좋다. 전망대에 서서 둘러보는 내 시선이 따뜻해진다.
대수산봉을 내려가면 고성 일대가 앞에 다가선다. 고성은 성산 일대의 옛 마을 이름으로 볼러도 될 성싶다. 고성에서 마을길을 따라 오조로 나아간다. 가는 곳곳에서 옛날 부분적으로 다녔던 도시의 건물과 길들을 만난다. 그리고 기억들이 재생된다. 민속장도 있고, 규모가 큰 건물도 있다. 큰 도로를 지나기도 했고 옛날과 현재가 교차하는 길목을 거닐기도 했다. 그 길은 오조의 해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오조의 해변은 길을 잘 다듬어 놓았다. 테그로 이루어진 그 길에 들어서면 식산봉으로 먼저 안내한다. 식산봉예 오르면 오조 일대가 화사함으로 눈에 다가든다.
식산봉에서 내려오면 올레길은 삼달리 드라마를 찍었던 공간을 지나게 한다. '그래 이곳에서 그 웃음이 유발되는 장면이 나왔구나' 하면서 지나다 보면 길은 숲길로 나아간다. 바다를 낀 숲길, 그것은 올레길의 한 모습이다. 멀리서 볼 때는 짐작할 수도 없는 깊이가 있는 숲길, 그 속에 들어서면 바다도 하늘도 인적도 없다. 오로지 새들과 억새, 풀 등만 가득하다. 난 그들의 친구가 된다. 그 길을 사색에 잠기면서 걷다 보면 오조의 바닷가가 광치기 해변과 연결해 놓은 길앞에 서게 된다. 그곳으로 걸으면서 바라보면 성산 일출봉은 거대한 빛이 되어 있다. 한 해의 처음을 여는 빛, 꿈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기서 만난다. 그곳을 지나면 광치기옆 유채꽃밭이 이루어진 길을 만나게 된다. 겨울인데도 그곳에는 유채꽃이 피고 있다.
유채꽃길을 지나 굉치기 해변에 선다. 올레길2를 다듬은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보통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광치기 해변에서 족욕을 하면서 피로를 푼다고 한다. 한두 시간 맨발로 해변을 걸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사람들이 전한다. 오늘 광치기 해변에 서면서 조금은 허허롭다. 공사를 한다고 해변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해변에서 한참이나 공사 현장을 지켜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다시 걷고 싶은 제주 올레길 2의 길이다. 돌아오는 길에 지난 시간들이 재생되어 내 가슴에 흰 눈처럼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