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 에필로그
첫째 아이 임신 소식을 전하며 의사 선생님께서 걱정을 하시더군요. 자궁에 큰 수술을 한 직후라 어떨지 모르겠다고요. 병원에서 나오면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인데도 얼마나 햇살이 눈부시던지요.
고령임신인데다 기형아 트리플 검사에서 두 항목이나 수치가 높아서 양수검사를 한 날도 길에서 울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 달 동안, 마침 동계 패럴림픽 시즌이라 매일 방송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어느 날 두 다리가 없는 알파인 스키 선수의 인터뷰를 보는데 고글 모양 그대로 얼굴이 까맣게 탔더라고요. 어찌나 환하게 웃던지요. 함께 웃던 그 선수의 엄마가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당장 냉장고에 붙어 있던 멋진 배우의 사진을 그 선수의 사진으로 바꿔 붙였습니다. 그때 제 세상이 아주 조금 넓어졌습니다.
둘째 땐 또 어땠게요. 일곱 번 인공수정을 했지만 모두 실패! 병원 다니려고 직장도 그만뒀는데.... 첫째도 있으면서 욕심 많다고 해서 남들 앞에선 울지도 못했어요. 어렵게 가진 둘째를 조산하고도 한참 울었고요.
그 아이들이 지금은 고3, 중2.... 여전히 엄마는 울 일이 많습니다. 기뻐서, 행복해서, 좋아서 운 날도 너무나 많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울 일이 많아지는 것, 혼자일 때보다 더 여려지고, 더 강해지는 것, 세상이 더 진해지는 것인가 봅니다.
울던 저에게, 우는 저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썼습니다.
괜찮다고,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고, 저도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이에요.
저의 브런치북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북에 실은 글은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라는 제목의 책으로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에 담겨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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