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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an 25. 2017

S29. 눈 온 후의 풍경

비자림로에서 삼다수목장까지

지난주 사라오름을 다녀온 후에 적은 글에서 이번 겨울의 버킷리스트 두 개를 밝혔습니다. 사라오름의 온전한 상고대 사진을 찍는 것과 눈 덮인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의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사라오름 사진은 지난주에 찍었으니 이젠 비자림로 사진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기다리는 눈 소식은 가물가물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 주말에 또 눈 예보가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줄곳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가 돼서 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https://brunch.co.kr/@jejugrapher/156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은 내렸지만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 상황을 확인했는데, 지난밤에 잠들기 전에 내렸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많이 잡아도 5cm 미만입니다. 추운 날씨에 도로는 벌써 빙판길이 돼서 일단 회사에는 휴가나 오전 반차를 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비자림로는 집보다는 해발고도 2~300m 더 높은 곳에 있으니 어쩌면 눈이 쌓여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월동장비를 챙겨서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교래리입구까지 이동해서 비자림로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실패 그리고 실망...

여전히 눈발이 조금씩 날리는 비자림로

비자림로의 눈 상태는 기대치를 밑돌았습니다. 지난밤에 내린 눈의 양도 적었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삼나무 가지에 눈이 제대로 쌓여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다가 사려니숲길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조릿대에 쌓인 눈
개울가 징검다리에 쌓인 눈
사려니숲길

아무도 걷지 않은 사려니숲길을 2~300m 정도 걸어와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원래는 개울까지 조금 더 걸어가려 했지만 숲길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말에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고 말하고 들어왔던 거라서 멀리까지 가지 않고 바로 돌아 나왔습니다.

버섯 조형물에 쌓인 눈

다시 비자림로로 빠져나와서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었습니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눈의 상태

눈이 많이 쌓였다면 비자림로를 왕복하면서 사진을 찍고 걸어서 마방목지와 한라생태숲 등을 들렀다가 집/회사로 돌아오는 것을 계획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교래리까지 걸어가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자림로를 더 걷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해서 사려니숲길에서 민오름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선택했습니다.

사려니-민오름 산책로
개울가의 눈쌓인 풍경

사려니-민오름 숲길을 빠져나와서 도로를 따라서 계속 걸어서 교래리까지 갔습니다. 중간에 샤이니숲길로 알려진 곳과 삼다수목장을 잠시 들렀습니다.

샤이니숲길
샤이니숲길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삼다수목장

작년 봄부터 삼다수목장은 출입을 못하도록 막아놨습니다. 제주에서 좀 알려진 곳들이 그렇듯이 마구잡이로 사람들이 울타리를 넘어가서 울타리가 무너지고 목초지가 파괴돼서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울타리를 넘어서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냥 울타리 밖에서 사진 몇 컷을 찍고 돌아섰습니다. 계속 걸어서 교래리까지 도착해서 칼국수로 아점을 해결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첫째는 비자림로에 눈이 제대로 쌓이지 않았다는 점이었고, 둘째는 교래에서 조금 더 걸어가서 평소 좋아하던 다른 길의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셋째는 교래를 가지 않고 그냥 절물휴양림에 가서 사진을 찍지 않은 점이고, 넷째는 비자림로가 아니라 그냥 성판악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서귀포 쪽으로 넘어가면서 숲터널까지 걸어가서 사진을 찍지 않은 것입니다. 사실 잠들기 전에 성판악과 다음 버스 정류장 사이의 거리 등을 검토하면서 갈등했습니다. 중간에 버스 정류장이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숲터널에 가는 거였는데, 성판악부터 하례정류소까지는 약 7.3km이고, 그냥 숲터널을 통과하려면 4km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냥 성판악에서 숲터널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성판악으로 돌아올까 아니면 하례정류소까지 쭉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돌아올까 등도 고민했지만...

어쩌면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 듯합니다. 2월에도 큰 눈이 내릴 수도 있지만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비자림로나 숲터널의 사진은 다시는 못 찍을 가능성이 큽니다. 많이 아쉽지만 그런 아쉬움을 가지는 것이 더 애틋합니다. 지난겨울에 3일 연속으로 눈 왔을 때 버스를 타고 비자림로까지 가면 된다는 생각을 못했던 제가 참...

왜 이런 버킷리스트를 가졌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 비자림로: https://www.facebook.com/cinefactorybomnal/videos/443461999189721 

- 숲 터널: https://www.facebook.com/jejuconan/posts/10209127151110573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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