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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예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

AM 07:00 일출

by 제주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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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육지의 일상이 야속하게 느껴졌을 때, 선물처럼 찾아와 준 제주의 아침 태양. 그 움직임은 비록 길지 않을 지라도, 여운은 길게 남아 지친 일상에 응원이 되어 줄 거예요.




제주에서의 첫 일출을 이야기하자면 조금 창피해집니다.


때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5년 어느 가을, 친구들과 함께한 제주여행이었어요. 성인이 되고 친구들과 가는 첫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죠. 늦은 밤 공항에 도착했지만 그냥 숙소로 들어갈 수 없다며 용두암과 야간개장 테마파크(여자들끼리 굳이 러브 랜드)를 찾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답니다.


러브랜드 (2005년)


바쁜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니 시간은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빨리 잠자리에 들고 싶었던 저와 달리 친구들은 내일 아침은 일찍, 성산의 일출을 보러 가자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그 의견에 찬성했기 때문에 다음날의 새벽 기상은 이미 결정된 일이었죠.


"숙소에서 일출봉까지 얼마나 걸려?"


"30분이면 갈 걸? 너무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


친구들의 물음에 저는 호언장담 했답니다. 사실 그때는 정말 그 정도면 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지도앱만 켜면 도착 예정시간을 알 수 있고 하던 시절이 아니었지요. 친구들은 제주 여행 경험이 가장 많았던 제 말을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숙소가 위치한 제주시에서 성산 일출봉까지의 거리는 약 52km. 고속도로가 아닌 이상 그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거짓말을 당당하게 했는지 지금으로서는 그저 민망할 뿐입니다. 아마도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는 것이 정말 싫었던 모양이죠.

다음 날 아침, 일출 시간 30분 전. 그제야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도착 시간을 확인한 친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답니다. 일단 운전대를 잡은 친구는 서둘러 출발했어요.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일출봉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이미 반쯤 떠오른 해와 마주치고 말았답니다. 친구들은 마치 돌고래 때가 나타난 듯 저의 이름을 소리치며 부랴부랴 차에서 내렸고, 아쉬운 대로 중천에 떠오른 해와 함께 길 위의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어요.


너희들은 웃고 있지만...(2005년)


아직도 그때 그 ‘제주앓이의 일출 방해 사건’은 모임에서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회자되고 있어요. 그때는 음해일 뿐이라며 극구 저의 잘못을 부인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답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제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제주에서 멋진 일출을 감사하고 싶지만, 이제는 각자의 삶이 바빠 한 번 모여 커피 한 잔 마시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 아쉬울 뿐이에요.

그 사건 이후에도 저는 일출을 보는 것을 장소 불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어디서나 매일 뜨고 지는 해를 보기 위해 기상시간에 집착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무의미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랬던 저도 조금씩 변하게 되더라고요. 이제 제주 여행 사진에는 언제나 '일출'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도 성숙했기 때문일까요? 이제는 평소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마치 부모님의 존재처럼요.


해뜨기 직전 지미봉에서 바라본 풍경 (2018년)


하루의 시작은 당연히 매일 계속되죠.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인 것 같아요. 늦은 밤 잠자리에 들며 오늘은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고 생각하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출과 함께 시작한 하루는 무언가 많이 하지 않더라도 왜인지 보람찼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들이 이미 오래전에 깨달았던 그 신기한 마법을 저는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요.

제주의 일출은 섬 어디에서 마주 하느냐에 따라 각양각색,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일출의 정석으로 여겨지는 성산일출봉, 한적한 오름 정상에서의 일출, 한라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신비로운 모습까지, 아직 눈과 마음의 담고 싶은 모습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을 매일 볼 수는 없기에, 여행자들에게 제주의 일출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주 곳곳에서 만났던 일출의 순간들, 그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강렬한 한 장면으로 기억되는 것은 표선의 한 숙소에서 보았던 일출의 순간입니다. 수평선 넘어 힘차게 떠오르는 불덩이의 위용은 얼떨결에 눈을 떠 마주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멋진 모습이었죠. 잔잔하고 조심스럽게 올라오는 보통의 제주의 일출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답니다. 일출을 보려는 생각 없이 늦게까지 자려던 아침이었기에 우연히 본 그 모습이 큰 행운처럼 느껴졌어요.


중문 베릿네 오름에서 (2017년)


지루한 육지의 일상이 야속하게 느껴졌을 때, 선물처럼 찾아와 준 제주의 아침 태양. 그 움직임은 비록 길지 않았지만, 여운은 길게 남아 저의 지친 일상에 작응 응원이 되어 주었답니다.


제주의 아침 태양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지 벌써 1년. 뇌출혈이라는 인생의 큰 시련을 겪고 난 후, 다시 마주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제주 일출은 저에게 또 어떤 희망과 인생의 의미를 선물할지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되는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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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작은 응원이 되어줄 제주 일출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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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변

제주 서쪽을 대표하는 협재해변. 일출보다는 일몰로 더 유명한 곳이라 의아하셨을 텐데요. 이곳의 일출이 특별한 이유는 해변 산책을 즐기며 한라산 뒤로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상쾌한 제주의 아침 기운에 취해 신나게 해변을 걷다 보면 자칫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칠 수 있으니 산책 틈틈이 한라산 쪽을 바라보는 거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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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봉
지미봉은 성산 일출봉 근처에 위치한 오름이에요. 이곳 정상에 오르면 우도와 성산 일출봉 사이에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볼 수 있지요. 정상까지의 소요 시간은 대략 30분. 오르는 길이 그리 가파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평소 잘 걷지 않는 분들에게는 조금 버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여유롭게 시간을 확보하고 오르는 것이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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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선해변
표선해변에서는 마치 동해바다 어디쯤에서 마주한 듯한 장엄한 수평선 일출을 볼 수 있어요. 이곳의 일출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해변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하게 누워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특히 연인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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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릿네오름
베릿네오름은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작은 오름이에요. '베릿네'는 별이 내리는 냇물이라는 뜻이지요. 너무 낮아서 언뜻 보면 오름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이지만 정상을 오르는 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제법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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