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6:00 프롤로그
그냥 이사를 가지 그래?
틈만 나면 떠나는 제주 여행.
그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지인들의 의견은 늘 한결같았어요.
"그냥 제주로 이사를 가라고. 지금까지 여행한 비용 합치면 방 구하고도 남겠다."
물론 제주 이주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 해본 것은 아니에요.
사실 거의 실현될뻔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꿈만 같던 프로젝트를 앞두고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뇌출혈'
이 가혹한 운명의 장난은 저는 다시 제주앓이에 시달리는 여행자로 말들고 말았죠.
그리고 이렇게 육지에서의 삶은 계속되고 있답니다.
만나는 매 순간이 소중한
그래서 헤어짐이 더 애틋한 그곳. 제주.
오름에 올라 제주
푸른 싱그러움이 가득한 오름, 생명력 넘치는 바다, 먹물처럼 검은 바위와 사시사철 푸른 야자수가 함께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들은 이제 익숙해져 무던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매번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알까? 제주와 이별할 때면 언제나 단순한 아쉬움, 그 이상의 감정이 밀려온다.
매일같이 제주앓이에 시달리는 나에게 제주는 '간절함' 그 자체다. 마음에 담고 싶은 제주의 매력은 수 없이 많지만 주어진 시간은 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나라도 더 붙잡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합리적인 동선으로 이동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유유자적 힐링을 즐기는 여행 트렌드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숨 가쁘게 움직이는 나의 제주 이야기는 다소 고리타분한 90년대 여행책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못 봐줄 만큼 너무 심한 구식 여행 이야기는 아니다.
숨 가쁜 제주 여행 시간표
제주에서의 1분 1초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나와 같은 제주앓이병 환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소박한 나의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