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하다가 앞차의 뒤창에 표시되어 있는 문구를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예전에는 "초보운전" 정도가 붙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문구나 스티커가 천차만별이고 다양하다.
때로는 운전의 무료함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문구도 있다.
"귀여운 공주가 타고 있어요"
"세명의 아이가 타고 있어요"
"어린이 보호 차량"
"성질이 까칠한 사람이 타고 있어요.." 등등이다.
뒤에 따라오는 운전자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싶음이다.
이런 사람이 운전을 하고 있으니, 이러이러한 사람이 타고 있으니 부디 조심해 달라는 의미이다.
한때 운전면허 취득 후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초보운전 표시를 부착하도록 법에 규정을 둔 적이 있다. 그러나 초보운전 표시가 오히려 위협 운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여론으로 1999년 폐지됐다. 지금은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양한 문구와 형태로 부착을 하고 다닌다. 문구도 애교형, 협박형, 사실형, 인사형 천차만별이다. 운전자의 현재 모습을 알려주고 있어서 때로는 운전을 하는데 도움이 되곤 한다.
주요 교통안전 선진국들은 초보운전자 표시를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운전 연수 차에 수습생을 뜻하는 'L(Learner)'을 의무 부착하고 있으며 면허취득 후 1년간 임시라는 의미의 'P(Probationary)'를 붙여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면허를 취득한 뒤 1년이 안 된 운전자들은 '와카바(새싹)' 마크를 붙여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점을 부과한다.
뒤창의 문구와는 정반대의 운전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적도 있다.
초보운전이라고 표시돼 있는데 생생 곡예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몇 년 전에 부착한 초보운전 딱지를 그냥 제거하지 않고 다니는 게으른 사람인지, 초보운전자의 차를 빌려서 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기가 타고 있다고, 공주가 있다고 붙여서 다니는 차 안에서는 차 밖에서도 음악 소리가 쾅쾅 들릴 정도로 요란한 경우도 있다.
요새는 차창의 선팅을 너무 진하게 해서 차 안에 누가 있는지, 운전자가 어떤 사람인지조차도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의 일이다. 차를 운전하고 시내로 나가는 길이었다. 우회전해야 하기에 2차선 도로를 타고 있었다. 사거리에 다 달았을 때다. 일단 직진 도로의 횡단보도와 우회전 횡단보도상에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기에 멈추고 좌우를 살피고 있었다. 상황상 지나가도 되겠기에 차의 액셀레이터에 발을 놓고 밟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좌측에서 SUV 차량이 끼어들었다. 대기 차량도 아니었고 안 보이던 차량이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면서 멈춤 없이 바로 끼어들기를 했기에 차를 인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엉겁결에 나는 브레이크를 밟고 급정거를 했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끼어들기를 한 차량은 미안함인지 비상들을 깜빡이면서 세차게 달려 나가고 있었다. 신호에 따라서 우회전하는 차량을 뒤쫓아갔다.
차양 뒤에는 " 3명의 애들이 타고 있어요, 양보해 주세요 "라는 스티커가 큼지막이 붙어 있었다.
"어린 자녀들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위험 운전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구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3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가족이 타는 차량인 듯싶다. 인구절벽으로 국가의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데 3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것은 고맙고 충성스러운 일이다.
3명의 자녀가 같이 타고 다닐 정도면 분명히 애들은 초등학생을 넘어서지는 않았을 터이다. 나이상으로는 10대 중반을 넘어서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다. 한창 배우는 나이, 어른들의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싶은 나이다. 그런 아이를 태우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위험스러운 끼어들기 운전을 했다. 그게 자녀들에게 부모로서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시간이 9시를 넘은 시간이라 자녀들이 차에 동승하고 있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다. 그러기에 그렇게 운전했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봤다.
우리나라에서 현행법상 차량에 무엇을 부착하든 말든, 어떤 내용을 부착하든 자율이다.
초보운전자가 초보임을 표시하고 다니는 것은 많은 차량이 밀리고 달리는 도로에서 운전하는 데는 굉장히 중요한 참고사항이 된다.
차량에 어린이가 타고 있다거나, 나이 든 어르신이나 임산부가 타고 있다는 공지성 안내표시는 주변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장려할만한 일이다.
의미있는 문구를 표시 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는 운전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프라이버시까지 공개하면서 주변 운전자로부터 보호를 받고자하는 진정성을 가진 운전자들을 보호할 수 있고, 도로상에서의 신뢰의 법칙은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