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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23. 2024

멜(멸치)이 들던 곳에 사람이 들어온다, 한담해변

한담 해안산책로에서

애월 하면 제일 먼저 얘기하는 게 한담(漢潭)이다.

애월과 한담해변은 거의 동의어가 되다시피 했다.

탁 트인 바다와 함께, 투명한 바닷속까지 모든 것을 인간에게 내어준 곳이다.



한담해변은 애월리와 곽지리 바닷가를 잇는다.

한담동이 애월리에 자리 잡고 있고, 주요 상가들이 한담동에 있기에 보통 애월리로 얘기를 한다.

한담해변의 1.2km 구간 중 길이로만 놓고 보면, 곽지리 구간이 더 길 수도 있기에 곽지리 사람들은 불만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공식 명칭은 장한철 산책로로 붙여져 있다. 산책로 자체는 2002년에 만들어졌다.

한담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해변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다.

해안산책로 입구다. 장한철산책로로 표시되어 있다. 2013년 일이다. 

산책로 주변으로는 각종 야생화가 계절을 따라 피어준다. 왼편으로는 높은 벼랑과 바위를 타고 사철마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주고, 오른편으로는 넓고 투명한 바다와 조그만 백사장, 바다에 떠 있는 만물상 같은 기암괴석들이 있다.   



한담 마을은 애월리의 오래된 자연마을이다. 애월리의 끝 동네로 곽지리와 경계를 한다.

한담모살, 한모살, 한대코지(애월코지)로 불리는 작은 코지에 오래전에 마을이 형성됐다. 그래서 한담동, 한담해변이라고 부른다. 코지는 육지부의 곶으로, 땅이 바다로 길게 내민 부분을 뜻하는 제주어다. 이곳은 몇 호 안 되는 조그만 어촌 마을로 일이 없으면 일부러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 한적한 마을이다. 파도가 잔잔하고 바닷물이 맑아 한담(漢潭)이라는 설도 있고, 한담 즉 큰 바위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한담이라는 설도 있다. 1980년대 제주도에 개발 바람이 불던 시절부터 별장 지로 각광받으면서 별장들이 마을을 채워, 이제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떠나 고향을 잃은 마을이 되었다. 그래서 고향을 등진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잊을 수 없어 포구 언덕에 망향비를 세워 놓았다.


한담해변은 예전에 멜(멸치) 어장으로 멸치잡이가 유명했던 곳이다. 

지금의 산책로 입구에는 1920년대에 세워진 멜 그물막이 2동 있었다. 멜 그물을 보관하고, 어부들이 쉬던 휴식 공간이다. 멜 그물은 매우 커서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손질하고 어로작업도 공동으로 해야 한다. 멸치잡이 철이 되면 테우를 타고 한담 앞바다 모래밭 일대에서 그물을 던지고 공동으로 조업하고 일이 끝나면 그물을 손질해서 그물막에 보관했다. 보존 논란이 있었으나 2020년까지 하나 남아있던 맬 막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없어진 한담해변 멜 그물막(출처:고영철의 역사교실)


멜을 잡던 곳에서 별장 지로, 이제는 발 디딜 틈 없는 관광지로 변했다.

  

한담이 지금같이 일반인들에게 관광지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다음 2가지다.


2015년 mbc드라마 맨도롱 똣똣의 촬영지인 봄날 카페와 지드래곤이 운영했던(?) 지디카페인 몽상드 애월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모두 그대로 있다.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개의 건물은 대조적이다.


봄날 카페는 해변 코지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다. 별로 현대적이지 못한 허름한 건물에 넓히고 붙여서 만들었다. 그 모습 자체가 탁 트인 바닷가와 어우러져서 이국적이다. 낮고 무질서한 듯한 공간이 무척이나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카페에 앉으면 바닷가 쪽으로 거침이 하나도 없다. 마치 온 마당이 내 집 정원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내 집에 온 것은 아니다. Please order first, 주문을 먼저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봄날카페다. 그냥 들어가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주문후 입장을 요구한다.


한담해변에는 주차 공간이 없다. 길도 좁다. 교행이 안 되고 차를 가져왔다가는 꼼짝 달삭할 수없는 경우가 생길 수있다. 멀지 않은 길이니 걸어서 들어오는 경우가 차라리 맘이 편할 수가 있다. 봄날 카페 옆에는 공한지 무료 주차장이 있기는 하나, 한담해변에 있는 유일한 무료 주차 시설이라 항상 만원이다.  


몽상드 애월은 봄날 카페에서 조금 더 들어간 쪽에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2015년 10월 오픈한 60평짜리 단층 건물로 지어진 커피전문점이다. 해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자연경관을 살린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카페는 지드래곤이 운영하는 카페로 알려진 후 일명 ‘지디카페’로 불리면서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핫플레이스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는 주변에 이런저런 상가들이 들어서서 예전 분위기를 상상할 수도 없다. 



이젠 애월리 한담동에서 예전 조용하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찾을 수는 없다.  

애월리 구시가지를 지나는 순간부터 길 양옆으로 상가들이 우뚝우뚝 즐비하다. 밤낮없이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카페와 식당, 숙박업소, 선물 가게다. 이젠 한담해변이라는 말과 애월 카페거리라는 말을 같이 사용한다. 그만큼 카페가 많다는 것이다. 가는 길, 오는 길, 눈에 뜨이는 게 정체 모를 간판들이다. 거의 다 카페들이다. 


애월리 끝에는 곽지리로 나가기 전 삼거리에 한담공원이 있다. 

자리를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여기는 무료 주차장이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주차가 가능하다면 여기에 주차하고 한담해변으로 가는 조그만 길을 따라 내려가 보라. 한담해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것이다. 봄날 카페가 있는 한담코지에서 부터 곽지해수욕장까지, 그리고 탁 트인 바다까지 말이다. 앵글을 가져가면 자체가 액자가 되어 거대한 수채화를 얻을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여기 한담해변을 찾은 보상을 얻고도 남을 것이다.      

한담공원 주차장에서 본 해안산책로, 전체를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다



이제 한담해변은 몸살을 앓고 있다. 

한담해변 위 도로는 제주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일주도로다. 

정기노선버스뿐만 아니라 제주를 해안선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도로여서 오가는 차들이 쉴 세가 없다.

한담해변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고, 리모델링한다. 얼마 있다 가보면 새로운 상가가 생긴다.


한담해변은 온통 크고 작은 바위와 암석으로 얽혀있다. 

계속된 진동으로 바위가 충격을 받아서 부서지고, 낙석이 일어나고 있다.

21년 애월곽금 3경의 하나인 치소기암의 떨어지는 사고/ 23년 바위 낙석으로 진입로가 막히는 사고가 발생

21년에 이어 23년에도 절벽의 일부가 무너지고,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일부분이고, 해변의 전체 모습에 큰 훼손을 주는 일은 아니어서 안전조치 후 다시 개방하고 있다. 


지금 한담해변 천혜의 아름다움은 우리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유지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애월리 한담마을은 애월리의 문화와 역사의 맥을 같이 하고 있으나, 현재 남은 것은 없어 보인다.  

자꾸만 멀어져 가면서 애월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 같기에 아쉬움이 더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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