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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n 22. 2019

뭣이 중헌디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토요일 사무실. 조용하다. 어제도 조용하더니 오늘도 조용하다. 아내와 집에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기로 한다. 상추와 고기 조금. 그리고 밑반찬. 먹으면서 아내가 나를 처음 보았을 때를 상기하며 말한다.


(띠리리리 리리리~) 상추가 끼인 내 치아를 보고 웃으며 아내가 말한다. “당신, 이빨에 원래 머 잘 끼는구나 ㅎㅎㅎ 그런데 당신 처음 보았을 때 이가 얼마나 가지런하게 보이던지 ㅎㅎㅎ” 그리고 이어진다.


“2번째 당신 만나서 저녁 먹으러 간 식당이 이름이 뭐였지?” 내가 기억할 리가 있나. 가만히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는 이어 말한다. “암튼 아마 그때 돌솥밥 먹었던 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기억이 없고 여전히 웃고 있다.


“그때.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우리보다 늦게 온 것 같은데 더 빨리 음식이 나와서 내가 당신에게 물었지? 우리가 더 빨리 오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당신이 말하기를 우리가 늦게 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아 그렇구나 내가 착각을 했나 보네 하고 마침 나온 돌솥밥을 맛있게 먹었지.”


“그런데 헤어질 때 당신이 사실은 우리가 더 빨리 왔었다고 말해주었지. 기분 좋은 데이트 하는데 사소한 문제로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거야. 순간 나는 머리를 띵하게 세게 부딪힌 것 같았고, 이렇게 사람을 배려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러고 나니 당신이 달라 보이더라고 ㅎㅎㅎ”


내가 말했다. “그런데 여보, 나 오늘 저녁에 서울에서 약속 있어….”


“뭐. 라. 고….” 살짝 목소리가 올라가다가 이내 웃으며 말한다. “잘 갔다 와~”
아내와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저녁도 맛있게 먹을 것이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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