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우린 같은 70년 대에 태어 났다 우린 이름의 첫 이니셜이 같다 우연의 일치지만 이런 우연은 필연이라 믿고 싶어 진다
스타벅스 매장은 같은 스타벅스지만 그 어느 한 곳도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같기 때문에 친근하고 익숙해서 다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아서 이것이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똑같은 컵에, 똑같은 음식, 똑같은 냅킨, 똑같은 에이프런을 맨 직원들이 똑같은 맛의 커피를 파는데도 말이다 나는 스타벅스 매장에 갔을 때 그곳만이 내게 주는 첫 느낌이 좋다 설렘과 기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얼마 전의 그 느낌. 캐나다에 와서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어쩌면 스타벅스 덕분인지도 모른다 평생을 말로 먹고살던 내가 말이 안 통해 '그냥 웃지요'로 하루하루 지내다 우연히 들어간 스타벅스. 레인 쿠버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 계절 내내 내리던 비 탓이었을까? 그날 마신 커피는 내게 위로였다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커피지만 어디서나 글이 써지는 건 아니었기에 찾아다니기 시작했던 스타벅스 매장. 다행히 캐나다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많았다 이 말은 내가 설렐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커피 값이 많이 들기야 하겠지만 한 잔 커피 가격으로 새로운 공간을 내 맘대로 스케치할 수 있음은 분명 가성비로 따질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그곳의 첫 느낌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적어 나처럼 스타벅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하나 내고 싶다 커피와 글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사람을 유혹해서 거기에 빠지게 한다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비 내리는 밴쿠버. 매일 입이 아닌 손으로, 시나몬 가루 톡톡 두 번 넣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