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결혼식장
원래는 홍릉숲이 목적지였다.
초행길이라 지도앱을 따라 어찌어찌 홍릉숲 앞까지 왔는데, 건너편이 ‘세종대왕기념관’이라는 것이다. 아니, 이곳은 우리 부모님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 아니던가. 홀리듯 세종대왕기념관으로 향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궁중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고 나니, 나무숲에 포근하게 둘러싸인 푸릇푸릇한 마당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 야외 전통 혼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멀찌감치 서서 흐뭇한 마음으로 혼례를 지켜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한눈에 봐도 연식이 좀 되어 보이는 건물이 위풍당당 서 있다.
아, 이곳이구나.
두 분의 결혼식 사진 속 앳된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그때는 실내에서 식을 올렸다).
이 복도에 한껏 단장한 채 서서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없으셨을 양가 부모님, 2층에 있는 피로연장에 인사를 다니느라 계단을 바쁘게 오르내렸을 아빠, 신부대기실에서 내내 긴장한 채 기다리고 있었을 엄마.
작정하고 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가 강산이 네 번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 자리 그대로 변함없이 지키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