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해주가 악마의 카페로 돌아오자 욱이 기다리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한참을 바라보다 눈시울을 붉히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간다.
욱은 해주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며 그녀의 입술에 그의 입술을 포갠다.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고, 그의 입술에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욱의 코를 자극하는 그녀의 향기가 꽃바람을 연상케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은 천천히 입술을 뗐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욱에게 해주는 누구보다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산책..할까요?"
두 사람은 동네 골목 사이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한다.
해주는 평소 외부 미팅도 많고 출장도 잦다 보니 걸음걸이가 빨랐고, 욱은 책을 많이 읽고 길 가다가도 멈추고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걸음걸이가 느려서 남자가 여자의 속도에 맞춰야 했다.
그래서 해주는 이따금씩 남자의 속도에 맞추려 멈춰 서서 욱을 기다리곤 했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그러게. 산책하길 잘했네."
욱은 해주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했고 어느새 작은 공원의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인공 호수에 도착한다.
호수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두 사람
"호수가 예쁘네요."
"이 호수 이름이 뭔 줄 알아?"
"이름이 있어요? 그냥 명월공원 안에 있는 호수 아닌가?"
"공원 이름이 명월이 아니고 호수 이름이 명월이고 명월호수가 있는 공원, 그래서 명월호수공원. 내가 지었거든, 호수 이름."
"네? 호수 이름을요?"
"응. 이 공원 지을 때 나라에서 나보고 투자를 하라더군. 처음엔 이젠 나라에서도 개인한테 투자를 하라 마라 관여하는구나,
했는데 우리 호텔 바로 옆이다 보니 공원에 필요한 면적 안에 내 사유지가 껴있던 거지. 그래서 협조해서 공원을 만들고 공원과 호수 이름을 지으라길래.
밝은 명, 달 월. 어둠이 짙은 밤에도 달을 보며 나침반으로 삼듯,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주리라는 뜻으로 지었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으니까...나랑은 많이 다르지?"
"아뇨. 어울려요."
"약속 하나 하자. 나는 이제 10년 밖에 안 남았는데 그 안에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네가 나보다 먼저 갈 수도 있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둘 중 누구라도 한 사람이 먼저 가게 되면, 남은 사람이 그 사람을 그리워하지는 말고 기억만 하기로...
나처럼 500년 동안이나 그리워하는 건 싫고 그렇다고 기억조차 하지 않으면 좀...서글플 거 같아서..."
"그럴 일 없어요...절대로..."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내뱉는 거 아니야. 그만 돌아갈까?"
두 사람은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간다.
"마지막 임무는...어떠셨어요? 인간다운 인간이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인간다운 인간을 위한 임무여서 마무리도 찝찝하지는 않을 것 같아...괴롭힘 당하는 남고생이었는데 처음으로 일주일의 기한을 포기하고
바로 소멸시켜달라고 한 인간이었어..."
"그만큼 절박했나보네요...근데, 바로 소멸이 가능해요?"
"아니, 계약 위반이지."
"아..."
"나 어렸을 때 엄마가 재워주면서 들려준 이야기가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대단한 스토리도 아니었는데 계속 들려달라고 했어.
어쩌면 그냥 단지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잠이 드는 게 좋아서였을지도..."
"저도 들려주세요..."
해주는 욱과 함께 악마의 카페 의자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마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 마을은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살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어둠이 자신들을 보호해 준다고 믿으며, 빛을 거부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마을에 들어왔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빛을 사랑했고 마을에 빛을 가져오려고 노력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작은 빛을 찾았다.
그녀는 작은 등불을 말 들어 마을 곳곳에 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의 노력에 감동했고, 그들은 소녀와 함께 빛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함께 등불을 만들고 마을을 밝게 만들었다.
어둠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빛이 어둠을 이겨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빛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는 마을의 빛이 되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소녀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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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 가장 빛이 나는 건 언제나 일상 속에 있다
[일주일 후]
해주의 마지막 계약자 석민을 다시 소환한 해주
"오랜만이에요."
"정리하기에 일주일은 좀 짧지..."
"그렇긴 한데...어쩔 수 없죠..."
"......"
해주는 석민의 앞에 캔들을 가져와 불을 붙이고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다시 그 불을 끄자 캔들이 꺼지면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석민은 그 연기와 함께 소멸되었고 석민의 계약서도 사라진다.
석민의 머그잔에 그의 이름이 새겨지면서 진열장으로 옮겨진다.
차원의 경계선 앞에 소환된 석민 옆에 저승사자가 서 있다.
해주를 차원의 경계선 공간에 가둔 저승사자와는 다른 저승사자다.
"2006년 4월 18일생, 최 석 민. 본인 맞습니까."
"네...맞습니다..."
저승사자가 석민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석민은 저승사자와 함께 '신'의 앞에 소환되어 '신'의 심판에 오른다.
가장 먼저 초반지옥이 석민의 눈앞에 펼쳐졌으나 바로 중합지옥으로 이동했다.
종합지옥의 '신'은 석민이 도둑질을 여러 번 행하였지만 본인의 의지가 아닌,
한중수의 강압적인 폭행에 의한 것이었기에 죄가 추가되지 않고 다음 지옥인, 대초열지옥으로 넘어간다.
거짓말 또한 도둑질과 같은 이유로 행해진 것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순조롭게 다음 지욱으로 이동하는 저승사자와 석민
후반지옥까지 무사히 오게 된 석민은 최종 재판을 받기 위해 '신'의 앞에 섰다.
'신'의 왼쪽에는 큐브형태의 얼음 한 덩어리가 놓여 있는데 그 안에는 해주를 차원의 경계선에 가둔 저승사자가 얼어붙은 채로 갇혀 있다.
석민을 인도 중인 저승사자는 그 저승사자를 보고는 흠칫 놀란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해보거라..."
"혹시...한중수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너와는 다른 곳에서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으니 다시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이제 최석민, 그대에 대한 판결을 내리겠다...
그대는 생전, 절반의 인생을 고통 속에 살아왔기에 7 단계의 지옥을 무혐의로 통과하였고 그 점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2006년 4월 18일생, 최 석 민. 즉시 천국으로 향할 것을 명한다..."
석민은 그동안 고통받았던 인생을 보상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저승사자의 안내에 따라 차원의 경계선으로 빨려 들어가 도착한 곳은
지옥과는 정반대로 평화롭고 밝은 분위기의 천국이었다.
그곳에서 석민을 맞이한 건 천국을 총괄하는 천국의 '신'이다.
한편, 석민이 소멸된 후 비로소 악마의 마지막 임무를 완료한 해주는 한동안 진열장의 수많은 머그잔들을 보며 그동안 수행했던 임무들을 떠올린다.
욱은 조용히 해주의 옆으로 와 해주의 손을 따스히 잡아 준다.
이후 진열장의 수많은 머그잔들이 하나둘씩 자개함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진열장은 어느새 텅 비었다.
텅 빈 진열장을 보고 한숨을 쉬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기는 해주
그러다 갑자기 해주의 몸이 손부터 시작해 발까지 순차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순간 쉬어지지 않았던 숨을 몰아서 쉬며 고통스러워한다.
"해주 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하...후...후...후..."
해주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제 초능력까지 사라진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이 순간부로 그녀는 악마가 아닌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해주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욱을 양팔 가득 안는다.
욱은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는 토닥인다.
두 사람이 사무실로 나가자 어김없이 이환이 기다리고 있다.
"여태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연하죠. 마지막 임무가 끝나면 저 문을 열고 나오실 땐 인간으로 나오실 텐데...그 모습을 놓칠 수가 있어야죠~"
"외롭지 않아서 좋네...이제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좀...알려줄래요? 임무와 능력만 없어졌을 뿐인데 왜 이렇게 어색하죠?"
"차츰 익숙해지실 거예요~ 저도 있고, 장 욱 씨도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이환의 말에 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해주의 어깨를 토닥인다.
(나에게 빛이 된 당신이 어둠을 이기고 악마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이제 당신이 인간으로서 더 빛이 나도록 내가 지켜 줄게요...)
항상 계획이 있던 이환이 이번엔 계획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욱과 해주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앞으로 10년...이라고 하셨죠?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늘 해왔던 것처럼 전 대표님 뒤에서 늘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세 사람이 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늘 먹던 메뉴 말고 다른 메뉴를 주문하는 해주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들이 사실상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인간으로서의 첫 식사는 식재료 하나하나 전부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식사 후에 이환은 차량을 문 앞에 대기해 놓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고 해주와 욱은 로비에 배치되어 있는 소파에서 잠시 앉아 있기로 하고
카페에서 프런트 직원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줄 음료를 주문한다.
로비로 향하는 두 사람을 향해 로비에 있던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해주의 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