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28화

by 제나랑

27화 - 저승사자


해주가 사무실로 나오자 갑자기 어둠으로 가득차더니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고 해주는 그 그림자가 뭔지 알아챈다.


"저승사자...여기 왜 왔지?"


해주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 순간 주변에 있던 수많은 캔들 중 하나에 불이 붙고 그 불빛으로 인해 저승사자의 얼굴이 보인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더군..."


"설마..석범을 나에게 인도한게 당신이야?"


"글쎄...나는 그저 그자가 포기하지 않도록 너를 향한 분노를 상기시키도록 어떤 물건 하나를 떨어뜨려줬을 뿐..."


"당신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악마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 충실히 임하고 있다고...너와 나는 분야만 다를 뿐인데 나에게 이러는 이유는 없잖아..."


"최선을 다한다? 충실히 임해? 가슴에 손을 얹고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 사사건건 '신'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사소한 감정 따위를 배제하지 못하고 인간에 휘둘려서 일을 그르칠 뻔한게 도대체 몇 번째지? 그로 인해 능력이 제한 된게

몇 번째인지 아냔 말이다! 옆에서 보기가 한심하기 짝이 없어서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러 친히 온 것이다."


"첩첩산중이네...조카도 모자라 이젠 아무 상관도 없는 저승사자까지 ㅈㄹ들이네...

네가 뭔데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준데? 어차피 너도 '신'이 준 임무 수행하는 한낱 수행자일 뿐이잖아. 다른 저승사자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ㅈㄹ이야!"


"다른 것들은 너한테 관심이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널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으니까?

난 너같은 것들은 그냥 빨리 소멸 시키고 싶은데 '신'이 원치 않으시니까 이번에도 그냥 인도하는 차원에서 맛만 보여주지..."


저승사자가 말을 마치자 저승사자의 모습이 이 역으로 바뀐다.

그러고는 한 마디를 남긴채 사라진다.


"기다리겠소...당신이 날 찾아올 때까지..."


동시에 차원의 경계선으로 소환된다.

차원의 경계선은 문을 열고 통과만 해봤지 통과하지 않고 그 안에 들어온 건 처음이다.

해주가 평소처럼 통과하기 위해 반대쪽 문을 찾지만 보이지 않고 들어온 문도 사라져 버린다.


"뭐..뭐야, 설마..갇힌 거야?"


해주는 텔레포테이션 능력으로 공간을 이동해보려 하지만 먹히지 않고, 염력으로 벽을 뚫거나 공간을 부수려고도 해봤지만 전혀 소용 없었다.


"What the F**k! 능력도 안 통하는 거야? Shit..."


해주가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주변에 관들도 많고 거꾸로 매달리 십자가들도 많다.

해주는 가까운 곳에 있는 관 속에서 무슨 소리를 감지한다.

관 뚜껑을 열자 수많은 영혼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고통스러움에 귀를 막기 위해 손을 놓자 관 뚜꺼이 닫히고 그 소리는 작게 들린다.


"하..."


관들이 하도 많아서 피할 공간이 딱히 있진 않지만 최대한 관에서 먼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표님, 어디에요?"


"장 욱?"


"네. 저 욱이에요. 대표님이 갑자기 사라지셔서...근데 목소리는 들리네요?"


"그러게. 여기 차원의 경계선 안인데 저승사자 이 새끼가 날 여기 가뒀어. 능력도 안 통하네."


"네? 능력이 안 통해요? 어떡해요?"


"그러게. 나 어떡하냐...ㅈ됐네..."


"거기도 혹시 귀신이나 영혼 같은 것도 있어요?"


"영혼은 여기 머물러 있을 수 없어. 여기 갇히기 전에 통과해서 구천에서 떠돌거나 이미 소멸 되었을테니까. 영혼 보다 무서운 게 여기 평생 갇히는 거야."


점점 추위를 느낀 해주는 덮을 것이 없나 찾아보는데 이런 공간에 그런게 있을리가 없다.


"하..ㅅㅂ 개춥네..."


"악마라고 추울땐 따듯하고 더울땐 시원한 능력은 없나봐요?"


"난 따듯한 적이 없어. 온몸이 늘 차서 더울땐 안 더워서 좋은데 겨울엔 남들보다 더 추위에 약해. 그래서 내 사무실은 항상 난방을 최대로 해놓고 있어.

반대로 여름엔 에어컨을 안틀어. 내가 겨울을 싫어하는 이유지."


"아..그래서 카페에 비해 사무실이 그렇게 더웠구나..."


"근데 여기는 다른 곳보다 더 추운거 같네..."


"제가 어떻게 해줄까요?"


"혹시 모르니까 거기 책장에 보면 '악마의 모든 것'이라는 책이 보일 거야. 거기에 차원의 경계선 파트 좀 찾아 줘."


"잠시만요."


욱은 해주가 말한 책장에서 '악마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꺼내 책상 위에 펼친다.

챕터 중 차원의 경계선을 찾는다.


"아...대표님, 찾았는데 다 읽어 드려요?"


"디게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욱은 난감해 하지만 그래도 하나씩 읽어내려간다.


"첫번째, 차원의 경계선에선 영혼이 머무를 수 없고 반드시 통과해야한다.

두번째, 차원의 경계선은 오직 '신'과 '저승사자'만이 통제할 수 있다.

세번째, 차원의 경계선은 30분마다 1도씨 온도가 내려간다.

네번째, 차원의 경계선에선 악마도 능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한다.

다섯번째, 차원의 경계선에는 악마의 물건만이 통과할 수 있다.

여섯번째, 차원의 경계선으로 악마의 물건을 이동시키려면 악마의 카페에서

원형으로 49개의 캔들을 켜놓고 그 원 안에 이동시킬 물건을 놓아야만 가능하다.

일곱번째..."


"그만 읽어도 될 거 같네...결국 저승사자가 컨트롤하기 전까지 못나간다는 말이네...그냥 정 실장한테 얘기해서 담요든, 히터든 뭐든 여기로 좀 이동시켜줘..."


"네, 네! 조금만 참아요!"


욱은 비서실로 가서 정 실장을 불러오고 상황 설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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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 ‘신’의 경고


정 실장과 욱은 해주에게 담요와 히터를 전달하기 위해 악마의 카페 넓은 공간을 중심으로 캔들 49개에 원형으로 하나씩 불을 붙힌다.

캔들 49개로 만든 원형 안에 들어가는 물건이어야 하며, 하나씩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캔들이 다 녹아 초가 꺼지기 전까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시도하여야 한다.

일단 담요를 먼저 원형 안에 넣자 사라진다.


차원의 경계선 공간에 담요가 나타나고 해주는 바로 담요를 집어서 덮는다.


"하, 이게 되네?"


"대표님, 이제 전기 난로 이동 시키겠습니다."


"잠깐만, 근데요, 정 실장님. 여기 콘센트가 없는데 전기 난로가 와도 어떻게 사용하죠?"


"아...제가 차박할 때 쓰는 미니 무선 난로가 있어요. 그건 되지 않을까요?"


"정 실장남 취미가 차박이에요? 몰랐네. 일단 보내봐요."


정 실장은 개인 차량이 있는 지하 주차장에서 캠핑용 무선 난로를 꺼내온다.

욱은 정 실장이 가져온 무선 난로를 원형 캔들 안에 넣는다.

하지만 히터는 사라지지도, 이동하지도 않았다.


"대표님, 히터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뭐? 왜요? 어째서?"


"잘은 모르겠지만 책에는 제품 내부에 전기 회로나 전자 회로가 있으면 이동이 어려운 거 같습니다."


"뭐? 그럼 핸드폰, 난방기구든 뭐든 다 안된다는 소리야?"


"네..."


"하...저승 이 개새끼! 반드시 '신'의 재판을 받게 한다, 내가. 장 욱, 그냥 담요나 최대한 보내줘."


"네. 잠시만요."


욱은 해주의 사무실에 있는 모든 수납장을 열어 담요 4개를 찾아내 차원의 경계선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조금은 체온이 올라간 듯 하지만 이대로 점점 내부 온도가 내려간다면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다.


해주가 차원의 경계선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저승사자와 '신' 뿐이고 해주를 가둔 저승사자를 설득하는 방법보다

'신'을 만나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욱

원형 캔들 앞에 양반 다리로 앉아 명상을 하며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후우..."


('신'님, 제 기도가 들리신다면 제발 해주씨를 차원의 경계선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승사자가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휘둘렸다는 이유만으로 초능력을 쓸 수 없는 공간에 가두었습니다.

제 기도가 안들리신다면 더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부탁 드릴게요. 제발...

누군가에게는 악마일지 모르지만 저에게 해주씨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 입니다.

한강에 뛰어든 저를 구해주셨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어요.

전 해주씨가 아니었다면 이미 당신 앞에 '자살'이라는 죄명으로 재판을 받고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예지씨를 비롯한 많은 인간들이 해주씨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신'의 뜻은 항상 인간이 이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거 아닌가요? 제발...부탁 드려요...)


욱의 간절하고 절절한 기도가 '신'에게 닿았고 '신'은 욱을 소환한다.


"정령 인간인 그대가 악마를 구하고자 한다는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저승사자가 해주씨를 가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악마로서의 임무에 사소한 감정을 배제시키지 않고 소홀히 하여 '신'을 괴롭혔다는 이유라는데

한낱 인간이라 악마로서의 임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적어도 간절한 영혼의 기도를 들어주고 정당한 대가를 받고,

부당하게 계약 위반을 하는 인간들에겐 응징을 하고,

선한 영혼을 가진 인간들에게는 선행을 베푸는 것이 정말 벌해야 할 정도로 잘못된 일인가요?

인간 세상의 법도에는 무고죄가 있는 것처럼 되려 무고한 해주씨를 가둔 저상사자를 벌하여 주세요."


"다시 묻겠다. 정령 악마가 무고하다고 생각하느냐...악마는 오로지 계약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다.

허나, 계약을 맺지도 않은 인간에게 해를 가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느냐...또한, 선한 영혼이라는 이유로 다른 인간들과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저승을 어지럽게 한 것이 정령 타당하다고 보느냐..."


"그건...해주씨의 능력을 제한하는 걸로 대가를 치른 거 아닌가요?"


'신'은 한참을 욱을 바라보다가 손짓을 하더니 담요 4장을 겹겹이 덮고 있던 해주가 '신' 앞에 소환된다.


"아, 깜짝이야."


"전생에 이어 이승도 모자라 저승에까지 적을 둔 기분이 어떠냐..."


"하...내가 아는 욕으로는 형용이 안 되는데..."


"악마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이것가지 감수했어야 했다...그대는 악마인가, 인간인가...그대는 악마인가, 신채경의 기억을 간직한 지해주인가..."


"기억을 지우고, 이 역과 재회를 포기하고 진정한 악마가 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요?"


"원하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노선을 정확히 하라는 말씀이시네요. 이제라도 기억을 지우고 이 역과 재회를 포기한 채 진정한 악마로 살아가느냐,

기억을 간직한 채 지해주로 살다가 44살에 소멸 되느냐..."


소멸이라는 말에 놀란 욱이 해주를 바라본다.


"기한을 주시면 안되나요?"


"단, 그대가 기억해야 될 것이 또 있다."


"뭔데요?"


"악마는 인간을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하게 되면 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능력 다음은 너의 영혼이 될 것이고...

그 이후에 내 앞에서 아무리 간절하게 부탁해도 얻는 건 없을 것이다. 알겠느냐..."


'신'이 손짓을 하자 해주와 욱을 이승으로 보내진다.

해주의 사무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퇴근 준비를 하는데 욱이 해주를 붙잡는다.


"근데요. 그 동안 연애..안 하셨어요?"


"예? 안 했겠어요?"


"그럼 상실한 능력이 있다는 거에요?"


"아...그게 그렇게 되나? 연애를...사랑을 해야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아, 넌 모르겠구나..ㅋ"


"네? 연애..가 사랑이 없으면..왜 하는 거죠?"


"...아까 못들었어? 사랑이 없어야 한다니까? 내가 내 능력과 영혼을 왜 한낱 인간 따위 때문에 잃어야 하지?"


"아...그쵸...그렇겠죠..."


욱은 왠지 서운한 마음에 시무룩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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