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 마지막 임무
해주가 사인을 한 계약 파기 확인서와 악마의 계약서 두루마리가 돌돌 둥글게 말리며 '신'의 손 위에 떠 있다.
"마지막으로 선택권을 주겠다...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느냐, 아니면 바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느냐..."
"마지막 임무..수행하겠습니다..."
"마지막 임무가 끝나는 일주일 뒤 계약사의 영혼을 소멸하는 날, 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고 10년 후 소멸된다..."
"네, 알겠습니다..."
[해주의 사무실]
해주는 이승으로 돌아가 마지막 계약자의 기도를 기다린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환이 해주에게 다가온다.
"법무팀 보고 사항입니다. 예지 씨 사건은 피고인이 특수폭행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영업방해죄에 입각해 검찰청으로 사건 기소 되었고,
1차 재판 날짜는 다음 주고, 예지 씨는 참석을 원하지 않으셔서 법무팀만 참석할 예정입니다.
예지 씨는 옮긴 인사팀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고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지 않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HS필름과 정식 투자 계약 체결을 위한 미팅은 언제로 잡을까요? 대표님 스케줄에 맞추겠다고 하셨습니다."
"내일 오후 2시 우리 호텔 회의실로 미팅 잡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 실장님, 저 계약 파기 했습니다."
"네? 무슨..."
"마지막 임무만 끝나면 인간으로 살다가 10년 후에 소멸..된다구요...이 역도 포기 했어요..."
"차원의 경계선에서 무슨 일이 있으신 거예요?"
해주는 차원의 경계선에 갇힌 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전부 이환에게 얘기하고 장 욱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 역까지 포기하실 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까?"
"뭐?"
"대답해 주십시오..."
"저도 허무하긴 한데요...첫번째는 10년 후에 부모님, 정 실장님 그리고 장 욱과 헤어지고 악마 2회차...자신 없어요...
이 역은 그다음 이유에요...이 역에게 묻고 싶었던 것도...서신의 내용과 내가 궁을 떠나던 날의 얼굴, 눈빛이 왜 달랐던 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젠 잊을 수 있을 거 같아요...이 역의 진심이 뭐였 건, 임종 전까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건...
누군가의 말처럼 그냥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그에게도 사정이 있었을 거다...그게 뭐가 됐든...
신채경은 이제 놔주고 10년 남은 지해주의 삶에 집중하고 싶어졌어요...아무래도 전 악마로선 실격인 거 같아요...
이제 임무 수행 안 해도 되니까 정 실장님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아니었어요?"
"아닙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야속한 것 빼곤 좋습니다...대표님 악마의 모습으로 인간을 대하실 때 진짜 무서웠거든요...
잘 하셨어요...대표님의 결정...존중합니다...앞으로 남은 10년...잘 부탁드려요..."
"고마워요...그렇게 말해줘서..."
그때 한 남학생의 간절한 기도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해주의 모습에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가는 이환
"마지막 임무 수행...잘 하고 오세요..."
해주는 악마의 카페로 이동해 다시 집중한다.
(제발...여기서 벗어나게 해주세요...저 좀 제발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우리 할머니를 지키려고 한 게 잘못인가요?
그게 제가 이렇게 당해야 하는 이유인가요?...
이 새끼가 처벌을 받든, 안 받든...이제 상관없어요...
그냥 이 새끼한테서 벗어나게 해주세요...이제 못버티겠어요...더이상은...)
해주는 남학생을 악마의 카페로 소환시킨다.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학생은 해주를 보고 또 한 번 놀라 뒷걸음질 치다 벽에 가로막혀 울먹인다.
[최 석 민]
남학생의 명찰을 보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진정시키는 해주
석민은 조금씩 진정하며 의자에 앉는다.
"네가 원하는 거 내가 들어줄 수 있어...그 대신 너는 지금 나에게 너의 이야기를 말하고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돼"
"그..그게 다예요?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오~ 간만에 똑똑한 인간이네...끝까지 똑똑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네가 내 마지막이라니, 나쁘지 않네.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나는 네가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거야, 그게 뭐든.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널 여기로 소환할 거다.
그땐 너의 영혼을 나에게 넘기면 너의 영혼은 소멸된다.
그 이후엔 그 새끼한테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없던 일이 될 거고, 너라는 존재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거다.
그럼 모든 게 다 끝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든, 이대로 돌아가든, 그건 너의 몫이고 선택이야."
"할게요! 사인...지금까지 저에게 일어난 일들이 끝날 수만 있다면, 그 새끼가 사라지든, 내가 사라지든, 뭐든 상관 없어요...다 끝내고 싶어요..."
해주는 테이블 위에 놓인 캔들에 불을 붙이고 만년필과 계약서를 석민 앞에 가져온다.
"음료 뭐 마실래? 커피? 에이드?"
"아...저는...음...그냥 추천 해주세요...시그니처도 좋구요..."
해주는 머그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우유를 절반 정도 따른 후, 그 위에 몽실몽실하게 거품 낸 휘핑크림을 채우고 크림 위에는 초코 파우더를 뿌려
완성한 크림 라떼를 석민에게 직접 가져다준다.
"마지막 손님, 최석민, 마지막 음료는 크림 라떼......주문하신 '멸망' 나왔습니다."
석민은 크림 라떼는 한 모금 들이키더니 만년필을 들어 계약서 서명란에 사인을 하고는 크림 라떼를 마저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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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 마지막 참 교육
크림 라떼를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석민
"저는 의정부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살다가 4학년 때 서울로 이사 왔어요.
근데 전학 온 첫날이 저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고 그 새끼의 타깃이 됐어요.
어느 날은 책상이 소각장에 버려져 있거나, 어떤 날은 의자가 소각장에 버려져 있어서 매일 소각장에 버려진 책상이나, 의자를 가지고 등교하는 게 일상이었고, 다른 날은 교과서가 다 갈기갈기 찢긴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거나, 체육시간에 벗어 놓은 교복이 난도질되어 있고, 졸업한 선배 교복 물려 있고
등교하면 체육복을 찢어 놨어요. 또 다른 날은 책상 서랍에 죽은 쥐 나 면도칼 수백 개를 넣어 놓기도 했어요. 졸업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같은 중학교에 떨어져서 중학교 때는 더 심하게 괴롭혔어요. 더 ㅈ같은 건, 고등학교조차도 같은 고등학교...그 새끼 이름이 한 중 수 인데...
아버지가 국회위원이고 엄마가 판사라서 선생들은 모른 척하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는데 그 새끼 이름 듣자마자 연락 준다고 사건 접수 해주는 척
저를 보내더니 아무것도..정말 아무것도...안 하더라구요...엄마, 아빠가 저 어렸을 때 고아원에 버렸는데
할머니가 다시 데리러 오셔서 지금까지 할머니랑 둘이 사는데 저희 할머니가 오전엔 김밥 팔고 오후엔 폐지 주우시면서 힘들게
저 키우시는데 그 새끼 패거리들 마주친 후론 할머니를 볼모로 이상한 짓 시키고 동영상 찍고..."
"힘들었겠네...버텨줘서 고맙다...그 ㅈ같은 새끼 내가 어떻게 해줄까?"
"...죽이는 것도 되나요?..."
"네가 원하면 뭐든..."
해주는 석민을 있던 곳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석민은 학교 건물 뒤 창고에 갇혀있다.
중수와 그의 패거리들은 창고 앞에서 시시덕거리고 있다.
해주는 석민의 고등학교로 순간이동 해서 뒷문에 도착하고 학교 건물 뒤쪽을 따라 걸어가니 소각장과 창고가 보이고 그 앞에 중수와 패거리도 보이는데
그들도 해주를 발견하고 하나 둘 일어나 해주 쪽으로 걸어온다.
"거기! 누구세요? 아직 교생들 올 시기 아닌데? 선생 새로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외부인이면 여기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 돼요! 나가요!
나가는 문은 들어오신 문으로 나가시면 돼요 ㅋㅋ"
"오~ 우리 명오 카리스마 오지네 ㅋㅋㅋ"
"너네구나? 그럼 이 중에 한 중 수 도 있겠네?"
폐타이어 위에 앉아 있던 중수가 패거리들 앞으로 걸어 나온다.
"나 알아요? 뭔데 내 이름을 알아?"
"나? 너 잡아먹으러 온 저승사자"
중수와 패거리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비웃는다.
"저승사자래 ㅋㅋㅋ 존나 무섭다 ㅅㅂ"
"뭐 하나만 물어보자. 어떤 뇌구조를 갖고 태어나면 사람을 7년 동안 질기도록 괴롭힐 수가 있는 거냐?"
"아~ 그거~ 그냥? 재밌잖아?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 중에 계속 갖고 놀고 싶고 계속 갖고 놀아도 안 지겹고 계속 재밌는 장난감 없어요?"
"재미? 장난감? 하...그냥 양아치인 줄 알았더니 태생부터 ㅈ같은 개새끼구나? 그치, 이래야지. 이래야 마지막까지 죄책감이 없지."
"뭐래, ㅈ같은 건 내가 아니라 아줌마 면상이지."
중수는 해주에게 밀착해 오더니 귀에 대로 속삭인다.
"깝치지 말고 혼나기 싫으면 꺼져, 아줌마."
"하, 아줌마? 그래, 오늘 아줌마한테 맴매 좀 맞자."
해주는 한 손으로 중수의 목을 졸라 들어 올리더니 소각장 쪽으로 던진다.
중수가 고통스러움에 일어나지 못하는 동안 그의 패거리들을 차례로 주변 폐타이어를 비롯한 폐기용품들을 이용해 인사불성을 만들고
그들의 기억을 지운 후 학교 밖으로 던진다.
그러고는 중수가 쓰러져 있는 소각장으로 향한다.
해주가 나타나자 겁에 질린 채로 뒤로 기어간다.
"아이구, 벌써 이렇게 겁먹으면 재. 미. 없지"
해주는 연속으로 중수의 뺨을 고개가 돌아가도록 풀스윙으로 갈겨댄다.
중수는 극도의 공포심에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지린다.
중수의 오줌을 재빠르게 피하며 표정을 구기는 해주
"Ewwwww~~~우웩! 애기도 아니고 오줌을 지리고 그래~ 더럽게~ 애기 오줌은 냄새라도 덜 나지~ 존나 역겨운 새끼네"
해주는 중수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창고 앞으로 향한다.
중수는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지르지만 해주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로 창고 문에 걸린 쇠사슬과 자물쇠를 끊어낸다.
창고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웅크리고 있던 석민이 보인다.
석민은 해주와 중수를 발견하고 천천히 일어난다.
"그동안 네가 석민이한테 했던 짓 진심으로 사과해. 그럼 여기서 끝내지"
중수는 석민을 쳐다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비웃는다.
"ㅈ까 ㅅㅂ"
"하...악마가 자비를 베푸는 일은 거의 없는데 넌 그걸 지 발로 걷어차네? 이제 보니 멍청하기까지 한 새끼네. 입을 찢으면 사과를 하려나?"
해주는 여전히 중수의 머리채를 놓지 않은 채로 염력을 이용해 중수의 입을 양 옆으로 당겨 피가 줄줄 흐를 때까지 찢는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할게요."
그 말에 해주는 입을 찢고 있던 걸 놓아주지만 머리채는 계속 잡고 있다.
"석민아, 내가 정말 미안해...내가 잘못했어...앞으로 아~무짓도 안 할게. 진짜야. 믿어줘. 조용히 학교 다닐게. 엄마, 아빠한테도 비밀로 할게.
제발 용서해줘...내가 널 또 괴롭히면 우리 졸업할 때까지 노예로 살게."
석민은 몸을 바르게 세우고는 비웃으며 찢어져 있는 입을 더 찢으며 말한다.
"지옥에나 가, 쓰레기 새끼야."
해주가 손을 등 뒤로 하고 다시 꺼내자 손엔 사냥용 총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중수의 머리채를 놓더니 중수의 비명소리를 잠재우듯 총을 장전하고 쏴버린다.
이곳저곳에 피가 낭자한 채로 중수는 즉사하였고 바로 소멸되었다.
"앞으로 아무 짓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지."
해주가 석민을 보자 석민이 해주의 피 묻은 손을 교복으로 닦아준다.
"고맙습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과 받아주셔서...그냥 죽이셔도 상관없었는데...사과까지 받으니까 한결 편해졌어요...
저 지금 소멸되더라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안돼.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할머니 계시다며, 일주일 동안 정리 잘하고, 갈 준비 하고 기다려. 일주일 후에 다시 보자."
"네."
해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악마의 카페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