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_ 9
우리는 모두 자랑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새 직장에 합격했을 때,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에 통과했을 때, 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이런 순간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도 있다. SNS에 올린 여행 사진에 친구가 뜬금없이 차가운 반응을 보일 때, 혹은 새로 산 물건을 자랑했다가 묘한 분위기가 감돌 때. 그럴 때면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나의 작은 자랑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들도 유튜브에 나와서 자랑이 불필요한 비교와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대방에게 열등감을 주고,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관념 속에는 자랑은 삼가고 겸손은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깊게 박혀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자. 자랑이 그렇게 나쁜 것일까? 자랑이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기쁨을 나누는 측면의 긍정적인 면은 놓치고 있던 게 아닐까? 오히려 적절한 자랑은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축복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자랑의 방식이 아닐까. 상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자랑은 어떤 것일까?
예컨대, "드디어 내가 바라던 집을 샀어!"라는 글과 "2년 동안 야근하며 모은 돈으로 작지만 소중한 내 집을 마련했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정말이네."라는 글. 어느 쪽에 더 공감이 가는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단순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함께 나누는 것, 그 안에 담긴 어려움과 노력까지 함께 나눌 때, 자랑은 단순한 과시를 넘어선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건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이런 공유는 빛을 나누는 자랑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을 때,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이럴 때는 겸손해야 한다며 너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촛불처럼 기쁨을 나누면 된다. 촛불은 자신의 빛을 나누어도 빛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주변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자랑이 언제나 긍정적일 수는 없다. 자랑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자랑을 완전히 피하는 것도 관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용과 표현 방식이다. 배려가 담긴 자랑은 오히려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서로의 성장을 돕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랑의 미학은 균형에 있다. 나의 기쁨을 나누되, 상대의 상황도 헤아리는 것. 성과에 동반된 어려움도 나누는 것. 이렇게 할 때 우리의 잘 아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희망이 된다. 모두 서로의 빛을 나누며 성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게 진정한 의미의 자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