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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집과 소신의 경계

빛과 그림자 _ 15

by 루메제니


소영 : 아니.. 아이를 왜 이렇게 방치하는거야?

혜진 : (한숨을 쉬며) 나는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혼자서도 잘할 수 있게 자율성을 길러주고 싶어.

소영 : 그렇다고 다 내버려두는 건 아니잖아? 어느 정도는 지도하고 가르쳐야 하지 않나? 좀 불안해 보이네.

혜진 : 집마다 다 다르니까! 우리는 이 스타일이 맞더라고!


둘 사이의 공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육아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좀 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영은 혜진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혜진은 자신의 신념이 공격받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생각했다. 소영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혜진의 방식 역시 그녀의 가치관 속에서 만들어진 신념이었다. 두 사람은 '신념'과 '아집'의 경계에 서 있었다.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아마도 어렵다. 그 이유는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기준과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이 기준과 관점은 신념으로 굳어지기도 한다. 신념은 내가 믿고 따르는 원칙이며, 그 원칙은 내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신념은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신념이 누구러지기도 단단해지기도 한다.


신념과 아집에는 차이가 있다. 아집은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고 타인의 의견을 거부하는 태도다. 아집은 신념과는 달리 관계를 왜곡시키고 망치기도 한다. 아집이 센 사람은 관계에서 손해를 보기 쉽다.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다 보면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집을 내려놓지 않으면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사람은 각기 다른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는 아집은 결국 자신에게도 큰 손해다. 아집은 타인에게 미움을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는 태도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집을 깨고 신념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 답은 자각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아집이 관계를 망치고 있음을 깨달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아집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타인과의 소통을 차단한다. 그러나 내가 가진 고집이 나와 타인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아집을 내려놓고 신념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의 기준과 경험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념이 타인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의견을 배제하는 고집에서 비롯된 것인지 성찰하는 일이다.


아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내 신념을 점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다. 관계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이 내가 가진 고집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관계를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이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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