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절미 Jun 07. 2016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JB


우리는 매주 목요일에 한 주 동안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잉절미란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한 지는 이제 반년 즈음 되었다. 올해 초 문득 독서모임을 만들어야겠다 결정했을 때 커피를 사발로 들이킨 듯, 심장이 쿵쾅거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왜 였을까. 혼자 읽는 책보다 함께 읽는 책이 즐겁기도 했고, 어쩌면 외로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미뤄왔던 중요한일에서 도망가거나 혹은 불평만 늘어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었다.


주변에 책을 사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책과는 담 쌓고 살았을 것 같은 사람에게 지나가듯 던져본 말로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고, 책을 인연으로 친구의 친구들이 내 친구들이 된다. 좋은 책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의 인생책이 너의 인생책이 되기도 하고, 서로서로 좋은 책을 소개해주다보니 신박한 신간은 이제 놓칠 일이 없다. 그리고 다행히도 독서모임은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이 전부였다.


‘잉절미’로는 모자란 감이 있어 ‘스트레칭’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큰북 작은북(https://www.facebook.com/groups/783685251761800/)’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참여하는 책 모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면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고, 책 모임 프랜차이즈를 해볼까 하는 헛된 욕망도 있었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 독서 모임은 이기기 위한 토론이나 공부, 혹은 책 읽기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즐겁게 읽는 것을 목표로 했고 우리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최소한의 규칙을 정한다.


1. 책은 양해를 구한다면 안 읽고 와도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양심상 최소 50쪽은 읽도록 하자. 

다들 바쁜 현대인이라, 책에 대한 부담은 되도록 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책이 없는 수다로 흐르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독서는 필요했다. 사실 책을 잘 골라오기만해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2. 모두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안 그래도 읽기 힘든데,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자고 하면 읽을 수 있을 리 없다. 다 함께 같은 책을 읽기로 하면, 누구에게는 좋은 책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흥미없고 읽기 힘든 책일 수 있다. 또 언제나 좋은 책을 고를 수도 없다. 그나마 한 권을 읽더라도 자기가 고른 자기 책이 책 읽기에 흥미를 붙이기 더 쉽다. 


3. 기술 서적은 금지다.

구성원 대부분이 개발자라 정해진 규칙이다. 개발 공부도 좋지만 책 모임에서는 맨날 하는 이야기 말고 쓸모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좋은 개발 관련 커뮤니티가 많다. 


4. 가끔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맞는 책을 읽는다.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책이 아니더라도 주제를 정하고 읽으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2번 '모두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를 보완하기 위한 규칙이기도 하다. 각자 다른 책을 읽으면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아무말 대잔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주제가 같다면 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좋다. 주제를 정하는 과정도 재미있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이야기했던 주제는 사랑, 가족, 교육, 권리, 감정이었고 이번에는 ‘늙음’과 ‘미술’을 주제로 읽기로 했다.  지난 반년 동안 내가 직접 읽거나 책모임에서 소개받은 책을 모두 헤아리면 아마 100권이 넘을거다. 책에서 배운 것들도 많지만 책보다도 서로에게 배우는 것들이 더 많고, 사실 책 보다도 사람 덕분에 즐겁다. 책 모임은 그런 곳인 것 같다.


‘잉절미’ ‘스트레칭’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함께 즐겁게 책 읽고 있는 친구들에게 고맙다. 새해 첫날의 쿵쾅거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뿌듯하다. 혹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없을까하는 바람은 언제나 있었고 브런치에 글을 쓰자는 것도 그런 의도가 있었다. 혹시 여기 쓰인 글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책에 가까워지는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책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든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이전 01화 안 읽어도 괜찮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