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잉절미 Jul 17. 2017

뒤늦은 도장깨기

별의 계승자 추천기

동찬


처음보는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잉절미 독서모임에 참여한지 고작 2번째. 나는 부담스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독서 모임 당일 아침의 공기가 뻐근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장르를 소설로 정했다. 비문학 장르는 처음보는 사람의 마음도 뻐근하다 못해 뻣뻣하게 만들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다른 문제를 가져왔다.


'소설의 내용을 어디까지 밝힐 것인가.


'내가 그 작가가 아닌 이상 어떤 식이든 잠재 독자에게 예기치 않은 선을 그어 버리게 될 것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두 권을 놓고 고민하다 이력이 화려한 책을 고른다. 독특한 이력이 도장깨기의 한 라운드는 버텨주리라는 믿음이다.




그렇게 선택한 책 '재출간' 된 별의 계승자다. 도서관 장서에 꽂혀 있어 도서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에도 이력이 있을까? 1977년의 SF 작품이라 저자도 예기치 못했을 에피소드가 몇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정식 번역판이 처음 팔린다. 이후 절판, 고가의 중고책으로만 유통되어 읽고 싶은 독자의 원성이 자자했다. 왜 다시 출간을 하지 않느냐는 원성. 출판사와 1도 관계가 없어 잘 모르지만 원성 덕부인지 2016년 재출간 되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일본의 유명한 SF상 '성운상'을 다양한 버전으로 수상했다. 속칭 책에도 요즘식의 스펙이 부여한다면 엄친아 급이라 할 것이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풀었을 뿐인데 JB가 반응한다. 내심 전략이 통했다는데 안도의 숨을. 처음보는 사람의 표정에서도 흥미가 떠오른데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사실 여기까지가 1회전 공개 목표였으나 감질나는 분위기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내용으로 이어나갔다. 스스로가 미리 내용을 아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책의 겉보기와 각자의 지식으로 판단케 하는데 집중해 이야기를 풀기로 했다. 도장깨기는 나의 도장깨기고 이야기 소비의 즐거움은 그들의 즐거움이기에 도장을 깨기도 전에 즐거움부터 깨고 싶진 않았다.


표지는 '전'의 이야기이다. 책을 사기 전, 책을 읽기 전 등 뭔가의 전조이다. 하지만 별의 계승자 표지는 다 읽고서  다시 감상할만 하다. 중앙의 우주복 입은 해골이 읽은 전/후가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해골의 소개는 단순하다. 이제 막 달에 기지를 세우기 시작한 인류가 달 탐험을 시작한다. 물론 유사이래 모든 것은 처음. 그런데 탐사대는 첨단 우주복 속 해골을 탐사 지역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5만 년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해골이다. 따라서 책의 내용도 단순하다. 해골의 정체는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간단하게 풀어낸 문장 만큼 아귀가 들어 맞는다. 이 책은 끝까지 아귀가 들어 맞는 기분을 준다. 설정 상 작가가 만든 내용을 제외한 모든 것이 현재의 정상 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책은 일어날 수 없는 문제 상황을 쓰고선, 의외로 과학적으로만 풀어간다. 그것도 77년 작품 답게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수준을 활용한다. 5만 년 전이란 측정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방사선 동위 원소 측정'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이 책을 소화할 수 있다. 이런 식이기에 마지막 결론까지 과학 이론의 맞춰진 톱니를 재발견하는 기분을 느낀다.
그렇게 작자는 독자의 생각을 깨버린다. SF는 상상이 발휘된 과학 소설 즈음으로 생각했다면 더더욱. 영화나 만화로만 SF를 만났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런 콘텐츠를 모아 '공상 비과학 대전' 류의 책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설명이 안 되는 기술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설명을 하는 부분에 대해 비과학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과학 지실을 실험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이외에도 수능 언어영역 지문에 워낙 빈번하게 출연해 차갑게 식어버린 패러다임 이론이라든가, SF의 카메오 우주인 등 다양한 떡밥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도장깨기 당일 이야기 했지만, 미리 알고 봐서 좋을 것이 없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부 읽고 알게 된다면, 이 책이 당신의 합리적 의심 수준을 높여줄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는 집으로 떠났다. 거리가 멀어 차가 일찍 끊긴다는 당연한 이유에서다. 별의 계승자는 이런 류의 당연함을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답을 점점 찾아나간다. 그래서 다들 읽고 토론하길 엄청 바랬기에 이번 도장깨기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전 13화 도장깨기(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