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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작가 Jun 27. 2022

The Blue light

#1




 제임스는 돌연히 두 눈을 번쩍 떴다. 잠에서 깨어난 건지 여전히 꿈 속인지 그 경계가 오묘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많은 전기충격 패드와 전기선들이 숙주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는 과연 어디일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예측할 수 없었다. 침대 머리맡 플러그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냄새가 그의 눈을 따갑게 했다.


 제임스는 충혈된 두 눈을 깜빡이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깨질 듯한 두통으로 머리에 손을 올리자 전기 패드와 전기선이 치렁거렸다. 팔뚝에 깊이 꽂혀있는 굵은 주삿바늘을 따라 방울 맺어 떨어지는 수혈액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가고 있었다. 제임스는 간호사를 부르려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때 방전된 기계가 재충전되듯이 강력한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심장박동 소리가 힘차게 뛰기 시작했고, 세포 조직들이 되살아나 팔딱거리며 사지로 뻗어 나가는 묘한 에너지를 느꼈다. 깃털처럼 그의 몸이 가벼워져 갔다. 두 발로 딛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제임스는 팔목에 꽂혀 있는 바늘을 잡아 빼고 산소호흡기를 벗어던졌다. 텅 빈 병실은 겨울 새벽 공기보다 음산했지만 창밖 너머 달빛에 드리워진 하늘이 새벽 밤을 은은하게 밝혔다. 제임스는 달빛이 드리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메랄드의 신비로운 푸른빛이 병실 내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묘한 달빛의 이끌림 창가로 발걸음을 옮긴 제임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지를 덮은 얽히고설킨 방대한 그물이 현란한 빛을 뿜으며 사라지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기괴하기만 했다. 한참 넋을 잃고 하늘을 응시하던 제임스는 줄기 꺾인 꽃처럼 맥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쓰러져버렸다. 그때 시간은 3시 14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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