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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Mar 15. 2017

효창공원앞역 우스블랑

포근한 백곰 셰프님네 빵집




'어디야?'

'효창공원앞역'

'그런 곳도 있어?'



좀처럼 입에 붙지 않는 지하철 역들이 있다. 나에겐 효창공원앞역이 그중 하나였고, 살면서 갈 일이 있을까 싶었던 생소한 곳이었다. 상수역에 있었던 아기자기한 빵집 - 우스블랑이 이사 가기 전까진.  





곰이라는 뜻의 ous와 하얀 이라는 형용사 blanc이 만나 우리나라 말로 '백곰'을 뜻하는 우스블랑.




백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셰프님의 가게여서 붙은 이름인 건지, 가게 이름 따라 셰프님의 별명이 백곰 셰프가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빵집 곳곳에서 백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다. 바게트를 들고 있는 백곰 입간판, 귀여운 액자, 안내 메시지 옆 그림, 우스블랑표 에코백과 양말까지 - 작은 동네 빵집이지만, 탄탄한 브랜딩과 아늑한 공간으로 주말이 되면 늘 붐비는 이 동네 핫플레이스답다.








 1, 2층 전체를 베이커리 겸 카페로 이용하고 있어 넓다란 공간을 자랑하는 우스블랑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몇 안 되는 빵집이어서, 주말이면 양 손 가득 빵을 포장해가는 손님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손님, 배달 라이더님들로 매장이 꽉 찬다. 테이블에 빈 자리가 없는 것도 흔한 일이라 타이밍을 잘 맞춰 가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공간만 훌륭하다면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으리라. 베이커리 카페답게 빵도 참 맛있다. 페이스트리부터 하드빵, 구움 과자, 샌드위치까지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는 되는데, 생긴 게 어찌나 예쁘고 재료 조합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덮어 놓고 사다 보면 텅 빈 지갑과 살이 덤으로 따라온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두 번의 환승을 해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곳을 자주 찾는다. 빵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좋고 번화가가 아니라 여유로운 동네 특유의 분위기도 좋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창가도 소중하고, 나무 테이블과 노란 조명도 따스하다. 때론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슬프기도 하지만.



우스블랑에 앉아 있으면 별거하지 않아도 시간이 잘 간다. 책을 읽거나 글을 써도 좋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은 말해 무엇할까. 모든 순간이 휴식이기에, 여기 찾아오는 길 까지도 내겐 여행이자 즐거움이 된다.






우스블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어디선가 백곰 셰프님의 이력을 읽은 적 있는데, 보통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는 베이커들과 달리 백곰 셰프님은 26살. 다소 늦은 나이에 빵일을 시작하셨다고 했다. 세상의 기준으로 조금 늦은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담아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내게 큰 인상을 주었고, 나는 나의 지금을 되돌아보곤 했다. 핫한 동네가 아니어도 자연스레 사람이 모이는 작은 빵집. 멍하니 앉아 이 공간을 느끼고 있노라면 그 안에 담긴 노력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서 나 역시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겠다 마음을 다잡게 된다. 



늦어도 괜찮다. 중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의 색이 있고 확신이 있다면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충분하다.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동네 빵집.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데 갈 수 없는 일요일이 되면, 나는 우스블랑에 간다.







하나) 샌드위치, 수프, 샐러드가 있어 주말 브런치로 정말 좋아요.


둘) 탁틴, 키쉬 등 조리빵이 다양합니다. 식사 대용으로도 좋으니 든든하게 즐겨보세요.


셋) 구움 과자나 페이스트리, 케이크 등 달콤한 빵들은 정말 달달해요. 커피와 함께하면 더 맛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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