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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Feb 03. 2024

잔소리의 원인

네가 만약 4시에 나가야 한다면, 나는 3시부터 신경 쓰이기 시작할 거야

나도 잔소리를 듣던 그 시절에는 엄마가 잔소리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엄마는 왜 나만 보면 잔소리를 할까 생각했다. 잔소리 좀 안 하면 좋겠다고 내가 알아서 할 텐데 왜 저러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하지만 잔소리를 하는 입장인 지금 잔소리 하나하나도 체력과 관심을 쏟아붓는 사랑임을 안다. 나는 동생에게 “숙제는 다 했니?" "학원은 언제 갈 거니?""아니 숙제를 미리미리해야지!" " 일어나-" "놀지 말고 숙제부터 해라." "일찍 자라" "사뿐사뿐 걸어 다녀라" "공공장소에서는 시끄럽게 하지 마라" "다리 떨지 마라" 등등 여러 잔소리를 한다.


사실 나도 잔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나도 하루 24시간을 나에게만 집중하며 보내고 싶다. 동생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잔소리를 듣는 모든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잔소리는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항상 바람과는 달리 이것을 보는 잔소리 듣는 사람들은 "그럼 안 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말할 것이다. 으악, 스트레스! 


잔소리를 하기 위해서 일단 그 대상의 스케줄과 해야 할 일들을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하며 심지어는 계속 주시해 실시간 현황들을 모두 빠르게 업데이트해야 한다. 진짜 이것은 쉽지 않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것을 헤쳐나가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도 모두 신경 써야 한다니. 엄청난 능력이다. 잔소리는 좋은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거기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정말 크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있을 것이다.


게다가 잔소리도 습관인 것 같다. 한 번은 아예 신경을 꺼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어린 왕자에 이런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네가 만약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하기 시작할 거야' 하지만 나는 '네가 만약 4시에 나가야 한다면, 나는 3시부터 신경 쓰이기 시작할 거야'. 진짜 3시쯤 되면 얘가 옷은 입었는지 씻기는 했는지 지금이 세시인 거는 알고 있는지 온갖 신경이 다 쓰인다. 하지만 진짜 꾸욱 눌러 참고 3시 40분에 알람을 하나 맞춘다. 이게 내 마지노선이다. "딴딴딴딴"하고 알림이 울린다. 하지만 아무 기척도 없다. 그때 방문을 열고 보면 옷도 입고 있지 않다. 흐아 또 참고 빨리하라고 재촉한다. 버스가 2분 남았을 때 그제야 뛰어 나간다. 진짜 뒤통수에 잔소리 폭격을 하고 싶지만 속에 담아둔다. "잘 다녀와. “


우리는 잔소리를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잔소리를 할까? 뇌에는 나 자신을 인지하는 부분과 다른 사람을 인지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자신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를 인지하는 부분에 가깝게 저장되어있다고 한다. 정재승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나라고 인지할 만큼 가깝기 때문에 내가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나와 다른 존재로써 인정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한 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사랑해서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불같이 화가 나는 거예요. “라고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사람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게다가 정답도 없는 자신의 생각에 다른 사람을 끼워 맞추고자 한다. 물론 잔소리가 모두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더 오랫동안 세상을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이며 잔소리를 들어서 나쁠 것은 없다.


게다가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 잔소리를 더 많이 한다. 자기를 통제하는 것만큼 사랑하는 사람도 철저하게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통제하면 할수록 로봇같이 정확한 fm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받아들여보자. 그러고 자기에게도 너무 가혹한 사람이 되지는 말자.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잘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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