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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Oct 06. 2020

층간소음의 명절, 휴일, 다시 평일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른 층간소음을 맞이하는 법

오늘 줄넘기를 하는지 약 3분 정도 일정한 간격으로 빠르게 뛰는 울림에 잠에서 깼다. 줄넘기보다 도구를 사용해 바닥으로 내려치는 것 같았다. 줄넘기를 한다면 발이 허공에 있다가 땅으로 착지할 텐데 아무리 빠르게 뛴다고 한들 닥닥닥닥닥닥닥닥닥닥 닥닥닥닥닥닥닥닥닥 빠르기로 착지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진동은 위에서 우리 집으로 전달되는데 낮고 잦은 진폭으로 떨리니 귀 안쪽에서부터 웅- 웅- 거리는 것 같았다.


추워서 자기 전에 창문을 닫았더니 쿵쾅대며 이방 저방 돌아다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발걸음 소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걸로 보아 한 방에서, 내가 일어나는 방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이른 새벽에 정말로 운동이라도 하는 걸까?


약 5분 뒤 이번에는 줄넘기를 하는 듯한 둥 둥 둥 둥 둥 둥 둥 대는 소음이 천장을 두드렸다. 뭘 해야 이 시간에 그런 소음이 나는 걸까? 어떻게 합리화를 해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닫았던 창문을 한 뼘 정도 열었다.


약 5분 뒤 이번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듯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는 울림이 천장을 두드렸다. 두두두둥 두둥 두두두둥 둥둥 두두두두둥. 아이들이 뛰는 소리라고 하기에는 규칙적이었다. 애들 발소리는 우다다다다 우다다다다 이런 느낌이다. 어딘가를 찍고 달리며 내딛는 걸음마다 무게를 달리 실어 소음의 크기가 약간씩 다르다. 이걸 어떻게 이걸 알았냐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휴일을 맞이 하기 전에 몸을 풀어두는 건가? 명절 전 미리보기 겸 소음인가? 일상적인 생활 소음이라고 여기기엔 오늘은 너무 규칙적이고 지속적이었다. 동시에 울림이 울리지 않고 한 소음이 시작되면 다른 소음이 끊기를 걸로 보아 새벽마다 쿵쾅대며 찍어대는 발망치의 주인공이 지금 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를 내려치는 소음이 들렸다. 발을 크게 굴리는 쾅- 하는 소음도 뒤를 이었다. 밖으로 나가 창문으로 뭘 하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길래 새벽마다 이러는지!


천장을 두들기는 소음을 뒤로하고 집을 나왔다.




명절 전 전초전이 맞았다.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온 세상 무너지듯 뛰더라. 아무도 방문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난장판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명절 소음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별로다.




주말에는 다시 출근을 했다. 층간소음을 피해 도망갔다. 엄청난 황금연휴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무도 없는 회사에 출근 날과 다름없이 들어가 내 자리에 앉았다. 너무 아무도 없어서 약간 무서운 마음도 있었으나 고요해서 좋았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는 말을 속으로 거듭 되풀이하며 일을 했다.




일요일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집 근처에 도착했으나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서성였다. 잠도 안 자고 뭘 하는지 거실 한가운데에서 쿵- 쿵- 거리며 돌아다니고, 드르륵 바퀴 끄는 소리도 나고, 바닥으로 뭘 그리 내려치는지 듣기 괴로운 울림이 비 규칙적으로 울려서 들어가기 겁났다.


며칠 전에 우연찮게 암막 블라인드 사이로 미세하게 위층의 불이 켜진 걸 확인했다. 멀리서 언뜻 보고 이 시간이면 자나보다, 싶었는데 가까이 가니 블라인드 사이 틈새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 보였다. 보고도 그냥 들어갔더니 쿵쾅대더라. 괜히 봤다는 마음, 그래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다는 마음, 확인하면 뭐하나 어차피 스트레스는 똑같은데 뭐하러 확인했을까 자책하는 마음들이 이리저리 엉켰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을 보면서 근처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웠다. 허공에 걷는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는 기구가 있길래 이러고 있네, 신세한탄 좀 하다가 하늘 좀 보다가, 흐리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하다가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갔다. 이때는 굳이 올려다보지 않았다.


현관을 너머서는 순간까지는 별 울림이 느껴지지 않아 좋았으나 거실에 들어서자 뭘 하는지 꿍 쿵 꿍꿍 쿵쿵 드르륵르르르르륵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으. 지겨워.




어제는 자정 전에 들어갔다. 11시 40분인가 50분인가 그랬을 것이다. 날이 추워서 도저히 밖에 있을 수 없었고 느리게 집 근처를 더 돈다고 한들 많이 걸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뿐더러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책 무게가 상당하더라.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들어가니 나도 모르게 위층의 불빛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완벽히 어둡길 바라면서 확인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언뜻 확인한 위층은 완전히 어두웠다! 캄캄했다!


걱정과 달리 위층은 일찍 자는지 조용했다. 정말 오랜만에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잘 수 있었다. 혹시, 날이 추워져서 엄청나게 두꺼운 매트를 깔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취침했다.




새벽. 오늘도 위층의 발망치 소리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쿵- 쾅- 쿵쿵쿵- 쾅- 화난 듯이 집 안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어제는 여태 뛰어서 힘든 나머지 온 가족이 일찍 잤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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