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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넌 말할 때 가시가 있어.
바른말만 한다고 정평이 나 있던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내 말투나 표현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느껴질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내가?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부정하고 길길이 날뛰었다고 해야 할까. 나름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그 평가는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혹시 내가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마음을 찌른 적은 없었을까?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전달하려다 보니 감정보다는 사실을 중시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을 놓쳤던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른말이라는 명목 아래 내 말이 상대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적도 있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때는 내 입장에서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의도로 말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점이었다. 말은 도구라 칭할 수 있지만 그 도구를 쓰는 방법에 따라 위로나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반대로 나는 상대방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 편이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나도 모르게 그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마음속 깊이 박히곤 한다. 상대방은 이미 잊어버렸을지도 모를 말을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며 그 말속에서 내 부족함을 찾으려 애쓴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스스로를 탓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기도 한다. 특히 내가 신경 쓰는 사람일수록 그들의 말은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나는 상대방에게 내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다. 말로 상처받는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약해 보이고 괜히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혼자서 감정을 삭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상대방의 말을 조금 가볍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음을 그리고 감정이 배제된 사실은 때로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내 마음에 꼭 필요한 말만 남기고 나머지는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내가 상대의 말로 상처받는 만큼 내 말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그래도 난 바른말 포기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