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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문 앞에 강윤서와 박재원이 서 있었다. 사십 대 남자와 이야기 중이었다. 정장을 입은 남자. 제로화재 김성훈일 것이다.
강윤서가 고개를 돌렸다.
- 왔어요?
- 네. 주차장 관리실은 열 시에 다시 가기로 했어요. 편의점 영상은 받았고요.
- 좋아요. 원장 컴퓨터 확인은 끝났어요. 환자 기록 파일이 좀 있는데 암호화되어 있더라고요.
박재원이 말했다.
- 연구실 가서 풀어야 할 것 같아요.
- 편의점 영상 같이 볼까요?
강윤서가 김성훈을 봤다.
- 들어가시죠.
김성훈이 문을 열었다.
원장실로 들어갔다. 넓었다. 책상, 소파, 책장. 창밖으로 강남이 내려다보였다. 책상 위에 원장 컴퓨터가 켜져 있었고, 서류 몇 장이 펼쳐져 있었다. 박재원이 작업하던 흔적이었다.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꺼내 외장 하드를 연결했다. 파일을 불러왔다.
'GOO5_20250208_210000-240000.avi'. 3시간 분량.
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열었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나타났다.
편의점 정면. 흑백 화면. 화질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볼 만했다. 시간 표시가 오른쪽 위에 있었다.
21:00:00.
- 빨리 감기로 볼게요.
4배속으로 돌렸다.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편의점 안팎으로 드문드문 들어갔다 나왔다.
21:30. 21:45. 22:00.
그리고 22:17. 화면 왼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후드를 쓴 사람. 검은색 후드. 클리닉 방향에서 왔다.
정상 속도로 되돌렸다. 22:17:00부터 다시 재생했다. 후드 인물이 나타났다. 천천히 걸었다. 편의점 앞을 지나갔다. 유리창에 반사되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흐릿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 사람은 나왔네요.
강윤서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 복원하면 더 선명해질 거예요.
현진이 대답했다.
- 시간은?
- 두세 시간 정도요.
- 주차장 영상까지 받아서 연구실에서 같이 작업하죠.
강윤서가 시계를 봤다.
- 지금은 열 시 전이니까, 이수진 팀장이 주차장 영상 받는 동안 저희는 민정 씨 면담하고.
- 민정 씨는 어디 계세요?
박재원이 김성훈에게 물었다.
- 7층 직원 휴게실이요. 제가 안내할게요.
강윤서와 박재원이 일어났다. 김성훈이 문을 열었다.
- 현진 씨는 여기서 암호화된 파일 복사하고 대기해 주세요. 이수진 팀장 오면 같이 연구실로 돌아가요.
강윤서가 말했다.
- 네.
세 사람이 원장실을 나갔다. 발소리가 복도에서 멀어졌다.
이수진이 시계를 봤다.
- 열 시 오 분 전이네요. 내려가볼게요.
- 네.
이수진도 나갔다. 조용해졌다.
혼자 남았다. 원장 컴퓨터를 봤다.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파일 탐색기가 열려 있었다. 박재원이 보던 폴더였다.
'환자기록_2024'.
폴더를 열었다. 파일이 수백 개 있었다. 모두 암호화되어 있었다. 확장자가. enc였다. usb로 복사를 시작했다.
창밖을 봤다.
강남이 내려다보였다.
차들이 움직였다.
사람들이 걸었다.
기다렸다.
십여 분이 지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수진이 들어왔다.
- 받았어요.
외장 하드를 들어 보였다.
- 주차장 영상. 토요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 대표님은요?
- 민정 씨 면담 중이래요. 우리 먼저 주차장에 가 있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 외장 하드를 챙겼다. 두 개. 편의점 것과 주차장 것.
원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버튼을 눌러 1층으로 내려갔다.
로비를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볼보가 그대로 서 있었다. 차 문을 열었다. 잠겨 있지 않았다. 강윤서가 열어둔 모양이었다.
이수진과 같이 뒷좌석에 앉아 기다렸다.
십 분쯤 지나 강윤서와 박재원이 왔다. 차에 올라탔다. 강윤서가 시동을 걸었다.
- 민정 씨는요?
이수진이 물었다.
- 토요일 밤에는 없었대요. 금요일 퇴근하고 집에 갔다고.
강윤서가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 일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원장님 발견했고.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클리닉 CCTV는요?
강윤서가 물었다.
- 삭제되어 있었어요.
박재원이 답했다.
-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깔끔하게.
- 의도적이네요.
강윤서가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
- 주차장 영상은 받았어요.
이수진이 몸을 앞으로 하며 말했다.
차가 북촌으로 향했다. 도로가 여전히 혼잡했다. 신호에 자주 걸렸다.
사십 분쯤 걸려 연구실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갔다. 2층. 나무 계단이 삐걱거렸다.
연구실 문을 열었다. 로시가 혼자 앉아 있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 어떻게 됐어요?
로시가 고개를 들었다.
- 영상 받아왔어요. 편의점이랑 주차장.
이수진이 말했다.
- K씨는요?
강윤서가 물었다.
- 아직 답 없어요.
로시가 인스타그램 화면을 보여줬다. 읽음 표시만 있었다.
현진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외장 하드 두 개를 연결했다. 파일이 나타났다.
GOO5_20250208_210000-240000.avi
P_20250208_210000-240000.avi
- 두 영상 다 복원할 거예요?
박재원이 물었다.
- 네. 주차장 쪽에도 후드 인물 나올 수 있으니까요.
먼저 편의점 영상을 열었다. 22:17 구간. 후드 인물이 지나가는 장면. 프레임을 하나씩 캡처했다. 15 프레임. 유리창에 반사되는 순간들.
주차장 영상도 열었다. 빨리 감기로 돌렸다. 22:00부터 천천히 봤다. 22:17.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22:30. 22:45. 23:00.
그리고 23:42. 후드 인물이 나타났다.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차를 향해 걸어갔다. 검은색 차. 번호판이 흐릿했다.
정상 속도로 되돌렸다. 23:42부터 다시 재생했다. 후드 인물이 차에 탔다. 시동을 걸었다. 후진했다. 출구로 나갔다.
그 구간도 프레임을 캡처했다. 10 프레임. 차에 타는 순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
- 두 군데서 나왔네요.
강윤서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 네. 22:17에 편의점 앞 지나가고, 23:42에 주차장에서 차 타고 나갔어요.
- 한 시간 반 차이.
박재원이 계산했다.
총 25개 프레임을 선택했다. 영상 복원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흐릿한 영상을 선명하게 만드는 AI 기반 프로그램이었다.
25개 프레임을 불러왔다. 설정을 조정했다.
해상도 향상, 노이즈 제거, 얼굴 보정, 차량 번호판 선명화.
렌더링 시작. 프로그레스 바가 나타났다. 0%. 예상 시간 4시간 15분.
- 오후 세 시쯤 나오겠네요.
현진이 말했다.
- 네.
시계를 봤다. 열한 시 반. 점심까지 두 시간 반.
강윤서가 말했다.
- 점심 먹고 대기하죠. 복원 끝나면 결과 보고.
프로그레스 바가 천천히 차올랐다. 1%. 2%. 3%.
기다렸다.
답이 그 안에 있을 것이다.
후드 인물의 얼굴. 차량 번호. 모든 것을 연결하는 단서.
[1부 - 균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