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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화요일 아침, 알람이 울렸다.
여섯 시.
손을 뻗어 껐다. 삐-.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세면대로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차가웠다. 거울에 비친 눈 밑이 약간 어두웠다. 어젯밤 잠을 깊게 자지 못했다. K씨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완벽한 얼굴. 그리고 그 댓글.
> 금이 간 것 같아요.
어제와 같은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회색 바지를 걸쳤다. 구두를 신으며 가방을 챙겼다. 노트북, 충전기, 수첩.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복도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삑-.
밖으로 나가자 찬 공기가 얼굴을 맞았다. 어제보다 더 추웠다.
지하철역까지 걸으며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발소리만 들렸다. 딱, 딱. 전동차에 탔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좌석에 앉아 창밖을 봤다. 터널이 지나갔다.
연구실에 도착한 것은 여섯 시 반이었다. 계단을 올라가자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 강윤서였다.
- 일찍 왔네요.
강윤서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김이 피어올랐다.
- 네.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어제 정리한 데이터가 화면에 떴다. 엑셀 파일에 30명의 환자 정보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이름 이니셜, 수술 날짜, SNS 계정, 유사도 수치.
일곱 시가 되자 다른 팀원들이 도착했다. 이수진이 먼저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창가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창밖을 봤다.
- 날씨가 더 추워진 것 같아요.
박재원이 바로 뒤따라 왔다. 빠른 걸음이었다.
- 늦었나요?
시계를 확인했다. 정확히 일곱 시. 가방을 책상에 던지듯 놓고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
- 어젯밤에 30명 패턴 계속 생각했어요.
- 잠깐만요.
강윤서가 손을 들었다.
- 로시 오면 같이 얘기하죠.
일곱 시 십 분, 로시가 도착했다. 머리가 약간 헝클어져 있었다.
- 미안해요. 지하철이…
변명하다 말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강윤서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검은 정장에 흰 블라우스. 마커를 집어 뚜껑을 돌려 열었다.
- 브리핑하죠. 어제까지 확인된 것들.
또박또박한 글씨가 화이트보드를 채워나갔다.
확인 사항: 30명 환자, 모두 비너스 얼굴 (평균 유사도 94.3%)
이니셜 패턴: Kythereia + Aphrodite 반복 균열 두 번 작업 (시간 차이 최소 2시간)
원장 사망: 토요일 21:50~22:10
K씨 댓글: 금이 간 것 같아요 (토요일 08:42)
마커 뚜껑을 닫는 소리가 조용한 연구실에 울렸다.
- 박 소장님, 아까 말씀하시려던 거 말씀해 주세요.
강윤서가 돌아섰다.
박재원이 펜을 돌리며 말했다. 빙글빙글.
- 30명 패턴이요. 이니셜 배열이 너무 정교해요. Kythereia랑 Aphrodite를 번갈아 쓰면서 순서까지 맞췄다는 건, 원장이 처음부터 계획했다는 거예요. 최소 2년. 환자 선별부터 수술 날짜까지.
- 의도적 선택이었다는 거네요.
이수진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 네. 우연이 아니에요. 30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환자를 거절했을까요.
로시가 의자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 재밌어요. 그럼 K씨도 선택받은 거네요.
- 선택받았거나...
박재원이 펜을 탁 놓았다.
- 아니면 마지막 조각이었거나.
침묵이 흘렀다. 짧았다.
- 오늘 우선순위.
강윤서가 말했다.
- 첫째, 클리닉 CCTV 다시 확인. 토요일 밤 영상이 정말 없는지. 둘째, 민정 씨 재면담. 셋째, 주변 건물 CCTV 확보. 편의점, 주차장, 다른 상가.
박재원이 펜을 돌리며 말했다. 빙글빙글.
- CCTV 영상 확보되면 복원 작업 가능하죠?
- 네. 가능해요.
현진이 답변했다.
- 좋아요.
강윤서가 시계를 봤다. 은색 시계. 초침이 똑똑 움직였다.
- 저랑 박 소장님이 클리닉 가서 CCTV랑 민정 씨 면담할게요. 이수진 팀장이랑 현진 씨는 주변 상가 돌면서 CCTV 영상 확보. 로시는 K씨 DM 답장 확인.
- 같이 가시죠.
박재원이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 어차피 같은 곳인데.
- 그러네요.
강윤서가 서랍을 열어 서류 파일을 꺼냈다. 이수진이 파일을 받아 열어봤다. 제로화재 보험사 로고가 박힌 위임장과 강윤서의 명함이 들어 있었다.
- 보험사 공식 위임장이에요.
강윤서가 설명했다.
- CCTV 영상 요청 권한 있어요. 사장님들이 개인정보 문제로 거부하시면 이거 보여주세요. 법적 근거 명시되어 있어요.
- 알겠습니다.
이수진이 파일을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 현진 씨, 가면서 어떤 각도에서 찍혔을지 미리 생각해 보세요. 클리닉 출입구가 어느 방향인지, 주변 상가 위치 관계.
- 네.
노트북과 외장 하드를 가방에 넣었다.
- 편의점부터 시작하세요.
강윤서가 말했다.
- 클리닉 정면 쪽에 있는. 거기서 토요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그다음 주차장, 카페 순서로.
- 알겠습니다.
네 사람이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박재원의 빠른 걸음. 이수진의 조심스러운 걸음.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콘크리트 벽에 형광등 불빛이 반사됐다.
검은색 볼보 XC90이 서 있었다. 강윤서가 가방에서 차 키를 꺼냈다. 리모컨을 눌렀다.
- 현진 씨랑 이수진 팀장은 뒷좌석, 박 소장님은 조수석.
자리에 앉았다. 강윤서가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조용했다.
차가 천천히 움직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경사로를 올라 지상으로 나왔다. 북촌 골목길이 좁았다. 차가 천천히 빠져나가 큰길로 합류했다. 강남으로 향했다.
이수진이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했다.
- 클리닉 정면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요. GS25. 거기부터 갈게요.
- 네.
차창 밖으로 서울이 지나갔다. 출근 시간이라 도로가 혼잡했다. 신호에 자주 걸렸다.
삼십 분쯤 걸려 도착했다. 강윤서가 클리닉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경사로를 내려갔다. 지하 1층.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댔다.
- 편의점이 맞은편이니까 나가서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강윤서가 말했다.
차에서 내렸다. 클리닉 건물 로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 저희는 클리닉 들어갈게요.
강윤서가 말했다.
- 끝나면 전화 주세요.
- 네.
강윤서와 박재원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이수진과 함께 주차장 출구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왔다.
클리닉 건물 정면이었다. 12층 건물. 흰색 외벽. 맞은편에 편의점이 있었다. GOO5. 유리문 위에 초록색 간판.
편의점으로 걸어갔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라면 국물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 짠 냄새. 컵라면 코너 쪽에서 풍겼다. 커피 머신의 쓴 향이 섞였다. 담배. 종이와 필터의 건조한 냄새가 입구 쪽에서 스며들었다.
카운터에 사십 대 남자가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