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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댓글들을 읽었다.
> 너무 예뻐요
> 어디서 했어요?
> 완벽해요
> 여신 같아요
하지만 가끔 다른 댓글도 있었다.
> 너무 비슷해
> 다들 똑같아 보인다
> 복붙인 것 같음
- 환자들도 눈치챘을 거예요.
박재원이 말했다. 펜이 다시 돌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 서로 비슷하다는 걸. 하지만 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을까?
- 원했으니까.
이수진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 완벽한 얼굴을. 비너스의 얼굴을.
@bOOO_k의 게시물을 시간순으로 정렬했다. 가장 최근 것이 맨 위에.
금요일 저녁 7시 23분에 올라온 사진. 수술 직후. 붕대가 감겨 있었다. 캡션이 있었다.
> 드디어 완벽해졌어요. ✨ #아프로디테클리닉 #비너스 #새로운나 #감사합니다
스크롤을 내렸다. 댓글들. 축하 메시지들. 그 아래, 계정주가 직접 단 댓글이 하나 있었다.
토요일 오전 8시 42분.
> 뭔가 이상해요. 거울을 보는데... 금이 간 것 같아요. �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그 댓글을 여러 번 읽었다. 금이 간 것 같아요.
- 이게 민정 씨가 말한 거네요.
강윤서가 화면을 가리켰다.
- 얼굴 균열.
- K씨가 이 사람이에요.
로시가 말했다.
- 마지막 환자. 30번째.
- 연락해야 해요.
강윤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 이 사람이 핵심이에요. K씨가 토요일에 클리닉에 갔고, 원장이 그날 밤 죽었어요. 연결되어 있어요.
- DM 보낼까요?
로시가 물었다. 벌써 인스타그램 메시지 창을 열고 있었다.
- 보내세요. 정중하게.
강윤서가 지시했다.
- 보험 조사 목적이라고. 짧은 인터뷰만 요청한다고. 비밀 보장. 강압적이지 않게.
- 알겠습니다.
로시가 타이핑을 시작했다. 키보드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현진이 다시 균열 데이터를 확인했다. 오전에 3D 스캔한 파일을 열었다. 비너스 두상. 균열이 선명했다. 빨간 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확대했다. 줌인. 균열 단면을 자세히 봤다. 그래프 도구를 실행했다. 균열을 따라 깊이를 측정했다.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데이터가 수집됐다.
그래프를 그렸다. X축은 거리, Y축은 깊이. 선이 그어졌다.
이상했다.
- 이상해요.
현진이 말했다. 작은 목소리였다.
- 뭐가요?
이수진이 뒤로 다가왔다.
- 균열 깊이가 일정하지 않아요.
그래프를 가리켰다.
- 여기 보세요.
그래프에 두 개의 피크가 있었다. 첫 번째 피크는 시작 부분. 깊이 2.8mm. 중간에 얕아졌다. 1.2mm까지. 그러다가 끝 부분에서 다시 깊어졌다. 3.1mm.
- 처음엔 깊게 파고, 중간에 얕아지고, 다시 깊어져요.
박재원이 다가왔다. 펜이 그래프를 가리켰다.
- 도구를 두 번 댄 건가요?
- 그런 것 같아요.
그래프를 다시 확인했다.
- 첫 번째는 정밀하게. 일정한 압력으로. 하지만 중간에 멈췄어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시작했는데, 이번엔 더 거칠게. 압력이 불규칙해요.
- 왜 두 번이죠?
이수진이 물었다.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현미경 옆 샘플을 가져왔다. 오전에 채취한 대리석 가루. 샘플을 현미경에 올렸다. 조명을 켰다. 하얀빛이 샘플을 비췄다. 렌즈를 통해 들여다봤다. 배율을 조절했다.
- 산화 정도가 다르네요.
눈을 현미경에서 떼지 않고 말했다.
- 일부는 신선하고, 일부는 약간 변색되어 있어요. 색이 달라요.
- 시간 차이가 얼마나 될까요?
강윤서가 물었다.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수진이 고개를 들었다.
- 최소 몇 시간은 있었을 것 같아요. 대리석이 공기에 노출되면 표면이 변하거든요. 미세하게.
강윤서가 화이트보드로 걸어갔다. 지워지지 않은 공간을 찾았다. 마커를 집었다. 뚜껑을 열어, 타임라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토요일:
14:00 - K씨 재수술
16:00 - K씨 귀가
17:00 - 민정 퇴근
?? - 원장 사망
?? - 1차 균열
?? - 2차 균열
일요일:
09:00 - 시신 발견
물음표가 많았다. 빈 공간이 많았다.
- 너무 많이 비어 있어요.
박재원이 보드를 보며 말했다.
- 토요일 밤에 뭔가 있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 부검 결과가 나와야 해요.
강윤서가 말했다.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화면을 켰다. 알림 없음.
- 정확한 사망 시각을 알아야.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각자 자기 일에 집중했다.
현진은 데이터를 정리했다. 3D 스캔 파일, 각도 측정, 비율 계산, 그래프. 모든 수치를 엑셀 시트에 정리했다.
이수진은 대리석 샘플을 추가 분석했다. 현미경으로 각 입자를 관찰했다. 사진을 찍었다. 조용한 작업이었다.
박재원은 비너스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겼다. 바스락. 메모를 적었다. 로시는 30명 환자의 SNS를 하나하나 뒤졌다. 게시물, 댓글, 태그. 정보를 수집했다. 노트에 적었다.
연구실이 조용했다. 키보드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펜 소리, 마우스 클릭 소리. 각자의 리듬이 겹쳤다.
창밖의 빛이 변했다. 주황색이 되었다가 붉은색이 되었다. 해가 기와지붕 뒤로 숨었다. 그림자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형광등이 자동으로 켜졌다. 차가운 백색광.
오후 다섯 시.
강윤서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윙--. 진동소리.
재빨리 집어 들었다. 화면을 확인했다.
- 김성훈이에요.
전화를 받았다.
- 네, 김 차장님.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김성훈의 목소리. 약간 긴장되어 있었다.
[사인은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인한 심정지. 사망 시각은 토요일 밤 9시 50분에서 10시 10분 사이로 추정됩니다.]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얹어진 채 멈췄다. 박재원의 페이지 넘기기가 멈췄다. 이수진이 현미경에서 고개를 들었다. 로시가 마우스를 놓았다.
- 자가 투여인가요?
강윤서가 물었다.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불명확합니다. 주사 흔적은 있지만, 본인이 놓았는지 타인이 놓았는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 내릴 예정입니다.]
- 다른 외상은요?
[없습니다. 깨끗합니다. 타살 흔적 없음.]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삐-.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책상에 톡 소리가 났다.
강윤서가 화이트보드로 걸어갔다. 마커를 집어 타임라인을 업데이트했다.
토요일 밤 21:50~22:10: 원장 사망
- 10시 전에 죽었네요.
박재원이 말했다. 펜이 빠르게 돌았다. 빙글빙글빙글.
- 그럼 균열은 누가? 원장이 죽은 후에도 누군가 있었다는 건데.
- 원장이 죽기 전에 첫 번째를 만들고..
이수진이 추측했다.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 누군가 나중에 두 번째를 만들었을 수도.
- 아니면 둘 다 다른 사람이.
로시가 말했다.
타임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사망 시각이 들어가니 조금 더 구체적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빈 공간이 많았다.
- 내일 다시 가야 할 것 같아요.
강윤서가 말했다. 마커를 내려놓았다.
- 클리닉에. CCTV를 다시 확인하고, 민정 씨도 다시 만나야 해요.
- 주변 건물 CCTV는요?
현진이 제안했다.
- 클리닉 CCTV가 안 되면, 주변 카메라에 뭔가 찍혔을 수도. 건물 출입구, 주차장, 편의점.
- 좋은 생각이에요.
강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정확하게.
- 내일 아침 일찍 가서 확인해 봐요.
시계를 보니 오후 여섯 시였다. 해가 완전히 졌다. 창밖이 어두웠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강윤서가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 내일 아침 일곱 시에 다시 모여요.
- 네.
모두가 대답했다. 네 개의 목소리가 겹쳤다.
현진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노트북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지퍼를 잠갔다. 이수진은 현미경 렌즈를 닦았다. 부드러운 천으로. 샘플을 정리했다. 지퍼백을 냉장고에 넣었다.
웅--하는 냉장고 소리.
박재원은 책을 책장에 꽂았다. 펜을 펜꽂이에 넣었다. 코트를 걸쳐, 단추를 채웠다. 빠른 동작. 로시는 브라우저 탭을 모두 닫았다. 하나씩. 클릭, 클릭, 클릭. 노트북을 덮었다. 강윤서가 불을 껐다. 연구실이 어두워졌다. 복도 불빛만 희미하게 들어왔다.
계단을 내려갔다. 발소리가 울렸다. 딱, 딱, 딱. 네 사람의 리듬.
밖으로 나오니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겨울 저녁의 냉기. 숨을 쉬면 입에서 하얀 김이 나왔다.
- 내일 봐요.
강윤서가 말했다.
- 네, 내일 뵙겠습니다.
고개를 숙였다. 각자 방향을 달리했다.
현진은 골목을 걸으며 생각했다. 30명의 비너스. 계획된 이니셜. 황금비율의 균열. 얼굴에 생긴 균열. 토요일 밤 10시. 두 번의 작업.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보이지 않았다.
내일이면 조금 더 알게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