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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 어서 오세요.
이수진이 카운터로 다가가 가방에서 명함을 꺼냈다. 두 장. 하나는 자신의 것, 하나는 강윤서의 것.
-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 네.
- 저희는 아르테 인사이트라는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사장이 명함을 받아 봤다.
- 예술품 조사 회사시네요. 무슨 일이세요?
- 맞은편 아프로디테 클리닉에서 보험 사고가 있었어요. 저희가 보험사 의뢰로 조사 중인데요. 혹시 토요일 밤 CCTV 영상 좀 볼 수 있을까요?
사장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 CCTV요?
- 네. 토요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만요.
- 그게...
사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서요. 함부로 못 드려요. 경찰 아니면 영장 있어야 하고…
이수진이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에서 파일을 꺼냈다. 조심스럽게 카운터에 올려놓았다.
- 이거 보시겠어요?
사장이 파일을 열었다. 첫 장. 제로화재 보험사 공식 위임장. 사장의 눈이 문서를 따라갔다.
- 보험사 공식 의뢰예요.
이수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 저희 대표가 변호사 자격 있으시고요. 이 사건 법적 권한 갖고 조사하는 거라서, CCTV 제공받을 수 있어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3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 조사 목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사장이 문서를 다시 읽었다. 천천히. 그리고 변호사 명함을 봤다.
강윤서. 서울중앙지검 전 검사. 현 변호사.
- 검사 출신이시네요.
- 네. 15년 하셨어요.
사장이 잠시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카운터를 두드렸다.
톡, 톡, 톡.
- 혹시...
말을 꺼냈다.
- 클리닉 원장님 사건이랑 관련 있어요?
- 관련은 있지만, 저희는 예술품 조사만 해요. 사건 조사는 경찰이 하고 있고요.
- 아...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뉴스 봤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좋은 분이셨는데.
- 원장님 아셨어요?
- 가끔 오셨어요. 여기서 커피 사 가시고. 직원분들도.
사장이 파일을 덮어 돌려줬다.
- 알겠습니다. 드릴게요. 잠깐만요.
카운터 뒤쪽으로 가서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 불빛이 얼굴을 비췄다. 마우스 클릭 소리가 들렸다.
- 토요일 밤이요? 2월 8일?
- 네. 9시부터 자정까지요.
- 시간대가 좀 길긴 한데...
사장이 중얼거렸다.
- 용량이 클 거예요.
- 괜찮아요. 외장 하드 가져왔어요.
현진이 가방에서 외장 하드를 꺼내 건넸다. 사장이 컴퓨터 USB 포트에 꽂았다.
- 몇 분 걸릴 거예요.
- 천천히 하세요.
기다리는 동안 편의점 안을 둘러봤다. CCTV 카메라가 천장 네 군데에 있었다. 입구 쪽, 계산대 쪽, 음료 코너, 라면 코너. 입구 쪽 카메라가 유리창 너머 거리를 찍고 있었다. 클리닉이 보였다.
- 저 카메라가 거리를 찍나요?
이수진이 물었다.
- 네. 밤에 손님들 안전 때문에 설치했어요.
- 화질은 어때요?
- 음... 그냥 그래요. HD는 아니고. 근데 사람 정도는 보여요.
파일 복사가 진행됐다. 프로그레스 바가 천천히 차올랐다. 20%. 40%. 60%.
- 다른 상가들도 CCTV 있어요?
이수진이 물었다.
- 주차장에 있고요. 옆 건물 카페에도 있을 거예요. 근데 거기는 안 쪽만 찍어요. 거리는 안 찍고.
- 주차장은 어디 거예요?
- 저 옆 건물이요. 공용 주차장. 관리실 있어요.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 감사합니다.
프로그레스 바가 100%가 됐다. 복사 완료. 사장이 외장 하드를 빼서 돌려줬다.
- 여기 있어요.
- 정말 감사합니다.
이수진이 외장 하드를 받아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편의점을 나오자 찬 공기가 다시 얼굴을 맞았다.
- 주차장 가볼까요?
이수진이 물었다.
- 네.
옆 건물로 걸어가 지하 주차장 입구를 찾았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갔다. 지하 1층.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구석에 관리실이 있었다. 작은 방. 유리창으로 안이 보였다. 육십 대 남자가 경비원복을 입고 TV를 보고 있었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경비원이 고개를 돌리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 누구세요?
이수진이 다시 명함과 위임장을 꺼냈다. 같은 설명을 반복했다. 보험사 의뢰. 예술품 조사. CCTV 영상 요청.
경비원이 위임장을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근데 저는 권한이 없어요. 관리 사무소에 연락해야 돼요.
- 관리 사무소가 어디 있어요?
- 3층이요. 근데 지금 안 계실 거예요. 열 시나 돼야 출근하세요.
시계를 봤다. 여덟 시 사십 분.
- 그럼 열 시에 다시 올게요.
- 그러세요. 사무소장님한테 말씀드릴게요. 전화번호 남겨주세요.
이수진이 명함을 건넸다. 경비원이 받아서 책상 위에 놓았다.
주차장을 나와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 클리닉 가서 대표님이랑 합류할까요?
이수진이 물었다.
- 편의점 영상도 같이 보고, 열 시 되면 다시 내려오면 되니까.
- 네. 그게 낫겠어요.
클리닉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가 넓었다. 대리석 바닥. 천장이 높았다.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 9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디스플레이에 층수만 바뀌었다. 3, 5, 7, 9.
엘리베이터를 나와 복도를 걸었다. 흰색 벽. 간접 조명이 천장을 따라 설치되어 있었다.
어제 왔던 길. 오른쪽으로 걸었다. 구두 소리가 울렸다.
딱, 딱.
복도 끝에 원장실 문이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