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흉터 1부「균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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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 30명 모두 이렇게 했을 거예요.
이수진이 말했다.
- 비너스에 맞춰서.
로시가 엑셀을 열었다. 새 시트. 첫 번째 열에 'Initial'이라고 적었다. 파일명에서 이니셜을 하나씩 추출하기 시작했다. 타이핑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타닥타닥 타닥.
Patient_K.obj → K
Patient_Y.obj → Y
Patient_T.obj → T
30개 파일의 이니셜을 모두 추출하는 데 5분이 걸렸다. 엔터를 칠 때마다 한 줄씩 늘어났다. 엑셀 시트가 채워졌다.
K
Y
T
H
E
R
E
I
A
A
P
H
R
O
D
I
T
E
K
Y
T
H
E
R
E
I
A
A
P
H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멈췄다. 뭔가 이상했다. K가 두 번 나왔다. 첫 번째 줄과... 스크롤을 내렸다.
열아홉 번째 줄.
- 이상해요.
목소리가 작았다.
- 뭐가요?
강윤서가 다가왔다.
- K가 두 번 나와요. 여기랑... 여기.
화면을 가리켰다. 1번과 19번.
- 우연일 수도.
박재원이 말했다.
엑셀 기능을 사용했다. 중복 값 찾기. 클릭. 여러 셀이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K - 2회
Y - 2회
T - 2회
H - 4회
E - 5회
R - 3회
I - 3회
A - 4회
P - 2회
O - 1회
D - 1회
- 중복이 많아요.
로시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 패턴이 있을 거예요.
엑셀에 새 열을 만들었다. 'Position'이라고 적었다. 각 글자 옆에 순서를 적었다. 1번 K, 2번 Y, 3번 T...
그리고 중복되는 글자들의 위치를 비교했다.
K: 1번, 19번 (차이 18)
Y: 2번, 20번 (차이 18)
T: 3번, 21번 (차이 18)
- 18칸씩 떨어져 있어요.
로시가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 18개마다 반복된다는 거 아니에요?
엑셀에 또 다른 열을 추가했다. 'Cycle'이라고 적었다. 18개씩 묶어서 그룹을 만들었다.
Cycle 1 (1-18): K Y T H E R E I A A P H R O D I T E
Cycle 2 (19-30): K Y T H E R E I A A P H
- 두 번 반복되다가 멈췄네요.
강윤서가 팔짱을 꼈다.
하지만 뭔가 또 이상했다. 18개를 다시 봤다. 중간에 끊어지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았다. 9개씩 나누면 어떨까.
엑셀을 수정했다. 'Group'이라고 열 이름을 바꿨다. 9개씩 묶었다.
Group 1A (1-9): K Y T H E R E I A
Group 1B (10-18): A P H R O D I T E
Group 2A (19-27): K Y T H E R E I A
Group 2B (28-30): A P H
- 9개씩 두 그룹이에요.
로시가 첫 번째 그룹을 소리 내어 읽었다.
- K-Y-T-H-E-R-E-I-A.
멈췄다.
- Kythereia?
목소리에 흥분이 섞였다.
- 고대 그리스어로 '퀴테레이아'. 아프로디테의 다른 이름이에요.
박재원이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갔다. 빠른 걸음. 두꺼운 책을 하나 집었다. 『그리스 신화 사전』.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 키테라 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네요.
로시가 두 번째 그룹을 적었다.
A-P-H-R-O-D-I-T-E
- Aphrodite.
- 아프로디테의 일반적인 철자.
침묵이 흘렀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낮은 웅웅 거림만 들렸다.
- 그럼 30명은…
이수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의도적으로 선택된 거예요.
로시가 노트를 다시 보며 말했다. 손가락이 글자를 따라갔다.
- Kythereia를 세 번, Aphrodite를 세 번 반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30명에서 멈춘 거죠.
엑셀 시트를 다시 확인했다. 만약 완성했다면:
Group 1: K Y T H E R E I A (9)
Group 2: A P H R O D I T E (9)
Group 1: K Y T H E R E I A (9)
Group 2: A P H R O D I T E (9)
Group 1: K Y T H E R E I A (9)
Group 2: A P H R O D I T E (9)
총 54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30명에서 멈췄다.
- 왜 멈췄을까요?
이수진이 물었다. 창밖을 봤다.
- 원장이 죽었으니까.
박재원이 말했다. 펜이 빠르게 돌았다.
강윤서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걸어갔다. 마커를 집었다. 뚜껑을 열어 적기 시작했다.
패턴:
KYTHEREIA (9명)
APHRODITE (9명)
KYTHEREIA (9명)
APH (3명) → 30명에서 중단
- 의도적이네요.
강윤서가 말했다. 팔짱을 꼈다.
- 정미선 원장이 환자를 선택할 때 이니셜을 고려했다는 얘기예요.
- 환자 이름이 우연히 맞았을까요?
이수진이 물었다.
- 아니면 SNS 계정명일 수도.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 실명이 아니라.
- SNS 확인해 봐요.
강윤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로시가 브라우저를 열었다. 인스타그램 사이트. 로딩. 로그인. 아프로디테 클리닉 공식 계정을 검색했다.
@aOOO_clinic.
계정이 나타났다. 팔로워 52만. 게시물 1,247개. 게시물을 스크롤했다. 대부분 Before & After 사진들. 수술 전후 비교. 최근 게시물을 클릭했다. 확대됐다. 수술 후 환자 얼굴. 사진 위에 작은 사람 모양 아이콘이 있었다. 계정 태그. 클릭하자 태그 된 계정명이 떴다.
@bOOOy_k
- K예요.
다른 게시물들도 확인했다. 각각 환자 계정이 태그 되어 있었다.
@vOOO_j
@pOOO_s
@gOOO_h
@dOOO_e
- 계정명 이니셜이 파일명과 같네요.
엑셀 시트에 새 열을 추가했다. 'Account'라고 적었다. 클리닉 게시물을 하나씩 확인하며 환자 계정을 찾아 적었다.
30개 환자 파일과 30개 SNS 계정이 매칭되었다. 모두 일치했다.
- 30개 계정을 불러올게요.
로시가 화면 캡처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30개 계정의 프로필 사진을 하나씩 캡처했다.
클릭, 저장. 클릭, 저장. 30번.
5분이 걸렸다.
- 현진 씨, 파일 보냈어요.
현진의 메신저 알림이 떴다. 파일 30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열었다. 30개 사진을 불러왔다. 격자로 배열했다. 6×5 그리드. 30명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모두 닮아 있었다.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피부 톤이 달랐다. 머리 색도 달랐다. 화장도 달랐다. 하지만 기본 구조가 거의 같았다. 이마의 비율. 눈의 간격. 코의 높이. 입술의 곡선. 턱선의 각도.
파일 탐색기를 열었다. 오전에 스캔한 비너스 두상 사진을 찾았다. 정면 샷을 열었다. 화면 한쪽에 배치했다. 30명의 격자 옆에.
비교했다.
박재원이 숨을 내쉬었다.
- 이건...
AI 안면 매칭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비너스 사진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30개 프로필 사진을 하나씩 분석하도록 설정했다. 프로그램이 돌아갔다.
프로그레스 바.
얼굴 인식....
특징점 추출....
비교....
유사도 계산....
2분 후 결과가 화면에 떴다.
@bOOO_k: 96.2%
@vOOO_j: 94.8%
@pOOO_s: 93.7%
@gOOO_h: 95.1%
...
평균 유사도: 94.3%
- 모두 비너스예요.
박재원이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 30명을 똑같이 만든 거예요.
이수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요?
창밖을 봤다.
- 환자들이 동의했다면... 동의서에 뭐라고 쓰여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강윤서가 말했다. 책상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 하지만 만약 환자들이 몰랐다면, 의료법 위반일 수 있어요. 설명의무 위반.
- 환자들은 알았을까요?
현진이 화면을 보며 물었다.
- 자기가 비너스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 SNS 댓글 보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로시가 브라우저 탭 하나를 클릭했다.
@bOOO_k. 가장 최근 환자. 프로필이 열렸다. 게시물이 여러 개 있었다. 스크롤을 내렸다. 수술 후 사진들. Before & After.
변화가 극적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