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절망의 연속이다.
작년 여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을 팔고, 복잡한 도심을 약간 벗어나 조금 넓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었다. 집은 오로지 휴식과 개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다. 복잡하고 기둥 같은 건물만 쭉쭉 뻗은 감성 없는 일터와 똑같은 분위기의 집이다 보니, 군부대 안에서 일은 연병장에서 하고 생활관(예전에는 내부반으로 불렀다.)으로 들어와 생활하는 느낌이다. 도시에 갇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직장이 서울에 있어, 멀리 가지는 못하고 경기도 내에서 찾아야 했다. 집이 팔리지도 않았지만, 부푼 기대감을 안고 집 수색에 나섰다. 첫 타깃 지역은 경기 서부 쪽이었다. 한적하고 창밖 뷰가 좋은 집이 많았다. 복층구조에 테라스가 있거나, 탑층으로 옥탑까지 개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구해줘! 홈즈" 프로그램에 나온 집들과 비슷한 곳도 있어, 기대감은 더 부풀었다.
작년 내내 집이 안 팔렸다. 그사이 규제만 강행하던 부동산 대책과 풍선효과로 인해 집값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4식구가 살기에는 좁은 집이어서 이사는 가야 했다. 2주택자가 되기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전세로 매물을 내놨다.
경기 서부 쪽은 집값이 너무 오르고, 규제로 묶이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타깃을 동쪽으로 돌렸다. 동쪽 역시 가격이 오름 추세에 있었다. 좀 더 지체했다가는 동쪽마저 갈 곳이 없어질 지경이었다. 부동산 집값 잡는다고 돈 없는 사람들을 외곽으로 몰아세우는 규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돈 없으면 수도권에 들어오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전세계약이 진행됐다. 매매가 안된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사를 갈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동쪽도 그 사이 오를 대로 올라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복병은 "무지"에서 나왔다. 그동안 전세에서 오래 살다가 조그만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전세를 주고, 매매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세"를 준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집을 구매했을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근저당이 설정됐다. 이번에 "전세"를 놓으면 "주택담보대출"은 유지 또는 일부 상환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근저당 말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말소가 아니면 "전세"도 안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미리 짜 놓은 이사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단 "말소"를 조건으로 계약은 진행됐다.
본격적으로 집을 탐색하고, 대출을 알아봤다. 2주택자는 규제지역은 상상도 못 할 곳이었고, 비규제 지역 또한 일반 대출율에서 더 감산되어 진행됐다. "말소"로 인한 뜻하지 않는 비용과 대출율 감소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할 상황이 돼버렸다.
이사를 간다는 기대감은 온데간데없고, 금전적으로 완전히 발가벗긴 절망감과 허무함만 밀려왔다.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사할 시기에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이사를 진행하면서 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다시금 되새겨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