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손이 많이 가는 사람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저는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는 평을 이따금 듣는 편입니다. 사실 이 것은 저와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지요. 그는 요즘도 속았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이젠 무를 수가 없는데 말이죠.







호주에서는 120% 독립적이었던 나는 한국(서울)에 돌아오고 나선 꽤 의존적인 성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23살 언저리에 일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합정, 을지로 3가, 종로 3가의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던 우울했던 기억이 남아있던 터였을 것이다. 그 시절의 나는 서른에 갓 취업을 한 상태였고 강남 한 복판의 번쩍거리는 건물이 내가 다닐 회사였다.







사람이 어렵다는 생각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나였지만 사회생활의 공백이 있던 터였기에 그 엄청난 틈을 메꾸느라 몇 달을 힘들어하며 지내야 했다. 특히나 날씬하고 예쁜 몸매를 자랑하는 여직원들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을 견디는 일은 조금 더 괴로웠고 결국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하던 중, 어딘가에 급하게 내려 속을 게워낸 적이 있던 나였기에 어느 날부터는 지옥철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시간대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신림에서 선릉역까지 2호선을 타면 연인보다 더 밀접하게 체온을 나누는 다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끈끈함 속에서도 공허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서울의 삶이 이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6시 45분, 그는 이른 시간에도 옷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코디네이터가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골라준 옷과 조금의 자신감을 입고 서울의 중심이라 불리는 곳으로 출근을 했다. 물론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그녀들과는 퇴사할 때까지 좀처럼 친해지지 못했지만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고 남자를 돈으로 평가하는 그들의 가치관과 나의 것이 맞지 않았기에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의 직장을 거쳤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이따금 "어울릴 것 같아서 사 왔어"라는 말과 함께 종이가방을 건네곤 했다. 새로운 직장의 첫 날을 기념하며,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친구 결혼식에 가서도 기죽지 마!라는 수많은 이유들이 그가 내 옷을 사다 주는 이유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들여다본 옷장의 8할이 내 옷이지만 그는 여전히 나에게 아낌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결혼을 한 이유에 대해 물어볼 때면 나는 언제나 조금 망설이게 된다. 그가 나에게 건네는 마음들을 문장으로 풀어내기에는 그것들이 너무 큰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

그것은 반드시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 Love & Fre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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