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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l 12. 2019

#5.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그는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산다. 나는 집에 도착하면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쏟아내기에 바쁘지만 그는 언제나 휴대폰을 보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잊으려 노력하는 것만 같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언제나 받는 것이 익숙했던 내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그가 일상이 되어버린 따름이었다. 






 그 날은 그가 여느 때처럼 야근을 하고 돌아온다는 연락이 왔다. 거실에 있는 작은 조명에 불을 켜 두고 잠이 들었고 그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분명 단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안방까지 풍겨온 그의 발 냄새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는데 15시간 동안 한시도 벗지 못한 신발과 끝나지 않는 미팅, 뜨거운 햇살과 그 햇살 아래를 쉬지않고 걸어낸 이쉬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내가 그가 귀가함과 동시에 일어났던 일은 그와 나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는데 나는 그렇게 깨어나 쉬이 잠들지 못했고 그는 그런 나의 모습에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코를 막고 침대 밖으로 나온 나에게 조금은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한시도 못 쉬고 일했어. 가끔은 나에게도 '잘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필요해"


그제야 나는 언제나 받기만 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데오드란트를 채 구매하기도 전에 그는 침대에 누워 이미 올여름에 사용할 데오드란트를 두 개나 구매했다. 내가 보지 않는 틈을 타 신발장에서 작업(?)을 하고 나오는 그를 보면 미안함이 앞섰다.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 그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깨닫고 나는 미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에게 줄 티셔츠를 산다. 때론 이유없는 선물과 포옹만으로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게 되곤 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

준만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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