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별 일없는 신혼과 딸 바보의 상관관계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Jessie

88년 천칭자리 / 서호주 사막 여행자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지구별, 서울시에서 사는 중 / 회사와 맞지도 않으면서 회사원 코스프레하며 사는 중 / 외롭고 힘들 때 요가, 달리기, 글쓰기, 와인 마시기를 함


#DJ

86년 전갈자리 / 바리스타 8년의 경력을 살려 호주 카페에서 영어 한 문장 구사만으로 취업 /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세가 되어있음 / 사회운동가이자 한때 가수 지망생(tmi)







결혼을 하면 흔하게 듣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자녀 계획에 관한 것인데 언제나 망설이는 나와는 달리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그것은 딸 셋 아빠가 되고 싶다는 것인데 그럴 때마다 그는 내 나이를 잊은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서울에 놀러 오신 어머님이 '아들'에 대한 언질을 하셨을 때도 그는 무척이나 확고했다. 그의 대답으로 인해 어머님은 '그래 네 맘대로 해라'라고 생각을 바꾸신 듯했다.







얼마 전 할머니 안부를 여쭙기 위해 전화를 드렸더니 할머니는 "그래,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그 그 피임인가 그런 거는 하지 말그래이~"라고 하셨다. 아직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피임을 하면 아이가 잘 안 생길 수도 있다는 편견이 있으신 모양이다. 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별 일이 없어서 안 생겨'라고 대답하려다 "알았어요 할머니~"라고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할머니와 전화를 끊고 참 많은 생각들을 했다. 머릿속으로는 숱한 속담과 옛말들이 흘러갔지만 그 모든 말들은 요즘 나에게 이렇게 읽히고 또 이해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몇 번의 싸움 끝에 "항상 쓰다듬고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거야?" 라며 섭섭함을 토로하지만 나도 내 생각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더 섭섭하단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가 항상 말하던 그 딸 셋이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유기견 사이트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미안해 여보.

여보가 말한 딸 셋은 이런 그림이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인간은 언제나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지.라고 일기장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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