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남편을 괴롭히는 상사에게 복수하기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Jessie

88년 천칭자리 / 서호주 사막 여행자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지구별, 서울시에서 사는 중 / 회사와 맞지도 않으면서 회사원 코스프레하며 사는 중 / 외롭고 힘들 때 요가, 달리기, 글쓰기, 와인 마시기를 함


#DJ

86년 전갈자리 / 바리스타 8년의 경력을 살려 호주 카페에서 영어 한 문장 구사만으로 취업 /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세가 되어있음 / 사회운동가이자 한때 가수 지망생(tmi)







그는 특정 인물과 술을 먹고 나면 언제나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곤 한다. 그 것은 그 사람의 강력한 특징이기도 한데 신데렐라처럼 12시가 되면 부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빠른 시간 내에 알콜을 식도로 들이 붓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함께 술을 먹고 금새 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우리의 사정을 꽤나 많이 알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들을 주기도 했지만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6개월에 한번씩 크게 취해서 집에 들어오곤 하는데 요즘은 그 횟수가 자꾸만 잦아졌다.








지난 단칸방에서는 그렇게 내 잠을 깨워버린 그의 가슴털을 예쁘게(?) 오려주고 화를 삭혔지만 그 뒤로 그가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왔을 때는 나는 꽤 실례였지만 새벽 3시 반에 그 사람에게 장문의 카톡을 써서 보내고 말았다.


"안녕하세요, 저 DJ의 짝꿍 Jessie인데요. 늦은 밤 죄송합니다만 참다 못해 카톡을 드립니다. 한 두번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사람 취하게 만들어서 집에 보내시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저는 충분히 결혼을 다시 고려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DJ가 술을 먹고 이런 역할을 계속 하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 저는 더 이상 같이 살 수가 없으니 지금 사는 집에서 나가 살 수 있도록 회사에서 보증금을 구해주셨으면 좋겠고 앞으로 그에게 잘 해주시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출근 길에 바쁘게 울리는 전화기는 그렇게 무시해버렸고 나는 그 날 밤 손이 발이 되도록 미안하다며 빌고 있는 DJ에게 지난 밤 함께 술을 마신 사람은 내가 카톡을 보내 그 분이 아니었음을 듣게 되었다.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10 중에 8할의 원인 제공자였던 그 분은 내가 그렇게 성질(?)을 낸 이후로 내 전화가 오는 것을 보면 그에게 집에 들어가는 것을 권유하곤 한다. 친구들은 언제나 나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들에 입을 다물지 못하곤 하지만 나같은 캐릭터가 있어야 다른 가정에도 평화가 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나는 가끔 그가 술에 취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상상을 하곤 한다. 비록 상상에서 끝나 버리는 일들이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에는 이런 소심한 상상으로 마음을 대신하는 것이다.


방구탄을 던지고 도망을 가는 일

식사에 관장약을 타는 일,





행운의 편지를 일주일 내내 책상 위에 올려두는 일

그리고 관장약을 먹고 난 뒤 화장실로 달려가는 그보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







약 먹고 죽은 바퀴벌레를 잡아 가방에 몰래 넣어두는 일

그리고 따끈따끈한 강아지 응가를 주워 가는 길목에 진달래 꽃 대신 놓아주는 일,


우습지만 이런 소심한 복수를 하며 억지로 잠들곤 한다.







"꿈 속에서라도 내가 지켜줄게!"


힘없는 부인은 이렇게 멀리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줄 수 밖에 없다. 혹은 따뜻한 저녁 밥상과 술 한잔으로 위로를 대신 하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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