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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31. 2019

32화. 파업을 선언합니다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엄마를 닮은 딸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쏟아내는 것까지 똑같이 닮은 모양이었습니다. 한국에선 다들 그렇게 산다는데 저는 유독 그 말에 강한 거부감이 있곤 했거든요. 오늘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일이 행복할 수 있겠냐고 말이죠. 호주에서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도 점점 커져갔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담배를 끊으려는 노력도 없는 그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아마 그는 알지 못하고 있을테죠.  


 3년의 잔소리에도 변하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2세에 대한 계획과 바램을 내비치고 있는 그를 보며 문득,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둘이서도 행복이 샘솟던 그 시절, 아기를 좋아하던 나는 주변의 아기있는 집에 종종 놀러가 아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그에게 보내주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나에게 종종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둘이서 사는 삶도 좋아. 나는 애기 별로 안 좋아해. 조카가 태어나도 똑같을 거야 분명해" 



 하지만 첫 조카가 태어나고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따금 조카를 보며 귀엽다는 코멘트를 달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2세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던 것만 같았다. 







 그는 내가 모르는 새 회사 직원들에게 금연 계획을 공표했다. 11월이 되면 담배를 끊는다는 그의 계획을 응원하는 주변 지인들은 그가 담배를 피는동안 심심치 않은 위로를 건내주었고 나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라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놀랐던 이유는 바로 그가 나와 함께 복싱을 가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은 몇 번 보긴 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순식간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던 그였는데 이번엔 조금 결연해보였다. 체력을 키우라는 내 조언을 이제서야 귓등으로 듣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야근을 하는 그를 기다리며 미역국을 끓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날 잔소리를 해봐야 결국은 2세가 가장 그를 자극할 수 있는 동기였다고 말이다. 섭섭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울며불며 말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였고 이제 하나 둘 포기해가던 중이었는데 말이다. 







왠지 괘씸한 생각이 드는데 그럼 나는 파업을 선언해야겠다. 각 방쓰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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