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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Dec 03. 2019

37화. 엄마와 할머니의 정성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서울에 살면서 아침을 먹는 일은 손에 꼽을만큼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을 먹고 지옥철을 타는 것보다는 아침을 안 먹고 조금 널널한 지하철을 타는 선택을 하다보니 자연히 그렇게 된 것이겠지요. 퇴근을 한 후에는 운동을 가느라 제 때 끼니를 챙기지 못했던 것 뿐이었는데 엄마와 할머니는 부쩍 야윈 저를 보시고선 걱정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야윈(?)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마을에서 염소를 제일 잘하는 집에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40세 전에 먹으면 효과가 좋다는 염소를 나에게 먹이기 위해 엄마는 비상금을 터셨고 아빠는 평일 낮에 택배사에 찾아가 두 박스나 되는 염소를 포장해서 우리집 주소를 적었다. 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았으니 두 박스나 되는 분량이 나왔음은 당연지사.. 성인이 되고 한약이란 것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내 기억속의 한약은 극도의 쓴 맛을 잠시 극복하면 되는 맛이었지만 염소라는 녀석은 쓴 맛 + 느끼한 맛 + ..오묘한 맛 을 겪어야 하는 고문과도 같았다. 엄마와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면 두 눈을 질끈 감고 먹어야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약을 먹으면 어디에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진 못했다. 여자한테 좋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걸까? (알지 못한 채로 벌써 두 팩이나 꾸역꾸역 먹었다고 한다) 



혹시 2세를 위한 것이라면 나보다는.. 강서방을 응원해주는 것이 훨씬 빠를텐데.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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