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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석천 Mar 23. 2016

빠이를 색다르게 즐기는 3가지 방법

Do nothing in Pai... 가끔은 Do it in Pai !

Do nothing in Pai...
Slow City...


이런 것들이 태국 빠이를 수식하는 슬로건들이다.


이곳 저곳에서 잼 콘서트가 벌어지고,

맥주병을 든 여행자들이 자유분방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밤과는 달리 낮 동안의 빠이 타운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열대지방답게 한낮에는 활동을 자제하는 태국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빠이에는 별로 '뭘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빠이는 분명히 외부 사람들이 더 많은 관광지지만, 외지인이라고 특별히 여기서 뭘 '관광'하지는 않는 이상한 곳이다.

빠이의 낮은 고요하다 - Pai, Thailand ⓒ제석천

간간이 머리를 길게 기르고 선글라스를 낀 히피들이 카페 의자에 늘어져 있고,한가로운 가게 주인들이 유리문 안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고 있을 뿐, 좁디 좁은 거리에서도 사람 한명 마주치기 쉽지 않은 한낮의 빠이.


물론, 도시의 슬로건대로 굳이 무얼 하지 않아도 시간이 훌쩍 흘러버리는- 마법 같은 도시이지만, 빠이의 매력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태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지만, 빠이에서만큼은 더욱 특별한 3가지 아이템을 소개해볼까 한다.

가끔은 무언갈 하고 싶어지는 빠이 여행자들을 위해서.



1. 고산족 마을 트래킹


태국에서 '고산족 마을 트래킹'은 굉장히 유명한 관광상품이다. 주로 치앙마이 등지에서 판매되는 이 관광상품들은 실제로는 '트래킹'이라고 하기 힘든, 천편일률적인 코끼리 타기와 고산족들의 상점 쇼핑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빠이에서는 진.짜. 트래킹이 가능하다. 실제로 치앙마이보다 훨씬 고산지대에 있어, 진.짜. 고산족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관광지가 아닌) 진.짜. 마을도 방문해볼 수 있다.


빠이 트래킹 체험기는 아래 두개의 글로 따로 정리해두었으니 참고!


(1) https://brunch.co.kr/@jesuckchun/20

(2) https://brunch.co.kr/@jesuckchun/22



2. 쿠킹 스쿨

빠이에서 먹는거=남는거- Pai, Thailand ⓒ제석천

태국의 음식, 워낙 다양하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방콕에서도 종종 여행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쿠킹스쿨(Cookery school)을 볼 수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볼 것도- 놀 것도 많은데 굳이 오랜 시간 비워서 요리강습까지 받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할일 없지만 시간은 잘 가는 이곳, 빠이에서-

어느날, 문득, 오늘 하루는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을 때 시도해볼만한 코스.


며칠동안 본격적인 요리강습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하루-반나절 코스로 태국 요리법을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쿠킹스쿨, 요리 준비 - Pai, Thailand ⓒ제석천
쿠킹스쿨, 커리 페이스트 - Pai, Thailand ⓒ제석천


빠이 생활 리듬에 맞게, 느즈막한 아침(?)에 만나 다 함께 빠이 시장에서 장을 본다. 주로 신선한 채소들 위주로 장을 보는데, 태국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식재료에 대한 설명도 간단히 들을 수 있다.


반나절 동안 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커리 3종세트(레드커리, 옐로우커리, 그린커리)와 캐슈넛볶음밥, 똠얌꿍, 디저트인 바나나 스프까지 풀 코스 요리를 내 손으로 직접 요리한다. 아주 친절한 선생님의 지도 아래!


믿을 수 없지만 내가 만든 요리- Pai, Thailand ⓒ제석천

약간의 손목 노동이 필요한 커리 페이스트만 완성하고 나면 그 외의 요리는 별로 어렵지 않다.


직접 요리를 해보고 나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도 상세히 알게 되고, 기본적인 요리 로직(?)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이후에 태국 음식을 아주 잘 골라 먹을 수 있다.

"여긴 커리 전문점이니 볶음밥류도 괜찮게 하겠군~ 대신 쌀국수나 똠양꿍은 별로겠는걸..." 정도의 식견을 확보할 수 있어 이후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빠이 쿠킹스쿨의 한가지 단점이라면....

내가 만든 요리를 내가 다 먹어야한다는 점 이랄까.... 각각이 1인분씩인 대여섯가지 요리를 점심과 저녁 사이에 모두 먹어치워야 하는게 꽤 고역인데, 내 손으로 만든 요리를 버리는 것도 아깝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경험상, 예약할 때 미리 양해를 구하고 포장용기를 가져가서 남은 음식을 싸 온다면 적어도 한두 끼니는 더 해결할 수 있으니 개이득일듯.



3. 타빠이 철교 (Tha Pai bridge, Memorial bridge)에 가보기

Tha Pai Bridge- Pai, Thailand ⓒ제석천

타파이 철교- 타빠이 철교- 메모리얼 브릿지- 2차대전 다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빠이 타운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외곽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빠이 여행자의 필수 대여물품인 오토바이로 어렵지 않게 당도할 수 있는 거리.


일제시대 일본제국이 미얀마 침공을 위해 강제노역자들을 데리고 건설한 다리인데, 종전 이후 방치되어 있다가 영화 <빠이 인 러브>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07년에 대대적인 복원 사업이 진행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췄으며,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메모리얼 파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

Tha Pai Bridge- Pai, Thailand ⓒ제석천

메모리얼 브릿지라는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게, 막상 가보면 폭도 넓지 않은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당시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일부가 타빠이철교 건설에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기록이 있으니, 더더욱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곳이다.


'콰이강의 다리'가 있는 깐차나부리에 이미 다녀왔다면 약간 시시해보일 수도 있지만,평화롭고 조용하기 그지 없는 이 작은 산골 마을에도 전쟁의 아픈 기억이 새겨져 있다는 걸, 한번쯤은 두 눈으로 확인해볼만 하다.

타빠이에서 만난 38선 도마뱀- Pai, Thailand ⓒ제석천

사실, 여행자에게는 이 세가지 모두 평범한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이 아이템들은 모두 빠이에 있기 때문에 특별하고, 빠이에서 이 세가지를 경험한다면, 다른 곳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리라 확신한다.


빠이에는 자유와 여유 빼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특별하게 느껴진다.


물론, 빠이를 가장 잘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빠이 그 자체를 즐기는 것

...!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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