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담하는 쏘쏘엄마 Jan 16. 2022

우리가 함께 써 나갈 이야기 (+이야기 치료)

이야기 치료

조금만 집중해서 아이의 말과 행동을 관찰해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투, 말의 속도, 표정과 행동까지 나랑 똑같다. 종종 남편의 모습도 나올 때도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해, 엄마의 보물"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매일 우리 딸은 동생에게 틈만 나면 다가가서 꼭 껴안아 주며 "복댕아 사랑해. 누나의 보물"이라고 한다.

또 나는 긴장감이 높은 딸 덕에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오늘도 복댕이가 잡고 서서 놀다가 쿵 하고 넘어져서 울었는데, 딸이 나보다 먼저 달려가서 복댕이를 안으며 말한다. "괜찮아 복댕아, 그럴 수 있어."

이렇게 좋은 것만 따라 하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들도 똑같이 따라 한다.
여유로운 남편과 성격 급한 나.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할 때 재촉하는 말이 툭툭 나간다.
"오빠, 이게 아직 안 돼있으면 어떡해."

그런데 오늘 아침 딸아이가 나를 보고 "엄마, 아직 가방에 수저 통이 없으면 어떡해"라고 하는 것이다. 일단 기분이 좋지 않았다. ㅋㅋ 재촉하는 느낌에 순간적으로 심술이 나기도 했다. 어차피 할 거였는데? 반감이 생겼다. 아, 남편이 이랬겠구나.

이렇게 일상 속 크고 작은 장면에서 딸아이가 하는 이야기 속에는 엄마인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오늘 하루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많이 했나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들도 아이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어쩌면 내가 살아나가는 삶의 이야기 역시 아이에게 굉장히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오늘 내 하루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었을까?







상담 이론 중 이야기 치료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삶을 구성하고 결국 개인의 정체감을 구성한다고 본다. 내가 쓰고 말하는 내용을 잘 들어보면 그 속에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 나의 가치와 인생이 담겨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야기 치료에서는 개인이 한 사회 안에서 부정적이고 패배적인 견해를 가진 지배적인 이야기로 삶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행동이 일어난다고 본다. "난 어차피 안돼." "우리 가족은 희망이 없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는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서 우리의 삶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야기 치료 상담에서는 그 사람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삶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질문과 반영을 통해 내담자의 이야기 속 구성 인물(주연과 조연), 위기였던 적과 그것을 잘 대처해나갔던 경험, 미래에 대한 희망 등으로 삶의 대안적인 이야기를 써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필요하다면 글 쓰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집단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인정해 주고 지지한다. 이 대안적인 새로운 이야기 속 내담자는 성장해 나가며 결과적으로 건강한 정체감을 갖게 된다. 






그렇다. 삶이 곧 이야기다. 이야기가 곧 나라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일까?

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내 이야기의 주연과 조연, 악인은 누구일까?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 나가고 싶을까?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내면에서 굳게 믿고 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내 삶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좀 더 넉넉하고, 따뜻하고,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이만하면 괜찮은 삶의 이야기를 물려주고 싶다. 



아, 지금 너무 힘든데 우리 엄마는 이럴 때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버텼었잖아, 나도 기도하고 하나님을 믿고 기다려볼까? 그럼 엄마한테처럼 하나님이 나도 도와주겠지? 


아, 나 또 실수했어. 난 왜 이렇게 실수가 많지? 근데 엄마도 그랬다고 했는데. 그래도 엄마는 실수를 안 하는 것보다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었지? 너무 자책하지 말자. 


관계가 힘들어, 내 마음대로 안돼. 아 근데 엄마가 모든 관계는 다 그럴 수 있다고 했어. 잘 안 맞아도 맞춰나가 보려는 노력의 과정 속에서 더 깊어지고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했어. 한번 맞춰 가보자. 



내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가 내 이야기가 되고, 그것이 아이의 마음에 자리 잡을 거다. 

이런 내면의 이야기를 물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려면 나부터 이렇게 살아야 될 거 같다. 


나의 이야기는 곧 너의 이야기에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핵심 주연들이다. 


이렇게 삶의 이야기는 세대를 거쳐 스며든다. 


조금 더 말을 조심해야겠다. 

조금 더 삶의 안팎에서 진솔하게 살고 싶다. 

조금 더 작은 것에서부터 감사를 찾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하기보다는 조금 허술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으로 품어주며 살아가고 싶다. 






우리가 앞으로 함께 써나갈 이야기는 어떨까? 

함께 펼쳐나가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글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지 5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부모가 된 지 겨우 만 4살인 나와 남편

세상에 발을 딛은 지 겨우 49개월 된 딸과 7개월 된 아들


막 시작한 우리 넷의 이야기


우리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고, 보듬어주고, 격려하고, 함께 자라나는 이야기를 많이 써 나가자.


그럼에도 연약해서 또 언젠가처럼 싸우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 생길지라도, 잘 풀고 결국엔 사랑으로 품어주는 이만하면 괜찮은 가족이 되어보자. 


그리고 우린 가족이기에 서로에게 중요한 주연인 인물들이겠지만, 작가는 "내"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침범하지 말자. 서로가 써나갈 삶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이 되자.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그리고 너의 이야기가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이 이야기가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 있기를, 하나님의 은혜와 평안이 가득하기를, 

하루의 마무리, 이 글의 마무리에 기도한다. 



이전 20화 있잖아, 엄마도 어릴 때 그랬었다?(+자기개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