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0
창문이며 출입문이며 죄다 활짝 열어 젖혀 초저녁 빗기운에 쉴 새 없이 음식 냄새를 씻어 내는 도롯가 식당. 거기 창가 자리에 앉아서 알곱창 2인분에 소주 두 병을 주문해 놓고 실없이 노가리를 까고 비 구경이나 하고 싶다. 그럴 수 있는 동네 술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세상 두려울 게 없겠다. 그게 과욕이라면 아쉬운 대로 일주일에 한두 번쯤 여섯 시 정각에 땡 퇴근해 ‘1차’를 함께하러 갈 회사 직원들, 그러니까 거주하는 ‘구’나 ‘동’이 같은 동료들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한때는 내가 다 가졌던 사람들이다. 저마다의 이사와 결혼, 이직과 퇴사 등등으로 동네 술 모임은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동네 밖 술자리도 소중하지만, 차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안한 페이스로 떠들고 마시다 설렁설렁 걸어서 귀가하는 한동네 끼리끼리 술판의 가분함까지 재현해 주지는 못한다. 사진 속 저이들의 테이블과 시간을 부럽게 내려다보며 집에서 혼술을 하던 어느 봄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